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단체들은 29일 오전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구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출처-자주민보]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조익진 씨에 대해 서울구치소가 계구를 사용하는 등 인권침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29일 오전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구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한국 최대 교정시설인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던 양심수가 고문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의 불법적인 계구사용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조익진 씨가 인권단체들에 보낸 편지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감옥인권 보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 보안과장에게 수용자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서울구치소 기동순찰대(CRPT)는 조 씨에게 수갑, 머리보호대, 금속 허리보호대, 발목보호대 등 계구를 체운 뒤, 징벌조사실에 30시간 가뒀다.

앞서, 조 씨는 지난 6월 수용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단식, 동료 수용자들도 이에 동조해 서울구치소 측으로 부터 처우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구치소 측은 조 씨에게 징벌조사실로 보내겠다고 협박했으며, 죽 공급 중단, 우편물 지연 발송, 필요 생활용품 미지급 등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불법적인 계구사용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고문"이라며 "전국 교도소에서 허술한 형집행법의 맹점을 이용해 유사한 고문 행위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용자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며 "교정당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자의적인 징벌 남용과 계구 남용 사례들을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자들을 엄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조익진 씨 편지]

육체적 가혹행위와 ‘무고’ 위협에도 ‘감옥 인권 보장, 세월호 참사 해결’을 위한 단식을 7일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코앞이지만 사건은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극 앞에 ‘해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유족들의 노력을 ‘특혜’ 요구로 폄하하고 수사, 기소권마저 박탈해 책임 회피에만 안간힘을 써 온 이 정부에게 최소한의 해결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의 해결을 위해 이 정부야말로 ‘해결 대상’입니다. 정부는 진상규명을 가로 막고자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왔고, 항의하는 유족과 전교조 등 ‘눈엣 가시’를 가혹하게 탄압해왔고, ‘제2의 세월호’를 낳을 민영화, 규제 완화, 비정규직 고용 정책을 강행해 왔습니다.

목숨을 걸고 단식에 돌입한 유족들과 광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정권 퇴진 선언을 발표한 전교조 등 교사들을 지지하며 저 역시 17일(목)부터 단식에 돌입합니다.

감옥에 갇힌 몸이라 대중행동을 조직하고 이에 동참할 수는 없으나 제 신체와 건강이라도 내걸고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제가 단식에 돌입한 것은 서울구치소 측의 끔찍한 인권침해에 항의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6월, 12일간의 단식 투쟁과 감옥 안팎의 연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얻어낸 바 있습니다. 소측은 그간의 탄압에 대해 사과하고 제가 요구해 온 여러 가지 인권 보장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독거 수용자의 접촉을 지나치게 차단해 운동마저 좁다란 부채꼴 운동장에서 하도록 강요하는 문제가 여전합니다. ‘재소자 군기 잡기’를 위한 기동순찰대의 순시, 검방도 전보다는 약화되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보복성 탄압은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제기를 그치지 않자, 소측은 갖은 괴롭힘을 일삼았습니다.

전에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음이 발생하고, 단식 종료 이후 아직 체력이 부족한 저를 오랫동안 운동장에 방치한 채 호출조차 무시하고, 갑자기 물건들이 ‘없어졌는데’ 관지급 물품 재지급 요청에는 재고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등의 일입니다.

복식용 죽 신청일자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어느 날 갑자기 죽이 나오지 않아 복식 중에 또 다시 끼니를 굶어야 하는 일도 반복 되었습니다.

심지어 서신 수수에 대한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출한 서신의 발신 또는 전달이 수차례 지연되거나 바깥에서 보냈다는 서신이 도착하지 않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친화적으로 하니 적대한다고 오해하지 말라”던 소장의 말이 무색하게, 이후 징벌조사실 재수용 위협까지 받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강력하게 항의했다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보안고장 순시 때 ‘소란’을 피우고 강제력 행사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기동순찰대는 제게 ‘보호장비’를 착용시켜 조사실에 처넣었습니다. 고무로 된 머리보호장비와 ‘쇠사슬’이나 다를 바 없는 허리보호대, 수갑 등을 꽉 졸라맸고, 연행 과정에서 발이 들린 채 쇠사슬에 몸이 떠서 끌려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기동순찰대의 태도를 개선시키겠다던 보안과장의 말은 허울 좋은 약속일 뿐이었습니다. 강제력을 행사한 한 기동대원은 조사실 연행 이후 “입 냄새, 겨드랑이 냄새 진짜 독하네. 오늘은 때나 밀러 가야겠다”며 속 편하게 비아냥거렸습니다. 조사실 수용 이후에는 끔찍한 가혹행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말이 좋아 ‘보호장비’지, 이는 사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고문장비’로 전락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기동대원들은 보호장비 탈부착 때마다 강도를 심화시켰고,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해 평정심을 유지하면 오히려 더 강하게 장비를 졸라맸습니다.

그 고통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턱에는 물집이 잡히고 터져 피딱지가 말라 붙었고, ‘쇠사슬’을 명치로 바짝 올려붙여 꽉 졸라맸을 땐 숨을 못 쉬고 내장이 조여드는 끔찍한 통증으로 자리에 선 채 몇 시간 동안 “살려 달라”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몇 계장과 기동대원들은 가혹행위를 무기로 단식과 저항의 중단을 협박했습니다. “식사하고, 생활 잘하면 풀어주겠다.”, “(소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으면 못 풀어준다.”, “바깥에 알리지 말라”, “단식을 풀지 않으면 징벌 사유다.”하는 등입니다.

한 기동대원은 장비 탈부탁 때마다 “식사하실 거예요. 식사하셔야 할 텐데. 안하면 ‘더 아플’텐데”하고 말하며 단식 지속시 고통을 가중시키겠다는 협박을 노골적으로 일삼았습니다.

소측은 ‘허위 고소’ 위협까지 늘어놓으며 저항을 꺽어 놓으려 했습니다. 강제력 행사 도중 기동대원 한 명이 다쳤다며, 순순히 징벌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곧바로 ‘수사지휘’를 요청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입니다.

육체적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했고 추가 징역까지 위협하며 달려드는 것에 순간 움츠러들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잠시 물러섰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원칙을 저버리고 기회주의적으로 타협할 수는 없습니다. 공포에 짓눌려 불의에 굴복한다면 자의식을 깨친 이래 부족하나마 인류의 해방과 정의를 위해 살려 노력해 온 제 삶이 부정당하는 일일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잠시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약점을 잡아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보호장비는 착용 30여 시간 만에 해제되었습니다. 이제 밤에도 잠을 못 이룬 채 고통으로 발버둥쳐야 하는 상황에선 벗어났으나 여전히 온 몸에는 근육통과 통증이 끔찍했던 시간의 흔적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고소 위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마음을 굳게 먹고 부당한 탄압에 의연히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만일 실제로 허위 고소를 자행한다면 ‘무고죄’로 역고소하여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총무과장과 보안과장, 부소장까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약속했음에도 오히려 전보다 더 광포한 탄압으로 저항을 억누르는 것은 ‘인권침해 책임회피성 강제이송’을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측은 저의 집회 참가 벌금 정식재판이 항소심이 끝났다는 이유로 이송 의사를 표시해왔습니다. 그러나 서울구치소로 이감 온 것 자체가 정식 재판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식재판 항소심은 이미 구속 전에 제기하여 기일을 기다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성동구치소는 제가 강제 항문검사와 일기장 검사에 대한 인권위 진정을 제기하고 외부에서 항의까지 받자 갑작스레 저를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습니다.

서울구치소 역시 갖은 인권침해로 감옥 안팎의 항의를 받자 ‘골칫덩이’를 수월하게 이송시키기 위해 기를 꺽어 놓으려 강력한 보복을 가해온 것입니다.

탄압이 강해진 것은 소측이 전국적인 파급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동조 단식과 외부 연대로 압력을 받은 소측이 양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감옥 인권 투쟁’의 승리 사례로 널리 알려지고 기동순찰대와 ‘기초질서 확립’ 방침의 문제점이 폭로되는 계기로 작용하자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봐 부담을 느낀 것입니다.

한 계장은 “익진이가 ‘많이 컸다’며 별러 온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요구안의 초점이 보다 분명해진 것도 부담을 키운 요인인 것 같습니다. ‘운동장 벽면 반사광 개선’, ‘조사실 시계 설치’처럼 상대적으로 타협이 쉬운 쟁점을 제기했던 지난 번과 달리, ‘기동대 순시, 검방 전면 중단’, ‘서신 발송 지연, 무통보 검열 의혹 규명’ 등은 훨씬 더 예민하고 전국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입니다.

“운동장 벽면 문제 같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요구를 하라. 기동대는 교정시설의 경찰과 같은 존재로 소내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순시 등은 꼭 필요하다”는 한 계장의 주장을 듣기도 하였으나 그의 주장과 달리 기동대 순시, 검방 중단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상식적인 요구일 뿐입니다.

생활 지도와 부정물품 확인은 일반 교도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명찰도 없이 검은 제복을 입은 기동대가 소내를 휘저으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보다는 수용자들과 꾸준히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일반 교도관들이 이런 업무를 맡는 것이 수용자의 교정,교화에 훨씬 효과적이라 하겠습니다.

기동순찰대의 순시, 검방은 현행법에조차 근거가 없는 ‘초법적 행위’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유일하게 기동순찰대의 존재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계호근무준칙(법무부 훈령 제515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훈령에 규정된 기동순찰대의 역할은 소요 진압, 화재 진화, 도주자 체포와 같은 긴급사태 대응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3년 4월 30일 교정본부-인권단체 간담회에서 교정본부장조차 기동순찰대의 인권침해적 요소를 인정하면서 근거 없는 ‘군사문화의 잔재’를 없애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소측이 전국적인 효과에 부담을 느끼고 강하게 탄압하는 만큼 우리도 힘을 합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적극적인 지원과 연대를 호소합니다. 저 역시 광포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싸움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과 ‘부딪혀 오는 거센 억압’에도 꺽이지 않고 감옥 인권과 사회 진보를 위한 험난한 길의 한 줌 밀알이 되겠습니다.

2014년 7월 23일(수)

서울구치소 4566

조익진 드림 (24일 발송)

[자료출처-민가협 양심수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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