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의 공격과 방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무기는 자동소총, 즉 돌격소총이다. 그러나 돌격소총은 연사능력이 있지만 폭탄이 터지며 유탄이 발생하는 공격이 아니라서 한꺼번에 밀집된 적을 제압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래서 보병은 전투력, 특히 화력을 늘리기 위해 소총뿐 아니라 수류탄을 사용한다.

수류탄은 무엇인가

보병의 무기 중 손으로 던지는 수류탄(手榴彈)은 말 그대로 석류 속처럼 수많은 파편알갱이를 담고 있어 손으로 투척할 수 있게 고안된 보병의 기본무기이다. 수류탄은 인간의 손으로 직접 던지기 때문에 타격범위가 짧다. 멀리 날아가는 수류탄은 가벼워야 하므로 파괴력이 작아져 효과가 작고 조준정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파괴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폭약과 파편을 많이 넣으면 수류탄이 무거워져 공격범위가 줄어들어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

북한이 사용하는 수류탄은 소련이 대인살상방어용 무기로 개발한 F-1 수류탄이라고 한다. 크기는 117-130mm이며 직경은 55mm, 폭약으로는 TNT 60g을 사용한다고 하며 살상반경이 20m라고 한다. 수류탄의 총 무게는 600g가량이며 이는 훈련받은 보병의 경우 대략 30-45m 가량의 거리로 투척할 수 있는 무게라고 한다. 즉 40m 밖의 적에게 투척해 20m 반경 내의 적을 제압하는 무기이다.

▲ 인민군의 F-1 세열수류탄 (출처 : 네이버블로그)

수류탄의 전술적 활용

수류탄은 공격보다 방어에 훨씬 위력적이다. 보병의 기본무기인 소총은 명중사격을 하려면 반드시 시야를 확보해 조준을 해야 하므로 방어군은 보통 폭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을 방어거점으로 선택한다. 그래야 돌격해 들어오는 적을 멀리서부터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적군의 돌격거리가 길어질수록 적군의 살상확률은 높아진다.

반면 공격군은 방어군의 사격조준을 방해하기 위해 돌격소총으로 집중적인 화망을 구성하면서 돌파를 시도한다. 진지전투에서 분대약진의 경우 분대장조와 부분대장조가 나뉘어 약진하는 이유가 이와 같다. 분대장조가 돌격할 때 부분대장조는 앉아 쉬는 것이 아니라 일제사격으로 방어군의 사격조준을 방해해 분대장조의 돌격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아군의 돌격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명중하지 않더라도) 강력한 화망을 구성하는 행위를 엄호사격이라 한다. 소총탄환이 크면 클수록 공격군의 엄호사격 시 방어군의 사격조준은 힘들어진다. 이렇게 공격구성원을 두 개 집단으로 교차시켜 진격하는 방식은 진지전투의 가장 기본적인 돌격방법이다.

그런데 투척범위가 30-45m에 불과한 수류탄은 공격군의 돌격 시에 엄호사격의 효과를 달성할 수 없다. 게다가 설령 수류탄 투척범위인 30-45m 이내로 돌격해 들어갔다 하더라도 방어군이 요새화된 진지 안에 몸을 은폐하고 있는 경우에는 수류탄을 던져봐야 적을 제압할 수 없다.

그래서 수류탄은 공격보다 방어군이 진지를 방어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수많은 적들이 공격해 들어와 30-45m까지 육박해 들어올 때 방어군은 수류탄을 투척해 돌격으로 온전히 노출된 공격군을 제압한다. 게다가 수류탄의 투척범위인 30-45m 거리는 교차전술로 진격한 공격군이 최후의 일제돌격을 단행할 시점이다. 결국 수류탄은 최후의 일제돌격 시 공격군을 타격한다.

돌격소총보다 수류탄이 방어군의 유용한 최후타격수단이 되는 것은 수류탄은 소총과 달리 정확한 조준이 필요 없으며 몸을 은폐한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투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지점령 시 교차사격이 핵심인데 수류탄 공격으로 타격을 받게 되면 공격군은 최후의 일제돌격 명령을 내리기 힘들어지며 돌격병력이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기습과 시가전

다만 수류탄의 활용도가 공격군에게도 상당히 중시되는 전투로는 은밀한 기습전과 시가전이 있다.

방어군이 눈치 채지 못한 불의의 상황에서 공격하는 기습은 방어군이 미처 준비되지 못했으므로 공격군의 돌격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 경우 순식간에 적 진지에 접근한 공격군들은 수류탄을 투척해 전과를 늘릴 수 있다. 다만 기습은 이를 우려한 방어군이 상시적 정찰 및 경계임무를 강화할 것이므로 공격군의 규모가 커질수록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제한성이 있다.

시가전은 공격군과 방어군 모두에게 시야가 좁고 전투원들이 대부분 요새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콘크리트 건물 내에 은거하고 있으므로 소총보다 수류탄이 더욱 유력한 공격무기로 평가될 수 있다. 시가전 전투에서 소총사격으로 건물유리창을 깨트린 후 수류탄을 투척해 방어군을 제압하는 형태의 공격은 시가전에서 매우 일반적이다.

수류탄은 최후의 공격수단

수류탄이 전투에서 사용되려면 적군과의 거리가 30-45m 이내여야 한다. 이 같은 근접전투에서 수류탄은 보병에게 매우 필수적이므로 그 투척훈련이 숙달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류탄은 그냥 던지면 터지게 되어있는 쇳덩이로 볼 수는 없다. 수류탄은 폭약을 폭파시키는 수단으로 지연신관을 사용한다.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 손잡이를 놓으면 신관이 작동하는데 대략 3.5-4초가량의 시간지연 후 폭발한다.

이 경우, 타격하려는 목표물의 거리를 가늠한 후 수류탄이 날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서 수류탄을 투척해야 한다. 수류탄을 안전핀을 뽑은 직후에 너무 빨리 투척하면 적이 되던질 수 있으며 수류탄을 제 거리만큼 던지지 못하면 자칫 아군이 폭발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총사격의 경우 오발탄이 남거나 총기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대개 1-2명에 그치지만 수류탄의 경우는 만일 투척직전에 떨어뜨리게 된다면 해당분대가 전멸될 심각한 위험성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각 보병부대는 수류탄 투척훈련을 매우 강화해야 한다.

육군훈련체계의 문제점

그런 측면에서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해 나라를 지킨다는 한미연합군이 육군의 훈련에서 인민군의 남침을 저지할 진지구축과 진지방어를 중심으로 훈련하지 않고 진지돌파를 위한 공격중심으로 훈련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인 훈련방법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진지돌격 시에도 돌격소총을 소지만 한 채 사격하지 않는 것은 훈련의 실효성을 극히 떨어트린다. 심지어 엄호사격은 화망을 지속적으로 형성해야하므로 연속사격이 핵심인데 우리 군은 훈련 후 탄피회수 때문에 연속사격을 중심으로 훈련하지 않는다. 연속사격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 구태여 K-2 소총으로 훈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