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박근혜 대통령이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제안은 북한이 사실상 거부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평화통일 3대 제안을 간단히 살펴보면, (1) 남북간 인도적 문제를 우선 해결, (2) 북한의 “민생인프라”를 남북이 공동으로 구축, 그리고 (3)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이다.  

박 대통령의 평화통일 구상이 대단히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인데도 불구하고 왜 북한이 이 구상을 거절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3대 제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의 입장에서 3대 제안이 북한주민을 상대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김정은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포함되어있음을 잘못 이해하고 북한지도부가 오해살 만한 제안으로 받아드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코리아(a unified Korea) 국가를 건설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과 북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핵심과제들을 풀지 않고는 “통일대박론”은 환상에 불과할 것이다.

2015년은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조국분단을 극복하고 7천5백만 겨레가 염원하는 한반도 평화통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남과 북은 지난 6년 동안 불행하게도 적대적 남북관계로 점철되어 현재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진전되기도 하였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 후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장성택을 처형하고 유일영도체제를 구축하여 지난 2년반 동안 대미.대남 적대정책의 수위를 최고조로 높혀 한반도 위기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한반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시기로 진전될 기회가 다가올 것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합의에 의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이 얼마나 형극의 길인가를 보여줌으로써 향후 합의통일의 길이 순탄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한반도 합의통일로 가는 길에 남과 북이 해결해야할 6대 핵심과제를 살펴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기본장애물이 무엇인가부터 논의를 시작으로 통일대박론이 정치적 구호가 안 되길 기원하면서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풀어야할 6대 핵심과제를 검토하는 것이 이 글의 기본목적이다.

1953년 군사정전협정 체결 이후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정전체제가 지난 61년간 유지되었다.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평화체제 구축없이 남과 북이 합의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유리한 국내외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프로세스에서 많은 걸림돌로 작용하는 핵심이슈들을 다음 6가지로 요약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남북간 불신이 깊고 상호신뢰가 결여되어 있다. 남북한간 신뢰구축을 이루는 것이 급선무이다. 상호신뢰가 부족하다보니 통일의지도 부족하다. 남과 북이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의 발효(1992) 이후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공동성명(2000)과 10.4 남북정상선언(20007)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뿌리깊은 상호불신과 적대감 그리고 상반된 이념과 체제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기본장애물로 남아있어 먼저 해결되어야한다. 아직도 남과 북이 갖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악마의 이미지’는 남북간 협력과 협상과정에서 장애요소로 남아있다. 적대적 남북관계는 대단히 위험스러운 수위에까지 도달하게 되었고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과 유연성을 갖고 화해와 협력의 정책(a policy of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을 남과 북이 함께 추진한다면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 문제는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하여 남과 북이 서로 상반되는 접근을 하고 있다. 북한은 상호불신을 해소하고 대결구도를 지양하며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통일로 가는 새 국면을 열어가기 위한 첫 출발점으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고집하고 1974년 이후 일관성있게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점진적 접근을 통해 우선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상호신뢰 구축의 바탕 위에 2+2방안(남북평화협정+미.중보장)을 주장하여 왔다. 이 두 상반되는 접근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다자간의 평화협정을 선호하기  때문에남과 북이 주장하는 각자의 한반도 평화체제 방안을 받아드릴 수 없을 것이다.

셋째, 북한은 “하나의조선”(one Korea) 정책을 주장한다. 사실은 국제법상 한반도에는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 남쪽에는 대한민국(ROK),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유엔회원국으로 동시가입(1992)하였고 남과 북이 남북기본합의서(1992발효)에 서명한 이후에도 북한은 ‘하나의 조선’ 정책을 고집해오고 있다. 남북한은 남북관계가 특수관계라는 점을 감안하여 두 개의 주권국가가 아닌 두 체제와 두 정부의 평화공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과 북이 이젠 현실적으로 한반도에는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상호인정하고 남북간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합의통일국가를 모색함이 바람직하다.

넷째, 현재 남과 북은 상이한 한반도 통일방안을 제시한다. 북한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Democratic Federal Republic of Koryo --DFRK)이고 남한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Korean National Community -- KNC)이다. 주체사상에 바탕을 둔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남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의 철수 등을 전제조건으로 1민족, 2체제, 2정부를기초로 하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설을 주장한다. 이와는 달리, 한국정부의 민족공동체방안은 통일과정으로 남북연합의 중간단계를 거쳐 단일주권 독립국가의 설립을 목표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북한의 이질적인 이데올로기와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해 상생.공영.공존의 남북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라는 점을 남북한이 공동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이한 통일방안을 내세우고 있어서 남과 북이 공동통일  방안에합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남과 북이 합의할 수 있는 미래 통일비전의 하나의 통일방안의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다섯째, 한반도에서 북한은 핵국가임을 북한 개정헌법 서문(2012.4)에 명기하고 핵국가임을 공표한 상태이지만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 6자(미, 중, 러, 일, 남북한)간 이미 합의한 9.19공동선언(2005)에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공약하였지만 비핵화의 무효화(2013.2)를 선언하여 핵국가임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6자회담의 어느 국가도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기본조건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북한은 61년간 지속되어온 정전협정을 북미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국제적으로 유리한 통일기반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변해 왔다.

여섯째, 남과 북이 유일하게 통일방안에 관해 합의한 6.15 공동선언(2000)의 2항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 14년간 남북 당국자간 논의가 없었던 것은 남과 북이 통일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남과 북이 각자의 통일방안을 고집한다면 통일은 이룰 수 없다. 그래서 북의 고려연방제와 남의 민족공동체방안을 기초로 남북의 공동통일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남과 북이 한반도의 미래통일방안으로 중립화를 통한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에 합의함이 하나의 대안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남과 북이 앞에서 논의한 6대 핵심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 프로세스는 아직도 요원하다 할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곧출범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통준위의 역할과 기능은 통일부나 헌법기관인 평화통일자문회의의 기능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입각하여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혁신적인 기구로 출범하길 기대하면서 환영한다.

통준위가 초당적이고, 초종교적이고 그리고 초이념적인 통일 관련 권위자들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국민의 기대는 자못 크다. 이 기구가 새로운 통일.대북정책을 구상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창의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써 혁신적인 정책구상을 창안하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 창의적인 역할을 바란다. 그리고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기 6대 과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현실성이 있고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비난받지 않기 위해 남과 북이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여 하루빨리 평화통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주길 기원한다.<끝>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0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등; 영문책 Editor &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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