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조선노동당 행정부의 핵심간부인 리용하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처형됐다고 국가정보원이 공개했다. 죄목은 ‘비리 등 반당 혐의’라고 한다. 국정원은 행정부장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실각한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들어 장성택 부장의 당내 위상 저하

두 가지 내용이 주목된다. 첫째는 검찰,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기관을 당적으로 지도하는 노동당 행정부의 핵심간부가 관련됐다는 점이다. 국가안전보위부가 내사를 했다고 하는데, 김정은 후계체제 수립에 앞장섰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기도 한 장성택 행정부장의 위상이 확고했다면 가능하지 않은 조치일 수도 있다.

결국 올해 4월을 전후해 장 부장의 당내 위상이 흔들리지 시작한 것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장 부장은 지난해 위성발사와 올해 3차 핵실험 단행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개진했던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입장이 수용되지 않으면서 확고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지난 4월 장성택 부장은 당의 일부 정책에 대해 수정건의를 할 의향을 가지고 있었으나 직접 김정은 제1부원장에게 보고하지 못하고 부인인 김경희 비서에게 대신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경희 비서조차도 ‘최고지도자 동지가 내 이야기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알고 있다”며 “올해 들어와 당의 주요 정책결정과정에서 장성택 부장의 발언권이 급속히 약화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성택 부장은 올해 5월 1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 관람 이후 6월 10일 평양국제축구학교 시찰에 동행할 때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평양국제축구학교 시찰에 동행한 것도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동행한 것이다. 이후에도 장 부장은 체육경기 관람 등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참석할 자리에 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월 6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일본 체대 대표단과 북한 선수단의 농구경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것도 역시 체육 관련 행사다. 사실상 ‘근신’ 중이었던 셈이다.

올해 들어 당 행정부장으로서의 역할에 ‘모종의 문제’가 생긴 것이고, 이것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 행정부 핵심간부에 대한 검열을 막지 못한 하나의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 지난해부터 비리 척결 강조

둘째는 ‘비리 등 반당 혐의’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비리=반당’이 된 것은 지난해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 간부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이 ‘인민과 함께 실천하는 간부’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6일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당중앙위원회 비서 및 부장급 간부)들과 만나 담화하는 자리에서 “민심을 떠난 일심단결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라며 “민심을 소홀히 하거나 외면하는 현상들과 강한 투쟁을 벌려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심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선언이자 ‘인민을 위하지 않는 일꾼(간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4월 15일 김일성광장에서 한 첫 공개연설에서도 그는 간부들이 “신발창이 닳도록 뛰고 또 뛰는 것을 체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달 초에는 만경대유희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직접 보도블록 사이에 난 잡초를 뽑으며 관리일꾼들의 복무자세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6월 2일 <로동신문>은 정론을 통해 “지금은 밖에서 밀려오는 적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회주의 요람 속에서 성장한 일꾼(간부)의 관료화, 귀족화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과 행보는 고질화된 간부의 부정부패, 관료화.귀족화된 간부들의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모든 간부들이 “일군(일꾼)을 위하여 인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하여 일군(일꾼)이 있다”는 사상관점을 가지고 “낡은 사상관점과 뒤떨어진 사업기풍, 일본새(작업태도)와 단호히 결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시대의 새로운 ‘간부상(像)’을 제시하며 여러 차례 질책도 했지만 고질적인 간부들의 병폐는 단기간에 척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당의 핵심 중앙당 기구인 행정부 고위간부를, 그것도 공개처형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당 간부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설사 인척이 관장하는 부서의 간부라도 새로운 ‘간부상(像)’에 맞지 않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을 하겠다는 경고다. 특히 “과거 내각이 관할하는 ‘제1경제’, 국방산업을 총칭하는 ‘제2경제’와 분리해 국가개발에 소요되는 자금 획득과 운용을 ‘제3경제’라고 부르며, 이를 당 행정부가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노동당의 부서 중에서는 행정부가 ‘비리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상존해 왔다.

당 행정부의 핵심간부가 비리에 연루돼 처벌을 받으면서 행정부를 책임지고 있던 장성택 부장도 과거처럼 일정기간 ‘자숙 기간’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재기가 힘들 수도 있다.

세대교체 인사 단행할 듯

장성택 부장의 실각과정은 지난해 리영호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되는 과정과 많이 닮아있고, 따라서 이후 후속조치도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해 7월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어 리영호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을 결정했다. ‘신병관계’로 해임됐다고 발표됐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하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군부대가 운영하는 무역회사, 각종 경제적 관할권을 내각으로 이관하라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노선에 반발한 것으로 판단돼 군의 최고책임자를 전격 해임한 것이다. 이후 총정치국을 중심으로 한 군부에 대한 당적 지도가 강화됐고, 군 산하 무역회사들이 내각으로 이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빈번하고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을 3세대로 교체했고, 인민군 각 군단의 군단장을 대장에서 상장으로 한 등급 격하하는 한편 군단장을 40~60대 초반의 젊은 세대로 바꿨다. 이를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부에 대한 직할체제를 확고히 했다.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4월 박봉주 전 당 경공업부장을 새 내각 총리로 임명한 데 이어 내각상(장관급)들도 대거 교체하는 ‘세대교체성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 점에서 노동당 중앙당 간부들에 대한 인사는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다. 실제로 북한은 2010년 9월을 전후로 도 및 직할시 책임비서를 전면 교체했고, 이후 새로운 도 및 직할시 책임비서 주도아래 지방의 중하급 당 간부에 대한 검열과 인사가 이어졌다. 특히 2010년 11월 말에 열린 도당책임비서회의는 60세 이상 노세대 당원들과 장애인 당원들을 ‘명예당원’으로 이전시킬 것을 결정해, 60세 이상 당원 100만 명을 명예 당원으로 전환하고 그 자리를 20~30대 신진 당원들로 채우는 과정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2010년부터 시작해 2011년 6월경까지 북한은 시.군 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서에 젊은 층 간부들을 대거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의 정책방향은 그대로 유지할 것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노동당 중앙당에 대한 검열과 인사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고, 이번 당 행정부 고위간부의 처벌을 계기로 중앙당 부장, 부부장급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역시 김정은시대를 이끌어갈 3~4세대로의 세대교체다.

지난해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자주 동행한 황병서 부부장(조직지도부), 최 휘 제1부부장, 박태성 부부장, 마원춘 부부장 등의 중용이 예상된다. 바야흐로 북한에 3세대가 본격적으로 권력의 전면에 부상하는 셈이다.

향후 김정은 제1위원장과 10년 이상 함께 호흡을 맞춰 북한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간부들로 핵심을 꾸리고 65세 이상의 고령 간부들은 일선에서 점차 물러나게 할 것이라는 전언들에 비추어 이번 당 행정부 고위간부 처벌은 이같은 흐름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케 한다.

일부 북한전문가들은 장성택의 실각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간의 권력투쟁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최룡해 국장을 장성택 부장 라인의 사람으로 분석 또는 보도해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향후 크고 작은 권력투쟁이 잇달아 체제 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권력 지형의 격변을 예고한다는 등 다양한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 때도 비슷한 예상들이 나왔으나 빗나간 것처럼 장성택 부장의 실각이 김정은체제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최근 북한의 대외, 대남정책, 내부 경제정책 등에 장성택 부장의 영향력이 저하돼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정책방향 변화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당, 정, 군에 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직할체제가 강화되고, 젊은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김정은시대의 색깔을 더 뚜렷이 보여주는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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