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어도 덥기만 한 이 계절 보양음식에 관심이 가게 마련인데요, 잘 알려져 있듯 북녘에서는 복날 보양식으로 단고기(개고기)국을 먹습니다.

복날에는 더위에 지쳐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허약해질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단고기국을 먹는 것이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하나의 풍습으로 <동국세시기>에는 보신탕이 삼복의 가장 좋은 철음식으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평양출판사가 2005년 출간한 <조선의 사계절 민속>은 북녘에서는 단고기를 푹 삶아 풀어지게 한데다가 단고기 가죽과 단고기 기름 그리고 부추, 마늘, 고춧가루, 후추가루 등 매운 재료로 만든 양념을 두고 끓인 국물을 조밥이나 흰쌀밥에 부어먹으면서 땀을 내는 것을 으뜸가는 보신방법으로 여기고 이 음식이 사람 몸에 빨리 흡수되어 몸보신에 좋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게 한다고 하여 일명 ‘보신탕’이라고 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신탕이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지난날의 세상에서는 그것도 아무나 해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뙤약볕에 등이 거멓게 타도록 여름내 들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맛도 보기 어려웠으며 긴긴 여름시간을 그늘아래서 부채질로 보내는 양반과 부자들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요, <조선의 사계절 민속>책에는 봉이 김선달이 기막힌 수로 그들을 골탕 먹이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단고기를 푸짐히 나눠먹은 통쾌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 북측이 소개한 삼복철보양음식-단고기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어느해 삼복철이였다.
하루는 김선달이 더위를 조금이라도 덜까 생각하며 대동강 강가로 나섰는데 강바람도 더운 바람일 지경으로 마치 시루 안에 들어앉은 듯 순간에 온몸이 땀으로 질벅해졌습니다.
발걸음이 어디쯤 이르렀을 때였는지 말소리들이 지척에서 들려왔습니다.

“거, 단고기 맛 참 좋다.”
“어 뜨겁다. 목구멍이 다 데는 것 같군”
“어서 많이 들게나”

김선달이 목을 길게 뽑아 키낮은 관목너머를 기웃이 넘겨다보니 여럿이 둘러앉은 것이 눈에 보였는데요,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맛 참 좋고 뜨겁다’는 단고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까이 다가서며 한마디 물었습니다.

“여보게들 여기서 뭣들을 하고 있나?”
“아 선달님 이시우. 거 마침이구려. 어서 오시우.”
“뭐긴 뭐겠나. 때가 복골이라 이렇게 그늘 밑에 앉아 단고기추렴을 하네”
“선달님도 어서 여기와 끼워 앉으시구려.”
“헌데 내 눈엔 단고기라고는 통 보이질 않는데…”
“우리네 가난뱅이들이야 돈이 어데서 나서 단고기를 먹겠소. 그러니 말로 단고기를 먹고있는거라오.”
“응, 그러니까 말추렴을 하는군 그래.”

말을 듣고 보니 그럴만도 하였습니다. 조석으로 끓일 끼니거리를 잇대기도 어려운 그네들 처지에 단고기추렴이란 당치않은 말이었습니다. 그러니 기껏 말추렴이나 하는 수밖에.
김선달은 말로 단고기를 먹는다는 그들이 측은하고 불쌍하게만 여겨졌고 한편으로 이들의 피땀을 짜내 지금도 어디선가 단고기추렴을 하고 있을 부자들에 대한 증오심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단고기 맛이라도 보이고 싶은 생각이 강렬하게 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단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이리도 없소?”
“없기야 왜 없겠소. 부자들이야 여기저기 몰려가서 실컷들 먹고있을거네.”
“그래?”

김선달의 머릿속에는 그들의 단고기를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실컷 먹어야겠다는 하나의 생각이 번개같이 떠올랐습니다.
김선달은 부자들이 단고기를 먹고 있는 모란봉을 올려다보며 묘한 수를 떠올리고는 가난한 이들을 이끌고 모란봉으로 향했습니다. 김선달은 이들에게 “나무 뒤에 숨었다가 내가 부르거든 나와서 먹어주면 된다”고 합니다.

김선달은 부자 무리에게 다가가 “친구들과 단고기추렴을 하려고 떠난 걸음인데 그만 꼬리를 놓치고는 그 뒤를 찾느라 헤매던 중이요, 단고기야 어데서 먹든 그 맛이 그 맛일테니까 더운 날에 자꾸 찾아다닐것없이 여기서 맛이나 봅시다”며 앉았습니다.
평양성 안의 부자들치고 김선달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개코망신을 당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부자들은 좋든 싫든 반기는 척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윽고 단고기국은 다 익어 모두들 군침을 삼키는 순간, 김선달은 “잠깐, 이 개가 혹시 미친개가 아니요? 내가 몇 해 전에 한 동네에서 미친개고기를 모르고 먹었다가 그 사람들이 다 미쳐서 물고 뜯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네”하고 말했습니다.
이에 단고기를 산 주인은 “장마당에서 샀으니 이제 임자를 찾아서 물어볼 수도 없고 어쩌나”고 말했고 다들 걱정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순간 김선달은 “이 개가 혹시 미친개라면 먼저 먹어본 사람이 미치게는 되지만 여럿이 다 미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하며 주위에 먼저 먹어보기를 권했습니다.
한참동안 먼저 먹어보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자 김선달은 “나야 죽어도 목놓아 울어줄 사람도 없고 잃어버릴 재산도 없으니 내가 먹어 보겠다”며 힘겹게 고기를 목구멍에 넘깁니다.
그렇게 김선달은 억지로 고기를 먹다가 갑자기 미친 흉내를 내고 사람들에게 개소리를 내며 물어뜯으려 했고 이에 부자들은 벗겨진 신도 집어 들지 못하고 달아났습니다.
그제야 가난한 사람들은 웃으며 부자들이 끓여놓은 단고기국을 별로 큰 품도 들이지 않고 빼앗아 술까지 곁들여가면서 푸짐히 잘 먹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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