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2월 케리 미국무장관 방한 계기로 6자회담 재개 합의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벽두에 ‘통일대박론’을 말하자, 북한이 비방중상 중단을 포함하는 중대제안을 했다. 북한의 중대제안을 청와대에서 위장평화공세라고 하자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명에 따라서 위장평화공세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제안하였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과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 사이인 2월 17일부터 22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고 화답했다.

대화국면의 배경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조선일보>의 ‘통일은 미래다’ 시리즈 등으로 새해부터 통일에 대한 담론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적극적은 대화공세가 남북관계를 후끈거리게 만들고 있다. ‘퍼주기 프레임’과 ‘종북몰이’가 주된 담론이었던 한국의 현실에서 볼 때 상전벽해라도 된 듯한 상황이다. 통일문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 사이의 담론경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오랫동안 냉각되었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조짐이 생기고 있다.

새해 들어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남북대화를 제안한 것은 장성택 처형 이후 작년 12월 17일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를 거치면서 김정은 체제가 구축된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김일성 3주기 이후 탈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김정일호의 닻을 올렸던 것과 달리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2년 탈상이 지나자마자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김정은 체제 안착의 핵심고리는 인민생활수준 향상이므로 이를 위한 평화적 주변환경이 북한에게는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으로 답하는 모양새가 마련되었다. 북한의 적극적은 대화공세는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2013년의 경우 1월말 유엔의 대북제재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핵실험으로 이어지면서 북한의 말폭탄 공세가 병행되었다. 한.미 양국이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에서 하늘의 지배라자로 불리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22기와 B-52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위기로 치달았다.

2013년 봄은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유엔제재-북한의 핵실험-한미군사훈련 강화-북한의 말폭탄 공세 등으로 악순환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2014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남북대화 제안-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등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으므로 선순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한 대남정책의 특징

북한의 태도는 과거와 몇 가지 점에서 크게 다르다. 우선 한국정부가 북한의 대화공세를 위장평화공세라고 밀어붙이자 이에 대해 맞받아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해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1월 23일에는 최고국방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하면서 진정성의 근거로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최고사령관’의 특명에 따른 것이라고 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당, 정, 군의 직책을 모두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북한이 먼저 실천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미 서해 일대를 비롯하여 전방지대에서 육해공 모든 면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북한이 먼저 제안하고 시기와 장소를 백지위임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거와 다른 북한의 태도는 남북대화롤 진전시키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를 간파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대화를 시작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또 북한의 태도변화를 3-4월 한반도위기설을 일축하고 한반도 긴장을 예방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한 이후 대처하는 것은 하수이다.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이 이미 키 리졸브-독수리 합동연습에 미국의 전략자산들을 동원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대화 재개, 통상적 차원에서 키 리졸브-독수리 합동연습 진행 등으로 이어진다면 2014년 남북관계는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등 국제관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남북관계의 희망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글린 데이비스 미국의 6자회담 특별대표는 ‘더 의미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북한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을 향한 긍정적인 신호일 수는 있지만,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의미 있는 선행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미국에게는 자신들의 요구조건에 근접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장성택 처형 사진이 언론과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 하면서 미국내 북한에 대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로드맨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에 맞춰서 북한을 방문하여 농구경기를 한 것도 오히려 미국여론을 악화시켰다. 북한은 로드맨을 통해서 국제사회에 신선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다.

1992년 전쟁위기가 고조되자 김일성 주석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서 “미국에 낚시하러 가고 싶다”, “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졌던 것과 비교된다. 로드맨은 평양에서 CNN과 인터뷰하면서 북한이 데니스 배를 억류한 것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여 앵커와 격앙된 목소리로 논쟁하였는데, 나중에 취중이라고 사과했다. 그런데 로드맨이 이후 알콜중독자 치료소에 입원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일들이 미국 여론을 악화시킨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미국 여론은 확산되는 데 미국 시민사회에 대한 북한의 공공외교는 이처럼 미숙하기만 하다.

이산가족 상봉, 존케리 방한, 한미합동군사훈련

미국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수잔라이스 보좌관은 대북 강경파이고, 국무부와 국방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비확산 전문가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남북대화에 소극적이다. 따라서 2월 하순 존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존케리 장관은 작년 봄 한반도의 위기 시에도 서울을 방문하여 북한과 각종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위기의 상승을 제어하였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된다면 그 직후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 존케리 장관이 방한한다. 한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미국과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조율할 필요가 있다. 일정으로 본다면 2월 하순 방한하는 존케리 장관과 조율이 중요하다.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위한 한미 간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여전히 ‘남북 대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통일논의를 활성화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세력이 지배적인 것이 국내 상황이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후보 경쟁력에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이런 유혹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다,

‘통일대박론’과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를 통해서 통일에 대한 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논의를 활성화한다면 긴장을 예방하고 남북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통일 준비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바탕으로 긴장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여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른바 3-4월 위기설을 예방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논의들은 자연스럽게 6월 지방선거에서 통일담론이나 안보담론이 이슈화되는 것에 대한 대비로 이어질 것이다. 


 
1988 평화연구소 연구원
1995 민족회의 정책실장, 통일맞이 정책실장
1998 민화협 정책실장
2003 청와대 NSC 정책조정실 국장
2006 민주평통 전문위원
2009 존스합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방문연구원
2012 통일맞이 정책실장, 한반도 평화포럼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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