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0~25일 금강산에서 열립니다. 2010년 이후 3년 4개월 만에 이뤄지는 상봉입니다. 하루 전인 지금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집결지인 속초로 속속 모이고 있답니다.

대부분이 80~90대의 고령자인 어르신들이 건강 점검을 받고 방북 수속을 밟게 되겠지요. 아울러, 북측에서도 ‘흩어진 가족들’이 금강산을 향해 출발하고 있겠지요.

20~22일 1차 상봉 행사에서 남측 가족 82명이 북측 가족 180명을 만나고, 23-25일 2차 상봉에서는 북측 가족 88명이 남측 가족 361명과 상봉합니다. 상봉을 바라는 전체 남북 이산가족에 비하면 소수이지만 이렇게라도 시작이 됐으니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더구나 이번 상봉에 앞서 최근 강원도 일대와 금강산에는 기록적인 눈이 내려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눈폭탄에도 불구하고 제설차량 15대를 동원해 금강산까지 가는 길을 정비해 이동과 행사에 차질 없게 했다니 이것 또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곧 앙상한 뼈처럼 드러난 개골산(皆骨山)을 만나게 되겠지요. 온정각과 문화회관은 잘 있는지요. 숙소로 쓰일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도 무사한지요. 평양 옥류관을 본 딴 금강산 옥류관의 냉면 맛도 그대로인지요.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금강산온천에는 아직 노천탕이 있는지요.

목란관을 거쳐 산행길에 올라 금강문, 옥류동, 연주담, 비봉폭포를 지나 오르는 구룡폭포과 상팔담은 여전히 그 위세가 대단한지요. 만물상과 삼일포도 모두 건재하겠지요. 이번 기회에 이 모든 걸 일망(一望)할 수는 없겠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제 곧 ‘민족의 명산’이라 불리는 금강산에서는 6일간에 걸쳐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입니다. ‘셰익스피어도 쓰지 못할 비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난 세기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애환(哀歡)을 이산가족들이 고스란히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매불망(寤寐不忘) 애타게 기다려온 이들의 열기가 금강산 일대에 내렸다는 2미터 이상의 눈도 순식간에 녹여낼 것입니다. 60여 년 만의 해후(邂逅)에서 쏟아질 이들의 눈물이 우리 민족 모두의 마음에 깊은 고랑을 남길 것입니다.

마침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 성사돼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서 개선의 물꼬가 트이고 또 이산가족의 눈물이 마를 수 있도록 상봉도 정례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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