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준(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12월 12일 장성택 처형 이후 세인들의 관심은 이 사건이 향후 북한내부, 남북관계, 북.중 및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장성택 처형이 그의 위상으로 보아 예측불허였던 것이고 그만큼 북한 내외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장성택 처형 배경과 관련하여 북한의 공식발표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은 북한 공식발표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이 사건이 매우 복잡한 배경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단순한 배경은 수령제하에서 유일영도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령도의 계승’ 문제를 체제보위의 가장 핵심적 요인으로 꼽고 있는 북한에 유일영도를 훼손하는 행위는 곧 국가의 안위를 훼손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했다면 장성택이 아니라 김경희라도 무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이유야 어떻든 장성택의 일탈을 사전에 감지해 냈고, 40여년 간 쌓은 장성택 아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왕권’과 ‘신권’간 갈등에서 왕권이 승리한 것이다. 김정은이 만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 김정은 정권이 안정할 것인가 아니면 불안정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양분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김정은이 장성택을 물리칠만큼 정보력과 담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유일영도가 매우 오래갈 것이라고 본다. 당중앙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 등에 의한 통제력이 엘리트나 인민들의 표출력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그만큼 대안세력 생성도 더딜 것이다. 아울러 경제문제에 있어서 장성택 개인중심의 편법적 경제운용이 종식되고 내각중심의 체계적 경제 운용이 작동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이 향후 북한내부,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첫째, 북한 내부적으로는 각 부면에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운동이 가속화될 것이다. 사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유일영도 체계는 거의 확고한 것이었다. 최소한 1956년 8월 종파 사건이후로는 최고영도에 도전하는 사건은 없었다. 다만 1967년 갑산파의 절대복종 부족을 응징하는 등 충성심 부족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통해 유일영도를 강화하는 정치적 행위만 있었다.

금번 사건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소위 ‘장성택 그룹’으로 분류된 거의 모든 최고엘리트들이 건재하다는 것은 장성택이 ‘역성혁명’을 꾀해서 처형당했다기 보다는 장성택의 충성심 부족을 ‘읍참마속’함으로써 여타 최고엘리트들의 나태함을 일깨우고 김정은 권력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발전문제도 내각 주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개인에 의한 경제발전보다는 내각 조직에 의해 그것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 이권을 놓고 군부와 당, 군부와 내각이 다투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음성적 경제를 양성화하여 인민경제 부문을 활성화하려 할 것이다. 물론 그 중심 일꾼은 박봉주 총리가 될 것이다. 그 역시 개방적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이것이 성공한다면 김정은 권력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금명간 제7차 당대회도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장성택 처형 이후 남북관계는 더 악화될 것 같다. 사실 장성택 사건 이전에도 남북관계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였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3차 핵실험의 여파가 계속되어 최악의 상황까지 갔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성택 사건이 터졌고, 남한의 반응은 차가웠다. 남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공포정치를 비난하고 ‘무모한 도발’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언급이다. 북한의 반응은 격렬하다.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들이다.

군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한은 2010년 천안함 피침과 연평포격에 대해 어떻게든 보복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두려워하여 초강경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북한은 ‘최고존엄’에 대한 음해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다짐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성공단관련 4차회의에 응하는 등 대화국면도 조성하고 있다. 북한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는 수구적일 것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개방적일 것이라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남 제의도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박왕자 씨 및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낮다.

셋째, 장성택 처형은 동북아 정세에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중국은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을 내심 못마땅해 하고 있다. 겉으로는 북한 내부 문제라고 규정하지만 속내는 장성택과 같은 온건세력이 성장해서 중국식 개방을 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북.중관계가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좋아질 것도 없을 것이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불만은 장성택을 중국에 땅을 팔아먹은 매국노로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 및 일본과 패권 경쟁을 하고 있어서 주변국 하나라도 더 우방으로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아직까지는 북한이 ‘전략적 자산’인 것이다. 북한이 이를 활용하여 보다 많은 지원을 얻어내려하는 측면도 있다.

북미 관계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미국은 장성택 처형을 ‘잔인하다’고 표현하여 김정은을 잔인한 지도자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인권문제가 심각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향후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핵문제외에 인권문제를 주 의제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악재가 겹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미간 화기애애한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 북.일관계도 좋아질 요인이 별로 없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장성택 처형 이후인 2014년 정세는 김정은 정권은 더욱 공고화되는 반면 비례하여 북한에 대한 주변국의 태도는 매우 비판적일 것으로 예상되어 불안정이 증폭될 것이다. 북한은 주변국의 비판적 태도에 대해 강경대응을 할 것이고 주변국 또한 무력사용을 불사할 것이기 때문에 불안한 한해가 될 것 같다.

더욱이 미.중 간, 중.일 간, 한.일 간 긴장 고조는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절대로 피해야 할 시나리오이다. 우리 모두는 이것을 피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당사국 모두가 ‘입조심’을 해야 한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