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교 간첩사건 증거조작을 책임지고 국가정보원(국정원) 2차장이 사퇴한데 이어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 발언을 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사의를 표명한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의 사표를 즉시 수리한데 반해 야권으로부터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남재준 원장에 대한 인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남재준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최근 중국화교 유가강(유유성) 간첩사건과 관련하여 증거서류 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남 원장은 “일부 직원들이 증거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정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의 수사 관행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중앙지검 진상조사팀은 14일 오후 2시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통해 국정원 김모 과장 등 4명을 기소하고 자살을 기도한 권모 선양총영사관 영사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한다고 발표했지만 남재준 국정원장과 담당검사 2명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따라서 남 원장이 언급한 ‘일부 직원들’이라는 표현은 자신이나 상급 지휘자들은 증거조작을 보고받지 못했고, 법적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 원장은 △낡은 수사관행과 절차의 혁신을 위한 TF를 구성, 강도 높은 쇄신책 마련, △과학화된 수사 기법 발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대공 수사능력 한층 강화, △적법한 절차에 의한 엄격한 자기통제 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또한 예의 '엄중한 안보 환경'을 거론하며 “이 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환골탈태해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안보를 방패삼았다.

남 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기자들을 국정원 청사로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받지 않은데 대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라며 “일문일답은 이번 자리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피해갔다.

국정원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야당은 일제히 ‘꼬리 자르기’라며 남재준 원장의 사퇴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재준 국정원장 대국민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중국화교 유가강 간첩사건과 관련하여 증거서류 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으나, 일부 직원들이 증거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의 수사 관행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대 상황과 정보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낡은 수사관행과 절차의 혁신을 위해 TF를 구성해서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과학화된 수사 기법을 발전시키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대공 수사능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습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에 의한 엄격한 자기통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 안보는 국민들의 안위와 직결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엄중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NLL도발, 4차 핵실험 위협이 이어지고 있고 다량의 무인기에 의해 우리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이렇게 흔들리게 되어 참으로 비통한 마음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질타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환골탈태해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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