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자회담 수석대표들 간의 회동이 빈번해지자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특별한 진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경고한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을 모면해보려는 제스쳐에 불과하다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6자회담의 출발부터 현황까지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

▲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2003년 8월부터 6자회담이 시작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2003년,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그해 8월 베이징에서 첫 6자회담을 개최했다.

앞서, 북핵문제의 주 당사자였던 북한과 미국은 2000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의 틀을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하고 있었지만 2002년 10월 켈리 미 국무부차관보가 방북한 뒤 북한이 ‘우라늄 농축 핵프로그램’을 시인했다고 발표하자 북한은 그해 12월 핵동결 해제 및 핵시설 재가동 선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인력을 추방하고 NPT를 탈퇴한 것이다.

미국은 북미 양자 보다는 주변국들이 함께 참여하는 6자회담을 통해 5:1의 구도를 만들어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도록 폐기’(CVID)하겠다는 목표로 회담에 임했고, 2004년 2월 2차 6자회담까지 이같은 입장만을 반복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2004년 6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보다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면서 시작돼 2005년 7월 4차 6자회담 1단계 회의를 거쳐 9월 2단계 회의에서 마침내 9.19공동성명을 채택하게 됐다.

9.19공동성명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NPT와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고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북한에 대한 에너지 제공, 동북아 평화체제 포럼 구성 등에 합의했다. [9.19공동성명 전문 보기]

2. 세 차례 핵실험과 6자회담 유명무실화

▲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2.13합의)에 합의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러나 9.19공동성명은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5차 6자회담이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첫 핵실험을 실시했다.

2007년 2월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2.13합의)가 채택돼 북핵 불능화 조치와 중유 100만톤 지원 등이 합의됐다. 이어 같은 해 10월 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10.3합의)가 채택돼 연내 북핵 프로그램 신고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이 합의됐다. [2.13합의 전문 보기] [10.3합의 전문 보기]  

이에 따라 북한은 2008년 6월 27일 영변 5MWe 원자로 냉각탑을 외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파시켰고, 7월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의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8월 26일 북한이 불능화 조치 중단을 발표했고, 미국은 10월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북한이 다시 불능화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4월 5일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쏘았으며,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후 6자회담은 사실상 유명무실화 됐고, 북미 고위급 회담이 가동됐다. 북미 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에도 불구하고 2012년 3차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2.29합의’를 발표했다.

2.29합의는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임시 중지 및 IAEA 감시 허용을, 미국은 북미관계 개선과 인적교류 확대, 24만톤의 영양식품 제공 등을 담았다.

그러나 이 합의 역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채 북한은 2012년 4월 13일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를 강행했고, 12월 12일 ‘광명성 3호 2호기’를 발사해 궤도 진입에 최초로 성공했다. 이어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잇단 제재 결의안을 내놓았다.

3. 4차 핵실험 경고와 활발한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

▲ 지난달 25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개최가 결정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14, 15,17일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연쇄 회담을 가졌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최근 눈에 띄게 잦은 접촉을 갖고 있다. 우다웨이 특별대표는 지난달 17~21일 북한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고, 지난달 25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국 수석대표회담이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이 계기에 한.미, 한.일 수석대표 협의도 진행됐다.

이어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 특별대표를 만났고, 우다웨이 특별대표는 이례적으로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3차례나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와 회동했다. 중국과 우다웨이 특별대표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미국과 한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사실상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으며, 북한과 중국은 조건 없는 회담 재개를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핵 고도화를 차단하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재개 관련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미세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사전 조치에 대해 “좀더 유연성을 갖고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목표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차단하는’ 조건이라면 대화 재개를 위한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지난달 30일 북한 외무성이 경고한 ‘다양한 형태의 핵시험’, 이른바 ‘추가 도발’을 회피하기 위한 ‘립 서비스’에 불과하고 결국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그 책임을 북측에 떠넘기기 위한 명분쌓기용 발언들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4. 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4.25 인민군 창건일’

▲ 마지막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만남.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양자회담을 가진 남측 수석대표인 김숙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북측 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때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을 기념하는 태양절을 기념해 4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특별한 조짐이 감지되지 않은 채 지나갔고, 4월 18일 한미합동 독수리훈련도 마무리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23~25일 일본 국빈방문에 이어 25~26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공교롭게도 4월 25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 기념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북한 인민군 창건일을 고비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에 접어드느냐 4차 핵실험 등 강경 대치국면으로 치닫게 되느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체적인 전망은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공고한 한미동맹을 과시하면서 한목소리로 북한 비핵화를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북한이 ‘다른 길’(비핵화)을 선택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위협하는가 하면 내각에 원자력공업성을 신설하고 미국에 대한 연이은 공세를 퍼붓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 실명비판을 재개하는 등 한.미 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대북 메시지와 북측의 반응에 따라 6자회담이 무용지물로 퇴락하느냐, 아니면 유력한 대화틀로 부활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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