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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가 지난 9일 시작, 11일 대의원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는 우리로 치면 국회의원을 뽑은 것과 같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는 김정은 시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라서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기능이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1.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국회와 비슷하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2012년 4월 13일 개정) 6장 국가기구 중 제1절 최고인민회의 편에서 의미와 역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주권기관'이라고 밝히고, '입법권을 행사한다'고 역할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도 헌법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한 조항과 같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직접 뽑는 국민의 대표 자격을 갖기 때문에, 국회를 최고 주권기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입법권 외에도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수정.보충, △부문법 제정 또는 수정.보충, △국가의 대내외 정책 기본원칙 수립,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선거 또는 소환, △국가 인민경제발전계획과 그 실행정형 심의 및 승인, △내각 및 중앙기관 사업정형 대책수립, △조약 비준 및 폐기 등의 역할을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국회가 국가 예산을 심의.확정하고, 법률안을 제출.심의.통과하거나 조약 체결.비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 대통령 탄핵소추 등의 역할을 하는 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5년 임기의 최고인민회의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하는데, 정기회의는 1년에 1~2차, 임시회의는 최고인민회의는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대의원 전체 1/3의 요청이 있을 때 열립니다.

하지만 10기 최고인민회의 당시에는 1년에 1차례만 열렸고, 회기도 단 하루에 그쳤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국회는 매년 1회, 100일간 정기회의를 하고, 임시회의는 국회 재적의원 1/4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30일간 열립니다.

2. 일반.평등.직접 선거와 비밀투표..100% 찬성율 정치문화

북한 헌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해 비밀투표로 선출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되니까 선출방식은 규정상으로는 남북이 똑같군요.

이번에 치러진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 결과를 두고 많은 사람이 놀라워 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투표율과 찬성률입니다.

지난 11일 북한 중앙선거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3기 대의원은 총 687명으로 전체 선거자의 99.97%가 참가, 해당 선거구 대의원에게 100%의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99.97%라는 높은 투표율도 흥미롭지만, 100% 찬성은 어리둥절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의 각 선거구에 출마한 대의원은 경선을 거치든, 단독후보이든 일단 한 선거구, 1인 후보자를 원칙으로 합니다.

1948년 최고인민회의 1기 대의원 선거를 살펴보면, 212개 선거구에 227명이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원래 단일 입후보자를 원칙으로 했지만, 212개 선거구 중 15개 선거구에 복수후보가 나왔던 사례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대의원 후보자들은 경선 방식이 아닌 단일 후보로 대의원 후보에 등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보 자격의 기준이 있을까요?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데 자격은 지역 일꾼이면 되겠죠? 우리 국회의원들도 지역의 일꾼인 것처럼요.

지난 5일 발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 추천 및 등록 관련 보도에는 "김정은 동지의 선군혁명 영도를 높이 받들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인민군 군인들과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 일꾼들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로 추천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지역 일꾼으로 단독 후보에 오른 대의원이라면 여러분들은 찬성표를 던지시겠습니까? 아니면 기권표나 반대표를 던지시겠습니까? 그것은 유권자들의 몫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일꾼들에게 100% 찬성을 던져 힘을 실어줬겠죠. 비밀투표이니 비밀을 어떻게 캐내겠습니까.

그렇지만 북한에서 왜 100% 찬성률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암시할 수 있는 문건이 있습니다.

바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1기 선거 당시인 1948년 8월 4일 자 <노동신문>, '조선최고인민회의 선거로 조선인민의 단결력을 시위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입니다.

"우리는 이 선거사업에서 어떻게 조선인민의 통일 단결력을 시위할 것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의 원칙적 노선을 더욱 강화하며, 광범한 민주역량을 더욱 결집하여, 모두 다 선거에로 인도하며,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에서 추천한 공동입후보자에게 일치하게 투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며 조선이 통일되지 못한 것은 오직 미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정책과, 그들의 비호 하에서 단선은 철두철미한 허위라는 것을 더욱 뚜렷이 세계인민 앞에서 폭로하여야 할 것이다"

1948년 첫 선거에서 시작된 '입후보자에게 일치된 투표'를 하도록 하는 정치문화는 2014년 현재까지 습관처럼 몸에 배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100% 찬성표는 우리와는 너무 다르지만 북한의 전통에서는 이해됩니다.

3.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분단의 산물

이번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까지의 정국을 다 살펴봐야 하는 복잡함이 있습니다.

복잡한 역사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도 어렵고, 다 설명하는 것은 눈의 피로를 더할 뿐이니, 간단히 말하자면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분단의 산물과 같습니다.

해방 이후 분단된 한반도에는 북쪽에는 김일성, 남쪽에는 여운형, 박헌영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쪽에는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세력도 함께 공존했지요.

남북의 좌익계들은 공동 선거를 통해 통일을 도모하였지만, 결국 1948년 5월 10일 남한에서 단독선거가 치러집니다. 우리나라 국회가 처음 시작된 것입니다.

이에 북한도 1948년 8월 25일 최고인민회의 1기 대의원 선거를 강행합니다. 일치된 선거로 남북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길은 요원해졌습니다. 물론, 남쪽에서도 지하선거를 통해 360명이 뽑혔지만, 남쪽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1948년 8월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1기 대의원 선거로 국회의장 격인 초대 의장은 허헌, 부의장은 김달현과 리영이 선출됐습니다.

우리나라 초대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이승만입니다.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에 출마한 이후에는 신익희가 의장을 김약수.김동원, 윤치영이 부의장을 맡았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자료정리-통일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1기 1차 회의는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북한에서 선출된 212명의 대의원과 남한에서 지하선거로 선출된 360명의 대의원 등 총 572명 가운데 528명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대의원들은 노동자 120명(20.9%), 농민 194명(34%), 사무원 152명(26.7%), 수공업자 7명(1.24%), 상인 22명(3.84%), 기업가 29명(5.1%), 문화인 33명(5.8%), 전 지주 1명(0.02%), 종교인 14명(2.4%) 입니다.

이 중 일제 당시 일제에 의해 체포.구금된 경력은 248명, 수감기간은 총 957년 4개월이고, 성별로는 남성 503명, 여성 69명입니다.

북측 대의원 중에는 김일성, 김두봉, 김책, 주영하, 허가이, 최창익, 박일우 등 잘 알려진 인물 외에도 김선길 평양제2양말공장 직공, 김용국 소작농, 옥영자 인민학교 교수 등이 있습니다. 김일성은 평안남도 강동군 승호선거구 대의원이었습니다.

북한은 우리 초대 제헌의회 국회의원들이 친일분자와 자본가, 지주 일색이고 노동자.농민의 대표자가 없다며 자신들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근거로 항상 이 문제를 거론해왔습니다.

1948년 1기 572명으로 시작한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전쟁을 거쳐 2기(1957년) 125명, 3기(1962년) 383명, 4기(1967년) 457명, 5기(1972년) 541명, 6기(1977년) 579명, 7기(1982년) 615명, 8기(1986년) 655명을 거쳐 9기(1990년) 687명으로 뽑아 지금까지 같은 숫자의 대의원을 선출하고 있습니다.

특징적으로는 1967년 처음으로 재외국민선거를 인정해 재일조선인총연합회 회장인 한덕수를 포함해 7명이 선출됐고,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한 차례 선거가 연기돼 1998년 10기 대의원을 뽑았습니다.

고 김일성 주석은 1948년 1기 대의원에 선출된 이후 9선,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2년 황북 송림에서 7기 대의원에 선출된 이후 6선에 올랐습니다.

4. 13기 대의원 선거 결과, 재미있게 들여다볼까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이 선출되면서 많은 언론에서 명단을 두고 분석을 쏟아냈습니다.

이미 많은 보도들이 쏟아져 나와 우리 독자들도 누가 됐고, 누가 떨어졌고 아시겠지요? 그렇다면 재미있게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들을 살펴볼까요?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처음으로 제111호 백두산선거구에서 선출됐습니다. 우리로 치면 3대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셈이죠.

우리나라에도 3대째 국회의원을 지낸 집안이 있습니다. 바로 정일형, 정대철로 이어진 정호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지역구도 서울 중구를 3대째 대물림 받았습니다.

이번에 11선 고지에 오른 양형섭 당 정치국 위원은 최다선자로 꼽힙니다. 양형섭은 1962년 3기부터 시작해 한 번도 빠짐없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뒤를 이어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10선입니다.

최고령자는 단연 1919년생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입니다.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은 북한의 대표적 '항일빨치산' 출신인데요. 1919년 5월 3일생이니, 3.1만세운동은 뱃속에서 들었겠군요.

황순희에 이어 리을설, 류미영이 1921년생, 김영주가 1922년생으로 90대 나이에 대의원직을 수행합니다.

우리도 많이 들어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 이번에 처음으로 대의원이 됐습니다.

1989년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임수경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방북대표가 평양을 방북했을 때 강지영 당시 북측대표가 임수경 씨와 함께 했었죠. 임수경 씨를 보고 "미모를 보고 통탄했다"고 말했다네요.

당시 남북 대학생 신분으로 만난 인물들이 이제는 임수경 민주당 국회의원, 강지영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이 됐으니, 남북 국회의원 교류가 있다면 소감이 남다를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임수영 의원도 '수산나'라는 세례명이 있고, 강지영 대의원도 '바오로'라는 세례명이 있으니 같은 천주교 신자군요.

임수경 의원의 느낌은 어떨까요? <통일뉴스>가 통화해봤습니다.

"강지영..정말 오랜 친구 느낌이죠. 그 분과 저는 띠동갑이에요. 나이 차가 많아요. 하지만 같은 시대에 통일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는 점에서 소감이 남달라요. 제가 평양에 갔을 때 그 분은 김책공대 학생회장이었어요. 어찌 보면 이번에 강지영 씨도 국회의원이 된 거잖아요? 서로 의원신분으로 만난다면, 예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죠. 어깨가 무겁네요."

이 외에도 김양건 당비서를 비롯해 얼마전 남북고위급접촉 단장으로 나온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장재언 조선가톨릭협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강수린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회장 등 대남사업 관계자들도 13기 대의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과 관련해서 남쪽에도 잘 알려진 인물인 홍선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도 이번에 재선됐습니다.

홍선옥 서기장은 북한 '조선일본군'위안부'및강제연행피해자보상대책위원회'(조대위) 위원장을 오랫동안 맡았고, 지난 2007년에서 서울을 방문, 수유리 여운형 선생 묘역과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습니다.

아쉽지만, 남쪽 여성계에 알려진 인물인 로성실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위원장은 이번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습니다. 장성택 후폭풍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남북 간 여성교류는 이제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해야겠습니다.

최근 북한의 국가수반으로 일컫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낙선됐다는 분석이 나와 다시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55호 은하선거구에 당선된 김영남은 상임위원장이 아닌 과학자 대표라는 것이 정보당국의 분석인데요. 통일부는 정보당국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아 오는 4월에 열릴 13기 1차 회의를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정은 시대 첫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 선거 결과는 국내외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의원 면면에 대한 분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북한의 687명 대의원 명단에 관심을 반드시 가져야 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지만 한반도 통일을 위해 어떤 인물이 주요 직위에 오를지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는 4월에 열릴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를 한번 지켜봅시다.

(수정, 17일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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