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전날 개성공단 실무회담 타결에 힘입어 북측에 추석 전후 이산가족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오랜만에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북측에 대한 정상적인 제안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경축사에 나타난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을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지금 막 물꼬를 튼 남북관계의 의미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라, 남북관계를 조심스럽게 진전시켜야 하기에 그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소지를 미리 점검하자는 차원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상봉과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제안은 일견 당연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아쉬운 건 개성공단 정상화 타결로 모처럼 남북이 새로운 출발점에 선 만큼 예측가능한 남북관계 개선 일정 속에서 이산가족상봉 등을 제안했어야 했는데 그러한 전체적인 그림 없이 부분적인 제의에 머물렀고 그것도 일방주의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산가족상봉을 제의하려면 그와 연계된 금강산 관광 재개도 함께 제안했어야 합니다. 이전부터 이 두 가지 사안은 하나의 패키지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게다가 이산가족상봉은 면회소가 있는 금강산에서 이뤄지게 되어 있습니다. 관광 재개 논의와 함께 이산가족상봉이 진행된다면 아주 좋은 모양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지난달 10일 개성공단 관련 2차 실무회담 때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의했다가 우리 측이 이산가족상봉만 수용하자 다음 날 두 행사 모두 보류한다고 밝힌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은 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입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5월 8일)과 중국 방문(6월 27일) 때 이를 알렸으며,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7월 27일)에서도 그 구상을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방북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에 따르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개성공단이 잘되면 DMZ 평화공원도 잘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DMZ 세계평화공원은 현시적인 것이지 남북 간 근본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구상은 남북 간 진행할 사업 중에서 그 중요도에서 볼 때 비교적 후순위에 속할 것이기에 기존의 남북관계가 복원된 뒤에나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 단계 남북관계 수준이나 북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주의적으로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은 개성공단 정상화 타결로 인해 찾아온 모처럼의 관계 개선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합니다. 그러자면 남북간 근본문제 해결, 상대에 대한 고려 그리고 전체적인 남북관계 개선 일정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광복절 날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상봉과 DMZ 세계 평화공원 조성이라는 대북 제안이 한편으로는 당연시 여겨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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