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관련 발언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연초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뒤 2월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킴으로써 국민적 지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자신감의 표현일까요?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은 2월25일 ‘경제혁신 3개년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통일 준비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말하자면 통일준비위원회는 연초 밝힌 ‘통일 대박론’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기구인 셈입니다.

나아가, 3월 들어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3월1일 제95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어 3일에는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 인사말에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국제사회의 신뢰를 채워나가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남북한 모두가 행복한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일에는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3.1절 기념사에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후속작업으로 서신교환과 화상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할 것을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연일 ‘통일’, ‘통일시대’, ‘통일준비위원회’ 등을 외치는 둥 모두가 거침없는 언행입니다. 이는 박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통일.외교 부처들도 나섰습니다.

그 선봉에 외교부가 섰습니다. 윤병세 장관은 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천명한 2월25일, 한 학술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과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배경을 설명하는 준비된 모습을 보였으며, 3월3일에는 앞에서 언급한 박 대통령도 참석한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독일은 반세기만에 통일을 성취했으나, 한반도의 분단은 70년이 되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이 분단의 유산을 또 다른 세대에 물려주지 않고자 한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설치로 서운했을 법한 통일부도 나섰습니다. 류길재 장관은 3일 열린 통일부 45주년 기념식에서 “바야흐로 통일의 시대가 다가 온 것 같다”며 “이 흐름을 정말로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으로 바꿔야할 사명감이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비장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렇듯 대통령을 비롯해 관련 부처 장관들도 나서 ‘통일’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물론 불과 1년 전에도 보기 힘들었던 광경입니다. 그래도 지금 나오는 ‘통일’, ‘통일시대’, ‘통일준비위원회’가 그리 생경하지 않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북측과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서 비롯된 ‘남북화해시대’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새삼 ‘우물물을 마실 때 그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하라’는 경구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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