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실상 결렬’이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25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6차 남북 실무회담이 종료되면서 합의는커녕 종전처럼 다음 회담 일자도 못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남북관계가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습니다. 개성공단 만이 양측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었는데, 지난 4월 잠정 폐쇄 되는 통에 성하지 않은 그 끈마저 절단되기 직전까지 온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는 남북관계의 완전 파탄을 뜻합니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결정적 이유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원인을 둘러싼 입장차입니다. 원인이 규명되어야 개성공단 가동 중단 책임과 재발 방지책이 나옵니다. 즉 가동 중단 원인의 시시비비를 가려 귀책사유를 명확히 하자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동 중단 원인을 규명하자는 것은 남측의 일관된 요구사항이었습니다. 남측은 그간 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원인이 북측의 일방적 조치 때문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에 비해 북측은 처음에는 개성공단 ‘조속 가동’을 주장하다가, 남측이 원인 규명을 계속 요구하자 남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다가, 이번 6차 회담에서는 책임을 양측이 ‘공동 담보(보장)’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 남측은 1차 회담 때부터 원인 규명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시종일관 밀고 왔습니다. 그러나 하나 놓친 게 있습니다. 원인 규명이라는 작은 것에만 매달리다 보니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큰 것에는 관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남측은 원인 규명이라는 하나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타협 없이 북측에 내려먹였습니다. 일종의 ‘일방주의’인 셈입니다. 그러니 북측으로부터 ‘남측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의지가 있는가’라는 지적을 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에 비해 북측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우선시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북측은 전반적으로 ‘선 개성공단 가동, 후 원인 규명’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구동존이(求同存異)로 볼 수 있습니다. 북측 대표단 박철수 단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차이점은 뒤로 미루고 공통점을 찾는 방향에서 진지한 협의도 진행했지만 남측은 일방적인 주장만을 계속 고집하며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측은 ‘원인 규명’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고, 북측은 몇 차례 변화를 해 왔습니다. 남측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원인 규명에만 초점을 맞췄고 북측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번 개성 실무회담에 임한 남측의 전략은 ‘일방주의’로, 북측의 그것은 ‘구동존이’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양측의 이 같은 전략은 전술 구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북측은 6차 회담에 걸쳐 합의서 초안과 수정안, 재수정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나 남측은 처음엔 합의서 초안도 준비하지 않다가 대세에 밀려 갖고 나왔다가는 이후 수정안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일방주의와 구동존이. 어느 쪽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이르는 적합한 방법론이었을까요? 어느 쪽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결렬로 이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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