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실시될 것 같았던 북측의 4차 핵실험이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졌습니다. 북측이 지난달 2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비난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선언에는 시효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일어난 일입니다.

게다가 담화는 “올해 11월에 진행되는 국회중간선거에서도 오바마는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경고해, 북측이 핵실험을 당장 실시하기보다 올 8월로 예정된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거쳐 미국 11월 중간선거까지 유예시키면서 중.장기적 대외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한편 우리 당국이 부추긴 ‘북 핵실험 임박설’이 사그라질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 ‘시효’의 표현에서 핵실험을 당면 자제하겠다는 것을 시사하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진의는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즉 ‘시효가 없다’는 말은 유예용이 아닌 교란용이라는 것입니다.

‘유예용’으로 해석하는 입장은 ‘빈말하지 않는’ 북측의 언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북측은 지난 3월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때만 해도 지난 세 차례 핵실험 때처럼 그 시기가 급박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핵실험 시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입니다.

북측의 기류를 대변하는 재일 <조선신보>도 지난달 24일 ‘남조선에서 북핵 시험설이 확산됐는데 이는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수습책’이라며 핵실험 임박설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 ‘핵실험에 시효가 없다’는 담화도 유예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측의 4차 핵실험 임박설을 퍼트리고 키운 건 남측입니다. 우리 군 당국이 지난달 22일 북측 내부에서 ‘4월 30일까지 큰 한방을 터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사항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핵실험 가능성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교란용’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앞의 <조선신보>의 견해와 이번 ‘핵실험에 시효가 없다’는 사실상의 유예 언급도 교란용의 연장선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달 28일 북측 국방위원회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관련한 대변인 성명에서 “핵시험, 그이상의 조치들도 취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전형적인 교란용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 군이 북 핵실험 임박설을 부추기다가 그 예측이 사실상 빗나갔습니다. 이를 두고 세월호 참사 등에 따른 국면 전환을 위해 안보 불안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여전히 북이 정치적 결심만 하면 바로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교란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의 핵실험 문제에다 ICBM 문제까지 덧붙여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38노스>가 지난 1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의 엔진 시험이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한 차례, 또는 그 이상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으며, 이에 미국이 “(북의 ICBM) 상황을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다”며 경계를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과연 북측이 핵실험을 할까요, 말까요? 나아가 ICBM을 발사할까요, 않을까요? 우리 당국의 섣부른 ‘북 핵실험 임박설’ 덕분에, 북측의 핵실험에 전략적 모호성이 커진 상태에서 ICBM 카드까지 얹혀져 북측은 두 장의 강력한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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