8.15 광복절을 앞두고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주목받고 있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틀 수 있는 획기적 제안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인 현 정부의 행보나 박근혜 대통령의 그간의 언행을 보면 이같은 제대로 된 제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들이 많다.

누구나 지적하고 있듯이 남북 정상 간의 합의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인정하고 남북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5.24조치 해제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 지적하듯 다가오는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한미합동 군사연습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 시기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핵심사안은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조건없이 전격 수용하는 문제다. 최근 교황 방한시 북측 신자 초청에 북측이 응하지 않은 이유도 UFG 탓이라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아시안게임 참가 문제에 대한 남측의 태도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아시안게임 선수단과 응원단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을까?

먼저, 김일성 주석의 20주기를 맞아 지난달 7일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주목해야 한다. 대남 성명으로는 최초로 정부 성명 형식을 띤 것부터가 이례적인 데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과 업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성명에서 북측은 “우리는 당면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남조선의 인천에서 진행되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우리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하고 “우(위)와 같은 우리의 원칙적 립장들과 선의의 조치가 실현된다면 악화된 북남관계를 정상화하고 조선반도정세를 완화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는데서 전환적 계기가 마련되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응원단이 참가하는 문제는 북한이 정부 성명에서 명백하게 제안한 남북관계 개선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두 번째,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의지 표명이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북측 축구대표단의 경기를 관람하고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대한 우리 인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며 “우리 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은 북남사이의 관계를 개성하고 불신을 해소하는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다”고 말했다.

수령제 국가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공개적 의사표명이 갖는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신성한 체육이 불순세력들의 정치적 농락물이 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적 입장”이라고까지 못박아 말했다.

북측은 남측과의 실무접촉에서 선수단 350명, 응원단 350명을 항공편과 육로를 통해 파견하고, 응원단의 숙소는 만경봉호를 인천 앞바다에 정박시켜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막혀 있는 남북의 육.해.공 통로를 모두 개방하자는 전격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은 응원단 규모나 인공기 크기 문제 등 부차적인 문제들을 들어 사실상 불수용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언론들은 북측 선수.응원단의 체제비 지원 문제로 꼬투리를 잡으며 판을 깨려 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측의 적극적 제안에 주도권 상실을 우려한 우리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이 정부 성명과 최고지도자의 육성을 통해 강조한 인천 아시안게임 선수.응원단 참가 문제는 이제 남북 간의 최대 현안이 됐고, 이 문제를 덮어두고 다른 자잘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가려운 다리 대신 고무다리 긁는 격에 불과하다.

남북 문제는 국내 정치나 보수, 진보의 문제를 넘어선 민족사의 중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인천 아시안게임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전격 수용 메시지가 담기길 충심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