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4일, 북한 핵문제 관련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으며, 이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미.중 간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이날 베이징 소재 JW매리어트호텔에서 단독회견을 열어 '북한 비핵화'와 관련 "우리는 구체적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들(중국)이 탁자 위에 아이디어를 던졌고 우리도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우리는 이것들을 평가 중"이라고 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중국의 생각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간과 목적의 긴급성에 따라 우리는 향후 며칠 간 매우 진지하게 (이 문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의미있고 구체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조치가 지금 시작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그러나 중국이 궁극적인 '북핵 불용'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이 지역에서 불안정이나 전쟁 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 문제가 외교를 통해서 정치적인 협상으로 풀려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것이 그들의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그는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국무원 총리,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 북핵 문제와 영토.해양 분쟁 및 방공식별구역 문제, 기후변화, 아프가니스탄, 이란, 시리아 문제, 경제협력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케리 장관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담판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확인한 뒤, "중국은 (한)반도의 혼란과 전쟁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태도는 엄숙 진지하며 말뿐 아니라 그대로 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의 거듭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4일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독수리'를 강행하는 한.미와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불안정론'을 공공연히 설파하며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듯한 한국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짙어 보인다.

왕이 부장은 "현재 시급한 것은 조기에 대화 재개의 기회를 잡는 것"이라며 "유관국들이 대국에 착안해 언행을 신중하게 하고 유연성을 발휘해 정세 완화에 유리한 일을 많이 하며, 6자회담 재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는 지속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실효적인 대화를 통한 해결 궤도로 돌아가야 한다"며 "중국은 미국 등 유관국들과 더불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준비가 돼 있으니 이제는 미국이 결단을 내릴 때'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주사(국) 책임 일꾼들로 구성된 중국 외교부 대표단이 지난주 방북해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과 북중관계,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14일 중국 측이 케리 장관에게 제시한 구체안이 '북중 협의안'으로 보이는 이유다.

화춘잉 대변인은 14일 밤 '남북고위급접촉 합의' 관련 대언론자료를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려 "중국은 지지와 축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정월 대보름인데, 명절에 남북관계의 긍정적 진전이라는 기쁨을 더했다"며 "이는 남북 쌍방의 민족적 대의와 지역의 평화 안정이라는 대국에서 출발해 서로 양보한 결과로, 우리는 이에 대해 찬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일관되게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해왔다"며 "쌍방이 계속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정세 완화를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보,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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