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꽃이 피었는가하면 또 어느새 꽃이 다 떨어졌습니다. 화창한 봄날을 시기하듯, 요 며칠 쌀쌀했는데요, 그래도 얼마 있지 않으면 바로 언제 추웠나 싶을 정도로 바로 더워질 것이라고 생각듭니다. 그러면 또 분명 이처럼 눈부신 봄날이 지남을 아쉬워하겠지요.

이런 가운데 봄날을 가장 상징하는 음식은 바로 화전이 아닐까 합니다. 북녘에서도 봄날을 상징하는 음식은 화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양한 잡지와 민속관련 단행본들에서 화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녘의 평양출판사가 지난 2005년 출간한 <조선의 사계절 민속>에는 ‘화전’이 꽃을 지진다는 뜻으로서 찹쌀가루 반죽에 여러 가지 꽃을 넣어서 기름에 지진다음 꿀에 재운 것을 말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사계절 민속>에 따르면, 이른 봄에 제일 먼저 피는 진달래, 개나리, 국화, 매화, 복숭아꽃과 같이 색과 모양이 곱고 향기 그윽한 꽃들의 꽃잎을 따서 썼는데 그 꽃의 이름에 따라 ‘진달래화전’, ‘복숭아화전’ 등으로 불렀습니다. 화전은 만드는 방법이 지짐을 지지는 것과 비슷하지만 꽃향기가 스며들어 그 맛이 향기로웠으며 보기에도 좋아서 큰상에 높이 고여 놓거나 다른 떡 위에 놓아 장식하는데도 쓰였습니다. 그렇게 연중 아무 때나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3월 3일을 맞아 야외에서 산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2005년 북녘의 사회과학출판사가 출간한 <어원유래상식1>도 ‘화전’이란 말은 ‘꽃지짐’이란 뜻에서 ‘꽃 화’(花)자, ‘달일 전’(煎)자로 쓰는 말로 화전을 국화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반죽하여 지져 만든 떡이라고 소개합니다. 3월 삼짇날에 진달래꽃을 따서 지져 만드는 경우가 특히 많았는데, 이런 떡을 먹으면서 3월 삼짇날을 비롯한 좋은 봄날들과 가을날들에 즐기는 놀이를 ‘화전놀이’라고 했습니다. 국화가 만발하는 가을에 둥근 모양으로 만든 화전을 해먹는 풍습은 날씨가 따뜻한 남쪽지방들에 많았습니다.

2005년 북녘의 조선출판물수출입사 출간한 <민속명절료리>에서는 “화전은 계절감을 잘 나타내는 독특한 음식으로서 우리 인민들은 철따라 피는 꽃들로 많이 만들어 먹었다. 또한 우리 인민들이 음식의 맛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비끼게 하여 맛을 돋군 특색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합니다.

삼월삼짇날에는 화전 외에도 다양한 음식으로 봄기분을 만끽하는데요, 앞서 소개한 <조선의 사계절민속>은 삼월삼질음식으로 진달래꽃을 녹두가루에 넣어 반죽해 익혀서 가늘게 썰어 오미자물과 꿀물에 넣고 잣을 띄운 화면(花麪)과 흰쌀가루를 반죽하여 방울모양의 떡을 만들고 팥소를 넣은 다음 한쪽을 구부려 방울같이 만들고 5색물을 들인 산자떡, 녹두물을 잘게 썰어 돼지고기, 미나리, 김 등을 넣은 다음 초장을 치고 시원하게 먹는 탕평채 등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또한 <조선의 사계절민속>은 “꽃향기가 풍기고 선들바람이 몸을 간질이는 봄철에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음식을 들며 흥을 돋구려면 한가지가 더 있어야 하였으니 그것이 술이였다”며 “봄철에 만들어 마신 좋은 술로서는 두견주, 도화주, 리강주 등이 있었다”고 소개합니다.

아울러 ‘두견주’(杜鵑酒: 두견은 소쩍새나 진달래를 이르는 말이다)는 진달래꽃을 넣어서 만든 술이고 ‘도화주’(桃花酒)는 복숭아꽃을 넣고 만든 술이며 ‘리강주’(梨薑酒)는 소주에 배의 즙과 생강의 즙 그리고 꿀을 섞어 넣은 술로 이 술들은 봄에 피는 꽃과 과일들을 기본원료로 하여 만든 것이므로 봄명절을 즐기는 데는 물론이고 건강에도 좋았다고 설명합니다.

1994년 북녘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출간한 <조선의 민속전통1-식생활풍습>에도 봄철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3월중 주요명절은 삼질날(3월3일)로 봄철에 돋아난 풀을 밟아본다는 뜻에서 답청(밟을 답, 푸를 청)절이라고도 하며 삼질날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서는 화전, 화면, 수면을 들 수 있다고 꼽았습니다.

<조선의 민속전통1-식생활풍습>에 따르면 화면은 녹두가루를 반죽해 익힌 다음 가늘게 썰어서 오미자물과 꿀물을 타고 잣을 띄운 것이고 수면은 녹두국수로 만드는데 붉은 물감을 들이고 꿀물에 만 것으로 평양지방에서는 삼짇날에 화전과 함께 화면을 즐겨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동국세시기>에는 봄철 음식으로 탕평채, 수란, 탕, 횟감, 서여찜, 증편, 설기떡, 환편, 산편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탕평채는 녹두묵을 잘게 썰고 거기에 돼지고기, 미나리, 움, 김 등을 넣고 초장으로 간을 맞춘 것이며 수란은 계란을 끓는 물에 넣어 절반 익히고 초장을 친 것이고 탕은 대합과 조기를 끓인 국입니다.

또한 산편은 멥쌀가루로 방울모양의 떡을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다섯 개를 꿴 것인데 마치 구슬을 꿴 것 같아 그 모양이 곱고 맛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술은 소국주, 두견주, 도화주, 송순주, 삼해주 등과 특히 관서지방의 감홍로, 벽향주, 황해도의 리강고, 호남(전라도) 지방의 죽력고, 계당주, 호서(충청도) 지방의 로산춘, 서향로 등이 유명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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