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세 외교장관과 케리 미 국무장관이 13일 저녁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 앞에 나란히 섰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국과 일본이 역사를 뒤로 하고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그와 함께 굳건한 3자(한.미.일) 간의 협력을 유지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케리 장관)

“일본지도자들의 역사수정주의적인 언행이 계속되는 한 양국 간의 신뢰가 구축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면서 주변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 (윤병세 장관)

13일 저녁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선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일 관계에 대해 각각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청와대 예방이 늦어진 데다 통인시장에서 떡볶이를 사먹고 오느라 회담 예정시간인 6시 30분을 한 시간 이상 넘겨 도착한 케리 장관은 “(한.일) 두 동맹국이 서로서로 과거문제는 조금 젖혀두고 양자 간, 삼자 간의 협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안보 문제”라며 “현재 모든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다시피한 이런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고 “그래서 과거보다는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국과 일본 모두다 우리 동맹국이기 때문에 양국으로 하여금 우리와 함께 협력을 통해서 이 같은 굉장히 깊은 역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수 주, 수 달 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병세 장관은 “최근 많은 국제사회 여론이 일본이 침략문제라든가 위안부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이슈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일본 지도자들이 경청하고 이에 합당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한.일 관계 개선에 있어서 아주 필요하다”고 과거사 문제를 직시할 것을 주문해 온도차를 보였다.

한편, 미국 정부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타이) 열도는 미.일 방위조약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온데 반해 독도의 경우 한.미 방위조약의 대상인지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질문에 대해 케리 장관은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 케리 미 국무장관(왼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전날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논점이 됐던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해서는 두 장관이 한목소리를 냈다.

케리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를 다른 것과 결부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며 “군사훈련은 변하지도 않고 더 커지지도 않고 매해 있었던 것과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도 “이산가족 문제는 철저히 인도주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와 연계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키리졸브 훈련은 유엔사를 포함해서 모든 이해관계국들한테 통보를 하고 있는 투명한 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 특별히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대 핵심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 케리 장관은 “미국은 북한을 핵으로 무장한 국가로서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대화만을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재확인하고 “공통 목표인 검증가능한 평화로운 비핵화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화가 재개되지 않은 데 대해 “지금 북한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물밑통로(백 채널)로 (북미) 양자회담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정립해 놓은 (6자회담) 프로세스에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는 북한으로부터의 핵이나 각종 위협에 대한 노력에 있어서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탄도미사일에 의한 위협도 포함된다”고 말해 미국 주도의 ‘MD(미사일방어) 체제’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간접 메시지를 전했다.

▲ 두 장관은 대체로 한 목소리를 냈지만 한.일 관계 개선에 관한 입장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 장관은 “최근 이란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공조, 단합이 핵문제 진전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며 ‘투 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 방안을 추진함과 더불어서 이미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가 나름대로 작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사회에서의 압박을 통한 노력을 병행”해야 “비핵화의 실제적 진전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케리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은 굉장히 중요하고 독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북.중 간 교역규모나 연료, 금융 문제 등을 열거한 뒤 “어떤 국가도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중국보다 큰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중국이 조치를 취했던 실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북한이 주저하고 있다는 부분을 볼 수 있다”며 북한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임하려고 하지 않는 북한을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의 안정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최근 2년 동안 북한의 여러 가지 군부의 교체라든가 그러한 것을 볼 때 단기적으로 현 정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그런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이러한 것이 과연 어느 정도 내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장성택 처형을 보면서 “북한 정세가 상당히 불안정하고 유동적이다.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한반도의 장래’, ‘통일’ 등이 수 차례 거론됐으며, 윤 장관은 “미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