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북핵위기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관련 입장에 있어 전기가 됐다는 점이 우리에게 중요하다. 남북관계 개선이 이 문제와 관련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미국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공식 지지한 가운데, 11일 오전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위원장 남경필) 공청회에 참석한 이하경 <중앙일보> 논설실장은 집단적 자위권 도입과 관련한 미.일 사이의 논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실장에 따르면, 냉전시기 미국은 평화헌법 체제까지 흔들어가며 집단적 자위권 도입을 종용했으나 일본은 '경제재건이 우선'이라며 주저했다. 그런데, 1993년 북핵위기를 기점으로 양국간 심도깊은 논의가 본격화돼 1997년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이어졌으며, 이번에는 '정상국가화'를 희망하는 일본 보수우익세력이 앞장서고 경제위기 속에서 일본을 앞세워 대중견제를 바라는 미국이 이를 밀어주는 형태로 집단적 자위권 도입-지지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 일본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명분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이므로, 남북관계의 개선은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동북아 신냉전 고리를 끊어내는 핵심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한국의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계적 상호주의, 너희가 바뀌어야 우리가 한발 더 나간다 이래서는 힘들다. 북한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실질적인 대화 파트너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가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소극적이더라도 선제적으로 진일보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교류협력을 하고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우리에겐 무조건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줄어들수록, 교류협력이 강화될수록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개입 명분이 줄어들게 되고,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한 신냉전과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새누리당 김현숙 의원)"는 지적에 대해, 이 실장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운동경기를 하다보면 약팀한테 질 때가 있다. 상대의 움직임만 보고 대응하다 보니까 그런 것이다. 원래 내가 해야 할 바를 해야 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를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내 일본 식민통치 피해국 간의 연대도 제안했다. "(매개체로는) 종군위안부 문제가 역시 공감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미.일에 '집단적 자위권' 관련 우려를 명확히 전달했는지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그 이전은 물론이고 지난 3일 이후에도 미.일에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아세안 회의 계기에 윤병세 장관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나서도 이 문제를 얘기했다"고 답했다.

박 국장은 "평화헌법의 취지가 존중되고 투명하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주변국의 우려를 존중하고 지역 정세에 불안을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까지 얘기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것은 추후 논의를 보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안보전문가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며, 내년 4월 이후에야 일본 정부 차원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미 집단적 자위권 도입은 기정사실화됐으니, 정부도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명수(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사태를 '제2의 가쓰라-태프트밀약'에 빗대는 여론을 소개하면서 "외교부 대응이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역사의식이 미흡한 것 아닌가"고 질타했다.

(2보, 19:35)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