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지역 상공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을 선포하면서, 이 구역을 지나가는 모든 항공기는 사전 통보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를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구역 안에 한국 관할인 이어도,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방공식별구역이란 1951년 미국이 중국과 옛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일본·타이완의 상공에다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미국이 한반도 서해에 일방적으로 그은 북방한계선(NLL)과 비슷한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미국이 냉전 시기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이란 기존 질서에 중국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최근 아시아에서도 동북아시아가 전략적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동북아지역의 패권을 놓고 미·일 양국과 중국이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이 지역에는 해묵은 영토분쟁에다 미사일방어(MD) 체제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들어가 있다. 이번에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새롭게 추가됨으로써 각 나라의 동맹관계에다 안보문제까지 겹쳐 메가톤급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들고 나온 건 1차적으로는 센카쿠열도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타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기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두고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와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와의 충돌, 그로 인한 미·중 간의 신냉전 신호탄, 아울러 한·중·일의 하늘 영토를 둘러싼 ‘신 삼국지’ 등의 비유가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사 문제엔 한국·중국 대 일본 사이에 전선이 형성돼 있다. MD문제에선 우리 정부가 한국형 MD와 미국 주도의 MD가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별반 설득력이 없다.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서는 일본의 입장에 미국이 대폭 힘을 실어주고 이에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 MD 체제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우리 정부가 방공식별구역 문제에서도 통할지 알 수 없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일 정부가 이어도 남쪽까지 확대하기로 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발표를 연기했다. 특히,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중국 방문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방한하는 바이든 부통령의 중국과 일본 방문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어도를 포함하는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경우, 한중일 세 나라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즉, KADIZ와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이 겹쳐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일본과는 저절로 대립하게 되며 미국도 달가워하지 않는 기류가 이미 감지된 바 있다. 어쨌든 KADIZ 확대 발표를 할 경우 이들 강대국들과의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기도 쉽지 않다. 이제까지 잘 나간다는 ‘박근혜 외교’가 시험대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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