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이른바 그들이 “전승절”이라고 기념하는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조선인민군 열병식을 개최하였다.

열병식장에서 북한은 ‘방사능 표식’을 한 배낭을 멘 특수부대를 등장시켰다. 방사능 표식을 한 배낭은 곧바로 핵배낭을 떠올리게 한다.

▲ 7월 27일 열병식장에서 북한은 방사능 표식의 배낭을 맨 조선인민군을 등장시켰다. [캡쳐사진 - 곽동기]

얼룩무늬 군복에 방사능표식의 배낭을 맨 이들은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다. 이들이 탑승한 차량에 걸린 붉은색 깃발은 북한의 최고사령관 깃발이다. 이들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속 특수부대라고 할 수 있다.

핵배낭은 무엇인가?

핵배낭은 배낭에 맬 수 있을만큼 소형화한 초소형 핵무기이다. 핵배낭의 미국식 명칭은 특수원자파괴탄(SADM : Special Atomic Demolition Munitions)이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약 30-50Kg 가량으로 만들어진 소형 핵탄두를 등에 지고 적지에 침투하여 주요 건축물을 폭파하기 위하여 개발된 핵무기라고 한다.

이러한 핵무기는 수소폭탄처럼 한 지역을 초토화시켜 전쟁의 향방을 가르는 전략 핵무기와 기능이 다르다. 핵배낭은 초소형 핵무기이므로 핵배낭이 폭발했다고 해서 전쟁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 핵배낭은 특수부대의 공격능력을 배가시킨다는 전술적 의의를 갖는다. 이러한 초소형 핵무기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등 전략핵무기와 구분지어 전술핵무기라고 한다.

이러한 핵배낭은 이미 미국과 소련이 개발해놓고 있었다.

▲ 미군이 보유했던 휴대용 핵배낭 W54 SADM. 미군은 최근 이들 핵배낭을 모두 폐기했다고 주장한다. [자료사진 - 곽동기]
미 특수부대원들은 휴대용 핵배낭을 매고 주로 낙하산을 이용해 침투하게 된다. 침투한 특수부대는 적 전략거점에 핵배낭을 설치하고 타이머를 세팅한 뒤 신속돌파로 안전지대로 빠져나오게 된다. 이후 핵배낭이 폭발하면 전략거점 일대는 완전히 무력화된다.

핵배낭은 그야말로 초소형화 된 핵무기인지라 그 위력도 TNT 10톤에서 1킬로톤(kt) 수준이라 한다. 즉 고성능 폭약을 가득 적재한 1톤 트럭 10대에서 1000대를 한꺼번에 터뜨릴 때에 걸맞는 폭발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고성능 폭약 1000톤이 폭발했다고 해서 전쟁의 향방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성능 폭약 1000톤이면, 군사작전의 향방은 결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한국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열병식 이후 즉각 북한이 ‘핵배낭’을 만들 정도의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그 판단근거를 뒷받침하지 못해 매우 다급한 그들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세간에는 인민군 특수부대의 핵배낭을 초소형 핵폭탄이 아니라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섞은 ‘더티밤(dirty bomb)’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북한에 초소형 핵무기가 없어야 하는 한미연합군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방사능 표식을 한 특수부대를 등장시킨 북한의 군사적 의도를 대충 얼버무린 관점에서 산생된 결론이다.

핵무기를 분류할 때 방사능을 최대한 억제시킨 핵무기를 깨끗한 핵무기란 뜻의 ‘클린밤(clean bomb)’이라 하고 방사능이 최대한 많이 뿜어져 나오게 만든 핵무기를 더러운 핵무기란 뜻의 ‘더티밤(dirty bomb)’이라 한다. 더티밤(dirty bomb)은 폭발에 의한 무력화가 아니라 방사능 오염이 목적이므로 단순히 재래식 폭탄에 고위험 방사성물질을 섞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배낭이 터진 주변 일대는 완전히 무력화되는 상황이 아니라 방사능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핵배낭은 핵탄두 개발의 완결을 의미

북한이 핵배낭을 보유했다는 것은 북한이 소형핵무기를 뛰어넘어 초소형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으로 된다. 핵무기는 폭발규모가 작아질수록 제어가 더 정밀해져야 하므로 소형핵탄두일수록 만들기 어렵다. 북한이 실제로 핵배낭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소형핵탄두는 물론, 다종다양한 핵탄두를 생산 배치해 인민군의 작전능력을 배가시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전략핵무기는 그것이 실제 발사되면 핵전쟁으로 비화되므로, 지금까지는 패권국가들의 군사적 위협수단으로, 패권에 대항하는 국가들에게는 전쟁을 억지하는 등의 정치적 용도로 활용되어왔다. 일례로 지난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도합 2만여기에 육박하는 터무니없는 전략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당시 미국은 핵전쟁이 발발하면 소련의 국가기능을 완전히 정지시킨다는 ‘확증파괴전략’에 입각해 전략핵무기 보유량을 늘렸다.

▲ 2월 12일. 북한은 3차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딘행하였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그들의 핵능력을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캡쳐사진 - 곽동기]

그러나 전술핵무기인 핵배낭은 전략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다르다. 핵배낭은 타격의 범위가 군사작전 구역으로 한정되므로 한반도 유사시 전략적, 정치적 부담이 줄어들어 한반도 유사시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현저하다.

핵배낭, 즉 초소형 핵무기는 단번의 타격으로 해당대상을 초토화시키므로 부대의 작전시간을 매우 짧게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진격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 번의 타격으로 산을 없애버리고 사단규모의 병력이 전투능력을 상실하게끔 하는 것이 초소형 핵폭탄이다.

북한은 이러한 핵배낭 부대를 최고사령관 직속부대로 배치하고 최고사령관의 작전의도에 따라 이들 핵배낭 부대를 침투시켜 한미연합군의 저항거점을 무력화시키고 인민군부대들의 전반 진격속도를 더욱 높일 목적에서 핵배낭을 개발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초소형핵무기 보유설은 갑자기 대두된 주장도 아니다. 언론은 이번 열병식과 관련해 군 관계자가 “올해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에 성공했음을 홍보해온 북한이 핵배낭을 개발했음을 과시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곧 우리 군도 북한이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예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핵무기의 소형화는 핵반응 시 우라늄의 임계질량 보다 더 작은 우라늄으로도 핵분열연쇄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므로 탄두 내에서 기폭장치 폭발 시 중성자 밀도를 높이는 초정밀제어기술을 갖춰야 개발이 가능하다. 최근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볼 때, 국방부와 같이 북한이 초소형 핵무기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 핵배낭 검증법

북한이 정말로 초소형 핵폭탄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담아 놓은 ‘더티밤’인지, 사실 열병식장의 장면만으로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조선인민군의 핵배낭이 실존하는가,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은 앞으로 인민군 특수부대의 군사훈련 양상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2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인민군 1973 군부대(일명 폭풍군단)를 현지지도하는 자리에서 “당이 동무들을 믿고 있다, 조국통일을 위한 혁명적 대사변이 도래하면 제일 먼저 적의 심장부를 찔러 인민군대의 진짜 싸움 본때, 원쑤(원수)격멸의 의지를 보여주라”고 말하며 “모든 전투원은 자기들이 타격소멸해야 할 적들의 군사대상물과 괴뢰 반동통치기관을 손금 보듯이 꿰뚫고 그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일단 유사시 적의 아성에 돌입해 적의 심장부에 비수를 단번에 정확히 꽂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심장부에 비수를 단번에 정확히 꽂는 무기”의 대표적 예가 바로 핵배낭이다. 핵배낭은 단 한번 폭파로 해당 거점을 완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이다. 단순히 주변에 방사능 오염물질을 흩뿌리는 “더티밤”으로는 인명피해는 가능해도 군사대상을 파괴할 수 없으므로 비수를 찔렀다고 보기 어렵다. 일례로 주한미군의 통신지휘시설을 타격할 경우, 고성능 방사성물질들을 뿌린다고 광범위한 통신망이 일거에 파괴되지 않는다.

결국, 북한의 핵배낭 소지 여부는 북한 특수부대의 군사훈련으로 확인해야 한다. 북한군이 핵배낭을 실제로 보유했다면, 핵배낭을 활용한 특수부대의 군사작전이 달라졌을 것이므로 이를 반드시 훈련에서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

특수부대가 핵배낭을 활용한 군사작전을 시행한다면 첫째로 핵배낭을 배후 침투에 활용할 경우 전략거점을 단번의 폭발로 완전 무력화시키게 되므로 특수부대의 진격속도가 매우 빨라지게 된다.

또한 핵배낭은 해당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바, 핵폭발 전 침투조가 인근 지역에서 벗어나야 하므로 침투조가 가급적 소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선인민군의 핵배낭은 열병식장에서는 방사능 표식을 달고 등장하였지만 실제 교전 현장에서 핵배낭에 방사능 표식을 달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의 핵배낭은 한반도 유사시 대혼란의 급박한 국면 속에서 카튜샤 군복을 입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군 장병처럼 생긴 군인들에 의해 ‘made in U.S.A.’라는 표식이 그려진 장비로 전환되어 미군부대 내에 은밀하게 반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군이 용산 미군기지, 용산 국방부 청사 등 한미연합군의 도시지역 전략거점에 핵배낭을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 진입한 인민군은 중앙청 청사에 주둔하였는데 한미연합군의 지휘거점을 핵배낭으로 초토화시켜버리면 도시지역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이후 복구의 책임을 북한이 온전히 떠맡아야 하는 불필요한 부담이 발생한다. 이렇게 될 경우 설령 인민군이 남쪽의 도시지역을 점령했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해당지역에 군대를 상시적으로 배치하기도 어려워진다.

북한이 핵배낭으로 타격할 목표로 상정한 대상은 바로 동두천과 의정부의 주한미군 부대일 가능성이 높다. 인민군 특수부대는 핵배낭을 활용해 미군부대를 단번에 타격소멸시킴으로써 한반도 유사시 북한 주력전차군단의 신속한 남진을 보장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휴전선의 주력부대가 핵공격으로 전멸당하면 방어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개입한다면 즉시에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군사적 긴장고조 행위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이유이다.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빨리 항구적 평화상태로 전환하는 것, 대결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대북접근을 전환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에게도 가장 합리적인 대북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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