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김정은 북측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육성으로 2014년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새해를 맞는 첫날 신년사를 발표하다는 것은 그 형식은 물론 내용에 있어서도 남다른 의미와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북측의 신년사에서 관심을 갖는 대목은 아무래도 남북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어둡고 북.미관계도 꽉 막혀 있지만 이들을 푸는 주요 고리가 남북관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신년사는 남북관계와 관련 크게 보아 세 가지를 밝혔습니다.

먼저, 신년사는 “올해는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조국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을 남기신 20돌이 되는 해”라면서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을 받들어 올해에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국통일 문제가 ‘선대 수령들’의 유훈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수령님 마지막 친필’이란 20년 전인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속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는 문서에 서명한 것을 의미합니다. 김 주석이 7월 7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문서에 서명한 이후 이튿날 사망해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북측은 1년 후인 1995년 8월 판문점 북측지역에 ‘김일성, 1994.7.7’이라는 친필서명 비석을 세워 조국통일이 유훈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북측이 신년사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애 마지막 친필 20돌을 강조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 간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둘째, 이러한 기조 아래 남측에게 ‘민족공조냐, 국제공조냐?’ 하며 양자택일을 요구했습니다. 즉, 한편으로 “나라의 통일은 오직 우리 민족끼리의 입장에 철저히 설 때”라고 밝혀 ‘민족공조’를 강조했으며, 다른 한편 “우리 민족문제, 북남관계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국제공조’를 청탁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농락물로 내맡기는 수치스러운 사대매국행위”라며 국제공조를 비난했습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대외 외교를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입니다.

아울러, 민족공조의 핵심인 ‘자주’ 문제와 관련 신년사는 “조국통일3대원칙과 북남공동선언에서 천명된 자주의 원칙”을 상기시켰습니다. 여기서 ‘조국통일3대원칙’이란 박정희-김일성 시기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말하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보입니다.

셋째, “북남사이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강조한 점입니다.

신년사는 “백해무익한 비방 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남측에 “무모한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리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비방 중상’이란 남측의 대북 ‘최고 존엄과 체제 비판’ 그리고 탈북자와 보수단체의 전단 살포 등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보면 남북관계와 관련한 북측의 신년사는 △남측에 대해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비방 중상 금지를 요구하면서 △조국통일3대원칙에 입각해 민족공조에 나설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당국 간 대화 가능성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올해 신년사에 나타난 북측의 대남 대화 제의 과정과 톤이 매우 신중하고 차분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우리 당국이 북측의 대화 제의 진정성에 무게를 두고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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