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인기(無人耭) 소동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 추락한 무인기가 북한제라고 한다. 그런데 조야하기 짝이 없단다. 보기에도 허술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 방어와 민심을 교란시키고 있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게다가 언론은 연일 방공망의 허점을 비판하고 군 당국은 오락가락 말을 바꾼다. 결국엔 이 무인기의 부품이 낡을지라도 기술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견해와 동호회에서 만드는 수준으로 안보 영향은 미미하다는 견해로 갈린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에 난리법석을 떤 적은 있지만 소형 무인기에도 이래야 할까?

◆ 이 무인기가 북한제라고 한다면 그 용도는 무엇일까? 공격용, 정찰용, 교란용 등이 거론된다. 국방부는 “겨우 2∼3㎏ 정도의 TNT를 실을 수 있는데 그 정도 자폭 기능을 가지고는 큰 유해는 끼칠 수 없다”고 공격용과 자폭용을 모두 부정했다. 그럼 정찰용은? 일반 상용 인공위성으로 찍은 것보다 해상도가 낫지도 않고, 또 실시간 송·수신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전파교란(GPS Jamming)’이라는 교란용 견해도 나온다. 우리 군의 통신장비, 군용기, 탱크, 함정, 미사일 등에 GPS 기술이 적용되기에, 무인기의 교란에 의해 일시에 무용지물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간 한때 북한의 인간어뢰가 천안함을 폭침시켰다는 식으로 언어의 유희에 빠질지도 모른다.

◆ 북한은 이 무인기에 대해 지난 5일 ‘정체불명의 무인기’라고 했다가, 7일 ‘상투적인 모략 소동’이라고 우리의 자작극으로 몰았다. 그래도 우리 군의 발표대로 무인기가 북한제라면 북한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원칙에 충실히 따른 셈이다. 그 원인은 ‘비대칭 전력’에서 나온다. 자본과 물자에서 열세인 북한이 저비용·고효율의 비대칭 전력을 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의 첨단 무기나 재래식 전력에 비해 열악하기에 핵과 미사일 구비라는 비대칭 전력을 구축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 그렇다면 소형 무인기도 북측이 구사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일 수 있다. 한·미는 정찰 위성으로 북한의 금수산태양궁전과 같은 성지 그리고 풍계리 핵실험장과 같은 전략 거점들을 손금 보듯 하고 있다. 북한이 느낄 위협과 공포를 읽을 수 있다. 북한의 무인기가 지금은 조악할지 모르지만 향후 한·미 정찰 위성의 비대칭 전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항간에 나도는 북한의 EMP탄 소유설도 비대칭 전력의 연장선에서 회자된다. 이처럼 무인기든 EMP든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구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수백 만 원대의 무인기에 대해 수천 억 원대의 첨단 저고도레이더를 구매한다고 하니 한 편의 코미디 아닌가?

◆ 일찍이 북한은 비대칭 전력 전략에 따라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었다. 우리도 만들면 되지만 미국과의 원자력협정과 미사일협정에 묶여 만들지를 못한다. 미국을 비난할 일이지 북한더러 뭐라 할 일이 못된다. 그럼 무인기는 어떤가? 마침 미국과 무인기제한협정을 맺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 무인항공기 기술력은 북한을 월등히 앞선다고 한다. 무인기 방공망은 비용도 많이 들고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도 무인기를 만들어 무인기에서 만은 북한과 ‘대칭 전력화’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어느 나라도 무인기에 대해 대응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그 위험이 크지 않다는 반증이니 너무 호들갑을 떨지 말자는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