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6월 15일(2014년은 7월 11일)은 유두날·물맞이라고도 하는 민속명절입니다. 이날은 맑은 개울에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 뒤 유두음식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나쁜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북녘에서도 유두날을 ‘류두절’로 일컬으며 명절을 쇠고 있습니다.

북녘의 평양출판사 2005년 출간 <조선의 사계절 민속>에는 다음과 같이 유두날의 유래와 관련음식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선의 사계절 민속>에 따르면, 6월은 하늘에서 불덩이 같은 해가 내리쪼이는 여름의 한창때로 논밭의 김매기도 한창 바쁘고 삼복더위가 시작됩니다. 이에 하늘땅이 다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 땀 흘려 일하던 주민들은 6월 중순의 하루를 쉬는 날로 정하고 시원한 냇가를 찾아 몸을 식히고 깨끗이 씻으면서 즐겁게 보냈는데 이렇게 쇠는 것을 ‘류두절’이라고 했습니다.

‘류두’란 동류두목욕(東流頭沐浴)의 준말로 동쪽의 흐르는 물에 몸을 씻는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데요, 말 그대로 유두날에는 동쪽냇가에 나가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고 합니다.

‘왜 하필이면 동쪽에?’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와 관련, <조선의 사계절민속>은 오랜 옛날부터 해 솟는 동쪽을 밝고 양기가 왕성한 방향으로 여겨오던 관념과 관련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날 여성들은 늪이나 진펄, 개울기슭에서 자라는 창포 잎과 뿌리를 삶은 물(이것을 창포탕이라고 한다)에 머리를 감고 몸도 씻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창포에는 향기름이 있어서 그 물에 머리를 감으면 윤기가 나고 머리칼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여 누구나 다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창포뿌리를 깎아서 비녀삼아 머리에 질러 치장하였으며 창포 잎을 뜯어다 술에 띄워서 ‘창포주’를 빚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유두맞이는 고구려, 신라에서도 널리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된 풍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는 농사의 큰 한 공정을 마치고 다음단계의 농사일로 넘어가기에 앞서 하루를 푹 쉬면서 몸을 깨끗이 씻는 것으로 농사공정이나 여름철의 계절적 특성에 맞고 늘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생활상특성도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흐르는 맑은 물에 목욕을 하고 몸이 거뜬해진 다음에는 아예 그 자리에서 잔치를 베풀고 즐겁게 놀았는데 이것을 ‘류두연’(류두잔치)이라고 했습니다. 이때는 각종 명절음식을 즐기곤 했는데, 대표적인 음식은 어죽과 유두면, 쉬움떡입니다.

북녘에서 유두날의 명절음식으로 첫째로 꼽은 것은 어죽인데요, 평양지방에서는 대동강에서 목욕하고 나서 대동강의 가막조개와 물고기를 한데 넣고 쌀도 조금 두어 어죽을 쑤어먹었는데 그것이 천하의 별미였다고 합니다. 동해안지방에서는 바닷물고기와 섭조개로 어죽을 쑤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독특한 맛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해의 풍속을 달별로 묶은 책인 ‘농가월령가’에는 류듀날의 광경이 다음과 같은 시에 담겨 있는데요, 이 시에도 유두절의 음식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삼복은 속절이요
류두는 가일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야
가묘에 천신하고
한때 음식 즐겨보세

이 시기는 한해치고 제일 더운 때라 시원한 참외가 환영받는 것은 당연한데요, 유두날 목욕하고 나서 서늘한 그늘에 앉아 참외를 먹는 것은 하나의 풍습으로 되었습니다. 유두를 전후하여 여러 가지 햇과일이 나오므로 여름철 열매과일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때였습니다.

이날 사람들은 시원한 과일을 따오고 떡도 빚고 국수를 눌러서는 어른들에게 대접하고 이웃사이에도 나누어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유두날에는 또한 국수가 빠질 수 없는 명절음식으로 이때가 되면 햇밀이 나오는데 이것을 가루 내어 만들어 먹는 국수를 ‘유두면’이라고 했습니다. 반죽한 것을 국수분틀로 눌러 실국수를 뽑거나 칼로 잘게 썰어서 칼국수를 만드는데 그것을 시원한 콩국에 말아먹으면 더운 때 먹는 음식으로서 이보다 더 맛있는 것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맛있는 음식으로 꼽힙니다.

<조선의 민족명절>은 아울러 수단, 건단, 련병도 중요한 명절음식이었으며 쉬움떡과 설기떡도 만들고 앵두를 꿀물에 탄 앵두화채도 더위를 물리치는 철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소개합니다.

이중 쉬움떡은 낟알(곡물)가루를 더운 물과 술로 반죽하여 삭혀서 쪄낸 떡으로 대추, 곶감, 밤, 잣 등을 고명으로 치고 찌기도 합니다. 그 색깔이 서리꽃과 같이 눈이 부시게 희다고 하여 상화(霜花)떡이라고 불렀으며 증편, 기지떡이라고도 하는데요, 쉬움떡은 부풀게 쪄낸 떡이라 씹는 맛이 매우 부드러우며 삭혀서 쪄냈기 때문에 여름철에도 쉬지 않아서 유두날에 계절음식으로 널리 만들어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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