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규탄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천주교 사제단이 23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시국미사를 열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후 5년 만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진실로써 재판하는 이가 없다. 거짓을 이야기하며 재앙을 잉태하여 악을 낳는 자들뿐이다" (이사야 59:4)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규탄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천주교 사제단이 23일 대규모 시국미사를 열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저녁 7시반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 등 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시국미사'가 열렸다.

이날 시국미사에서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 선거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인 공작을 전개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심지어 근소하게 엇갈린 결과마저 사전에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들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 광주대교구 소속 신병서 신부가 시국선언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시국미사에 참석한 한 신자가 촛불과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손피켓을 들고 기도를 하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들을 방해하고 조롱하였으며, 남북정상대화록의 본의를 왜곡하여 선거에 도용하는 일이나 국정원이 이를 무단 공개하는 일 등은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공작과 함께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중범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결단과 솔선수범을 바란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정원이 저질렀던 민주주의에 대한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해악과 범죄들을 법의 심판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지금까지 저지른 온갖 불법으로 자신이 얼마나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해악적 존재인지 스스로 충분히 증명하였다.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모든 범법자들은 엄중히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을 깨끗이 정화한 다음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새롭게 신임을 구할 것"을 촉구했다.

▲ 외국인 신부들도 시국미사를 집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는 "핏줄은 못 속인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시국미사에서 평신도를 대표해 성염 전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핏줄은 못 속인다. 하는 것이 똑같다. 우리는 10.26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성염 전 대사는 "정의가 없는 나라에서 공권력은 사법적 권한을 가질 수 없다"며 "유신잔당, 치맛폭에 매달려있는 이들은 우리의 미사를 웃어넘기지 말라. 가톨릭은 반공의 보루가 아니라 정의와 평화의 보루이다. 로마시대 3백년의 박해, 조선시대 2백년의 박해에서 살아남은 교회다"라고 말했다.

▲ 신부와 수녀, 신자 등 5천여명이 시국미사에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시국미사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주기도문'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시국미사 집전에 참가한 외국인인 오기백 신부(성골롬반선교회 소속)는 기자와 만나 "지난 대선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표적 사례이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신부와 수녀, 수사, 평신도 등 5천여명은 이날 촛불과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손피켓을 들고 미사를 드렸으며,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무대에 올라 특별노래를 불렀다.

이날 미사에는 함세웅, 문정현, 문규현, 하춘수, 라승국, 신병서 신부 등 2백여명의 신부가 집전했으며, 문재인, 인재근, 박영선 민주당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앞서, 천주교 측은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가 각각 시국미사를 갖고 시국선언을 발표했으며, 강우일 제주교구장, 김희중 광주대교구장 등 주교들과 평신도들도 동참해왔다.

▲ 신부들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성가소비녀회 소속 수녀들이 특별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미사 집전을 위해 모인 신부 2백여명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이날 시국미사에는 전국 각 교구 소속 신부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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