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월 9일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처음 진행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총 687명의 대의원을 선출했다. 선거결과 약 55%인 376명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이는 1998년 제10기 때 교체율 64%보다는 낮지만 2003년 제11기 때의 50%, 2009년 제12기 때의 45%보다는 다소 상승한 수치다.

한달 후인 4월 9일 북한은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를 개최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추대하는 등 국가기관 주요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3월 17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일부 위원을 교체하고, 4월 8일에는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를 개최해 일부 정치국 위원(후보위원)을 비롯해 당 부장과 시.도당 책임비서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당 정치국 회의에는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들이 참석했고 내각 부총리, 당 중앙위 부장, 제1부부장, 부부장 등이 방청했다.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와 정치국 회의를 잇달아 열어 당 조직을 정비하고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를 통해 국가기구에 대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 권력 진용을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인민회의 선거 결과를 통해 노동당의 인사변동도 일부 파악할 수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의 변동

▲ 북한 노동당 당대표자회 개최 현황. <북한이해2013>(통일부 통일교육원). [자료출처-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조선노동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당대회다. 그러나 1980년 노동당 6차대회 개최이후 당대회는 소집된 적이 없다.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는 당 중앙위원회가 모든 당사업을 조직 지도하게 돼 있다. 당중앙위원회가 조선노동당의 실질적인 핵심 의사결정체인 것이다. 당중앙위원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 및 전략 전술에 관한 긴급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 당 대표자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당 대표자회의는 1958년 3월과 1966년 10월, 2010년 9월, 2012년 4월 네 차례 개최됐다.

당중앙위원회는 전원회의를 6개월에 한번 이상 소집하도록 돼 있는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1993년 12월 6기 21차 전원회의 이후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다가 2010년 9월과 2013년 3월에 개최됐다.

당중앙위원회는 정치국과 비서국, 검열위원회로 구성된다. 정치국은 북한 권력의 실질적인 최고 핵심체로 모든 정책 방향과 지도지침을 수립한다. 정치국은 상무위원과 정위원, 후보위원으로 구성된다. 1980년 노동당 6차 대회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김일성과 김일, 오진우, 김정일, 이종옥 등 5명이 선출됐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외한 4명이 사망해 한동안 상무위원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만 남아있었다.

그러다 북한은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와 전원회의에서 김정일, 김영남, 최영림, 조명록, 리영호를 상무위원으로 선출했다. 2012년 4월 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김정은 제1비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영호 인민군 총모장(2012년 7월 해임)이 선출됐다.

사망자가 많아 몇 명 남아있지 않던 정위원과 후보위원도 2010년 9월 회의에서 보강돼 정위원은 17명, 후보위원은 15명으로 확충됐다. 북한은 이 밖에도 당 중앙위원,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 등을 새로 선출했다.

지난해 3월 31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때 확인된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은 다음과 같다.

상무위원 : 김정은, 김영남, 최영림, 최룡해
위     원 : 장성택, 김경희, 김정각, 박도춘, 김영춘, 김국태, 김기남, 최태복,
              양형섭, 리용무, 강석주, 현철해, 김원홍, 리명수, 박봉주(보선)
후보위원 : 오극렬, 김양건, 김영일, 태종수, 김평해, 문경덕, 주규창, 곽범기,
              김창섭, 리병삼, 로두철, 조연준, 김격식(보선), 현영철(보선), 최부일(보선)

▲ 북한 노동당 기구도. <북한이해2013>(통일부 통일교육원). [자료출처 -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그러나 4월 8일에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는 일부 위원들에 대한 인사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각 총리에서 해임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으로 1선에서 물러난 최영림을 대신해 박봉주 현 내각총리가 상무위원으로 선출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되지 않았다면 차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릴 경우 보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 위원 중에서는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국태, 역시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을 비롯해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되지 않은 현철해, 리명수는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위원 중에서는 13기 대의원에서 탈락한 문경덕 비서, 리병삼 인민내무군 정치국장, 현영철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제외됐을 것이다. 대의원에는 선출됐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김영춘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일 전 국제담당 비서, 주규창 전 국방위원, 김격식 전 국방위원 등의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잔류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겸 국방위원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겸 국방위원, 리영길 총참모장, 김수길 신임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은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보선됐거나 향후 보선될 가능성이 있다.

비서국의 변화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책결정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무적 집행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당중앙위원회 비서국이 실무적 집행권한은 갖고 있다.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비서국은 “당 내부사업에서 나서는 문제와 그밖의 실무적 문제들을 주로 토의결정하고 그 집행을 조직지도”한다. 비서국에는 각 부문을 담당하는 10명 내외의 비서를 두고 있다. 일부 비서들은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을 겸한다.

4월 8일에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는 비서국 비서들에 대한 일부 인사도 단행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제담당비서에 김영일 비서(대의원 직은 유지)가 퇴진하고 강석주 부총리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당 국제부 지도원, 과장을 거쳐 내각의 외교부 부부장, 외무성 제1부상으로 활동하다 2010년 내각 부총리로 승진했던 강석주 비서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이끌어내는 등 20년 넘게 북핵협상과 대미외교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또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회의에서는 내각 외무상이 박의춘에서 리수용으로 교체됐다. 강석주 비서가 중국에도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 오랜 동안 대미협상을 주도해왔고, 리수용 외무상이 중국보다는 유럽, 중동외교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외교 다변화와 대미외교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김경희 비서가 물러나고 후임으로는 곽범기 비서가 자리를 옮겨 경공업담당 비서를 맡았을 가능성도 크다. 계획재정부문을 담당했던 곽범기 비서 자리에는 내각 부총리와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를 거친 오수룡이 승진 기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전통적으로 재정계획부장 또는 재정계획 담당 비서가 겸임해 왔던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에 새로 선출됐다.

문경덕 비서(평양시당 책임비서)도 장성택사건의 여파로 해임됐다. 이외에 김기남(선전)․최태복(교육․과학)․김양건(대남)․박도춘(군수)․김평해(간부) 비서는 유임됐다.

당중앙위원회 산하 전문부서의 변동

▲ 4월 8일 당정치국회의를 반영한 노동당 기구도(일부). 북한 공식 언론보도로 확인된 내용만 반영하고 있어 변화된 상황을 보수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자료출처 - 북한정보포털]

당중앙위원회 산하에는 20여 개의 실무부서가 설치돼 있다.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비서국을 조직하지만 당의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부서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지는 않다.

전문부서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을 역시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행정부의 폐지이다. 행정부는 원래 본부당부문, 전당부문, 군사부문 등과 함께 조직지도부의 한 ‘부문’으로 있다가 2007년 6월에 당중앙위원회 행정부(부장 장성택)로 독립했다가 장성택 처형과 함께 폐지돼 다시 조직지도부에 흡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부로 독립할 당시 장성택 부장-리룡하 제1부부장-장수길 부부장 등 약 50여 명(각 도.시.군 행정부 인원 제외)으로 구성됐었다고 한다.

또한 김경희 비서가 퇴진하면서 그가 관할하던 당 경공업부도 일부 개편돼 백계룡 경공업부장이 물러났다. 후임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 계획재정부장은 오수룡 비서가, 국제부장은 강석주 비서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단체부는 리영수 부장이 물러나고 리일환 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가 임명됐다. 1960년 생인 리일환 부장은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는 선출되지 않았지만 ‘혁명3세대’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를 지내는 등 청년동맹 간부로 오랫동안 활약했으며, 평양시당 비서로 있다 당 부장에 기용됐다. 할머니인 김명화가 항일빨치산 출신이고, 부친인 리건일도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 노동당이 점차 세대교체 되고 있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인사 사례일 것이다.

13기 대의원으로는 선출됐으나 국방위원에서 해임된 주규창이 당 기계공업부장에서 물러난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도당 위원회 인사

2012년 김정은체제 출범이후 각 시.도당 위원회에는 큰 인사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확인된 것은 평양시 당책임비서, 함경남도 당책임비서의 교체다. 문경덕이 물러난 평양시 당책임비서에는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임명됐다. 통상 평양시 당 책임비서에는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급이 임명돼 왔다는 점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시대에 이어 김정은시대에도 총정치국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는 셈이다.

오수룡이 당 계획재정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석이 된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에는 누가 임명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당 조직부와 선전선동부의 세대교체 주목

전반적으로 보면 이번 노동당 개편 및 인사에서는 장성택 처형과 김경희 비서의 실각의 여파로 당 행정부가 해체되고 경공업부가 일부 개편됐으며, 그 여파로 일부 인사 변동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장성택 숙청이 당 행정부 외에 다른 당 부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빈도가 높아 언론에서 ‘신실세’로 주목을 받아온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부부장들은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주목해야 한다.

당 조직지도부는 “당 조직을 움직이고 당원들의 당 조직생활을 지도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당 내 부서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부서로 규정된다. 김일성 주석은 1962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한 결론 <당 조직사업과 사상사업을 개선강화할데 대하여>에서 당 조직지도부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규정한 바 있다.

“당을 꾸리며 당을 움직이는 사업을 주로 하는 부서는 어느 부서입니까? 그것은 조직부, 선전선동부이며 특히 조직부가 이 사업을 합니다. 당 사업이 잘되고 안되고 하는 문제는 당위원장, 당위원회의 활동에 많이 달려 있으며 특히 당 조직부의 역할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조직부라는 것은 당원들의 당 조직생활과 당위원회, 당세포 같은 당조직들의 활동을 지도하는 부서입니다. 조직부는 당 대렬을 끊임없이 정비하고 공고히 하는 대렬부이며 당 생활을 강화하는 당생활지도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약 2,500여 명의 중앙당 간부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당 조직지도부는 실질적으로 북한 노동당을 움직이는 부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조직지도부장은 공석(또는 총비서가 겸직)이며, 공개활동을 하고 있는 주요 간부로는 조연준.김경옥.최휘.황병서 제1부부장, 박태성 부부장 등이 알려져 있다. 특히 2세대로 이미 원로그룹으로 분류되는 조연준.김경옥 제1부부장 외에 3세대로 분류되는 황병서.최휘 제1부부장과 박태성 부부장이 주목된다.

그중 1954년생인 최휘 제1부부장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평양시 복구건설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김일성 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은 최재하 전 내각 건설상의 아들이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후 1990년대부터 오랫동안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활동하며 사상담당 비서를 역임했고, 2000년 5월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했으며 2002년 8.15민족통일대회 북측 대표단원으로 서울을 다녀가는 등 남측과도 인연이 있다.

이후 김일성고급당학교를 나와 당 조직지도부 과장, 당생활지도담당 부부장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후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도 선출됐다. 특별한 정치적 과오가 없는 한 연로한 조연준 제1부부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일부 간부들이 교체되는 ‘인사태풍’을 거친 선전선동부의 경우 핵심간부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리재일 제1부부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켰고, 2012년 조선중앙통신사 사장으로 활동하다 승진한 김병호 부부장도 13기 대의원에는 선출되지 않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자주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김영남, 리용무 등 원로그룹을 특별히 우대하며, 최룡해와 장정남 등으로 대표되는 신(新)측근그룹을 전진배치 시키는 등 노.장.청 조화를 통해 체제안정성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당의 계승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간부와 젊은 간부를 적절히 배치하여 간부대열을 노.장.청 배합의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간부 인사를 해왔다. 13기 대의원들의 연령도 39세 이하 3.9%, 40세부터 59세까지 66.9%, 60세 이상 29.2%로 12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당.정.군의 중간간부층에서는 40~50대로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3월 1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과 한 담화 ,새 세기,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이다,에서 “젊은 간부들을 대담하게 등용하여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수령님께서 몸소 키워주신 일군들이 나이가 많지만 계속 일하게 하고 아껴왔습니다. 수령님을 모시고 일하던 간부들이 이제는 거의 다 나이가 많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그들의 뒤를 이을 후비간부들을 키워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일을 대담하게 시켜야 합니다. 우리 당은 오래 전부터 로, 중, 청을 배합할 데 대한 원칙을 내놓았는데 세대가 바뀌는데 맞게 간부대렬도 갱신하여야 합니다.”

이 같은 간부정책은 김정은시대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시대 노동당도 당분간 김정일시대의 원로간부들을 대우하면서 당 부장과 부부장 직에 신진세대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점진적 세대교체를 이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