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9일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리시광 칭화대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시진핑의 중국몽은 민심을 사로잡고 절대다수 인민대중들의 강렬한 요구인 ‘다 같이 함께 부유해지는’ 개혁발전의 길로 나아가 인민대중들이 진심으로 공산당을 옹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3년전 맨 처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 Chinse Dream)을 주창한 중국 칭화(淸華)대학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센터 주임 리시광(李希光) 교수는 편저서 『중국몽과 소프트차이나』에서 중국몽을 ‘공동부유(公同富裕)’라며 이같이 규정했다.

지난해 11월 제18차 당대회를 거쳐 구성된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바로 이 중국몽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국어판 『중국몽과 소프트차이나』(출판사 차이나하우스)의 출판을 기념해 방한한 리시광 교수는 지난달 9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시진핑의 정치개혁이 이전과 다른 점과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등에 대한 견해 등을 밝혔다.

▲ 리시광 교수는 2년 전 중국어로 출간된 책을 보완해 한국어판 『중국몽과 소프트차이나』를 발간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리 교수는 “중국은 현재 30년간의 개혁개방을 거쳐, 하나의 국가에 2개의 사회가 구성되어있는 이원사회(二元社会)의 형태를 띠고 있다”며 “대립의 종류는 도농 간 대립, 빈부의 대립, 동서 지역의 대립, 그리고 발언권 유무의 대립”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지도부는 허세이(和谐, 조화)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리 교수는 “‘和’는 모두에게 먹을거리가 있는 것으로, 이것은 민생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며, “‘谐’는 전부의 의미인 ‘皆’자에 말씀언 변을 추가한 것으로 매 계층 모두 요구의 권리, 개혁에 대한 건의를 할 권리 등을 주창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현재 중국의 미디어는 일부 자본가, 소수 계층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며 “발언권에 빈부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칭화대학교의 교수는 건의를 쉽게 할 수 있지만 일반 도시 빈민계층은 이러한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임 후진타오 주석 때부터 조화사회를 주창해왔지만 빈부격차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시진핑이 지금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서 실천하는 것이 당과 정부를 일원화하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국무원 총리가 정치개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서 주도적으로 정치개혁을 하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정부의 고위층은 대부분이 서양 유학파 출신이기 때문에 최하층과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당정 부(不)분리 정책은 정부를 감독하여 정부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현재 중국 공산당의 내부에는 미국 민주당 내의 분쟁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시진핑이 만약 그의 당내 영도자적 지위를 견고히 하고 싶다면, 마땅히 좌익세력의 요구에 순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좌익세력이 약한 세력의 군중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렇게 해야만 시진핑은 광범한 인민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물론 그는 “자본의 역량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며 “현재 중국의 자본그룹과 미국의 월가는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국 역시 자본을 통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인터뷰는 『중국몽과 소프트차이나』의 번역자인 칭화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용경 씨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는 저서에서 “‘아메리칸드림’의 기세등등한 가치관 외교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바로 ‘중국몽’으로 자신만의 가치관 외교를 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중국몽’의 실천을 통해 인류가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치관을 정립하여 인류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는 친미적이었다”며 “중국인 개인으로서의 감정으로 말한다면, 국가안보와 이익을 포함해서, 박근혜 정부가 친화(親華, 친중)외교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한국의 안보와 중국의 안보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며 “만약 한국이 친중국 외교를 펼치게 된다면 한반도의 통일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만약 한반도가 통일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양문화의 특징을 인(仁)이라고 정의하고 미국 기독교 문화를 흑백논리라며 “중국과 한국은 마땅히 미국의 문화 침투에 대해 대비해야 하며, 미국이 동아시아의 문화 관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메리칸드림은 이제 1%의 일부만을 위한 꿈으로 나머지 99%에게는 악몽이 되었으며, 한국도 이제 ‘위싱턴’ 보다 ‘베이징’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며 “동아시아 안보의 보증인으로서 행동하는 중국에 좀 더 기대어야 할 것이며, 향후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굴기가 한국에게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리시광 교수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시진핑 지도부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마오쩌둥 이후의 역대 지도자들이 취임 이후 첫 번째로 방문한 국가가 바로 북한이었다”며 “가장 큰 변화는, 시진핑과 리커창이 지금까지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고위층 지도자의 상호 방문이 없다는 것은 양국 최고 지도자들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과 한국 지도자가 만나는 경우 정식적인 접견이 일반적인 반면, 중국과 북한 지도자가 만나는 경우에는 모두 서로 포옹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며 “최근 2년 동안의 접견에서는 서로 상징적인 악수만 했을 뿐”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동북공정’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그는 “중국학자들은 동북지역이 만주이며 만주족의 발원지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한국 학자들은 동북지역이 조선족의 발원지라 여기기 때문에 논쟁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며 “2천년 전의 영토가 어디에 속하느냐 하는 문제가 현재의 세계구조와 정치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일관된 논지로 중국몽을 설파했으며, 중국 내부의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 저서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보시라이(薄熙來) 사건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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