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키 리졸브 2013 훈련 첫날이던 3월 11일, 북한군 항공기가 하루에만 700여회 출격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3월 13일, “지난 11일 하루 동안 북한군 전투기와 헬기 등 항공기의 비행이 700여 소티(출격횟수)에 이른다”면서 “하루 동안 이런 규모의 소티는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키 리졸브 연습 첫날에 북한의 동·서쪽 지역 모두 항공기 출격 횟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밝혔다. 작년 하계훈련 기간 북한군의 비행은 가장 많은 날이 120여 소티였는데 무려 6배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분석한 제도권의 분석내용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언론은 전문가의 말이라며 북한군 전투기 출격이 잦은 것은 첫째, 북한군이 상당히 긴장했다는 것이고 둘째, 대북 군사훈련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북한군이 상당히 긴장하였다면 전투기를 대량 출격시킬 것이 아니라 반대로 출격을 안 시켜야 한다. 키 리졸브 훈련은 3월 11일에 시작해서 총 10일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대북 군사훈련이다. 북한이 앞으로 10일간 초긴장상태에서 한미연합군의 훈련양상을 주시하면서 그에 따른 대응기동을 하려면 전투기가 출동대기상태에 있어야지, 출동을 하면 안 된다. 전투기 700여대가 비행 중에 있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유효한 항속거리가 줄어들어 이후 작전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발진한 전투기들이 모두 무장상태에 있다면 연료소모는 더욱 극심해진다. 북한공군에 공중급유기가 있지 않고서야 보유한 전투기를 모두 발진시킨 상태에서 한미연합군의 작전에 대응을 모색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키 리졸브 훈련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해 항공기가 출격했다는 주장은 더욱 허무맹랑하다. 북한군이 운용하는 미그 계열 전투기는 전투기를 보다 가볍게 하기 위해 전투기 동체에 레이더 장비를 탑재하는 대신 육상의 레이더로부터 정보를 지원받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그기는 전투 시에 육상레이더의 지원을 받아 작전을 수행하는데, 육상레이더가 안 좋아서 정찰을 위해 미그기를 발진시킨다는 것은 모순이다.

게다가 키 리졸브 훈련은 이후 10여일 간 계속되었지만, 3월 11일 이후 항공기 출격은 줄어들었다. 훈련에 대한 긴장이 높다거나, 한미연합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전투기를 발진시켰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잃는다.

하루 700회 출격의 의미

북한군 항공기가 하루 700여회 출격하였다는 사실은 북한공군이 전략기동을 통해 한미연합군에게 강한 군사적 메시지를 던졌다고 분석하는 것이 맞다.

한국군부에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북한의 공군력이 형편없다고 평가절하하는 기류가 만연해 있다. 북한전투기의 연식이 낡았고, 북한전투기 조종사들의 비행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북한은 물자가 부족할 것이므로 전투기를 발진시킬 수 없다는 것이 그 동안 보수진영의 주장이었는데 하루 700회 항공기 출격은 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항공기가 하루에 700회 출격하는 상황은 전면전에서 나타난다. 일례로 1999년, 전면전이라 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체첸전투 시 러시아군은 하루 평균 30여 차례 항공기를 출격시키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은 매일 평균 986소티를 기록, 하루에 1000대의 항공기가 발진했다. 결국 하루에 700여 차례에 걸쳐 항공기를 출격시켰다는 것은 북한이 전면전 수행능력이 있다는 것을 미국에 똑똑히 인지시키는 과정이 된다.

하루에 항공기를 700회 출격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통상 전투기를 1회 출격시키려면 최소 3차례의 정비를 받아야한다고 한다. 자동차는 고장이 나도 노상에서 수리하면 되지만 비행기는 만에 하나 비행 중에 고장 나면 고가의 동체를 그대로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정비가 매우 중요하다. 비행기는 곧 정비가 생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항공기를 하루에 700회 출격시킨다는 것은 북한공군에 그날 하루 총 2100회의 정비점검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즉, 수많은 숙련된 정비병과 부품이 있어야 한다.

항공기는 자동차와 달리 소모성 부품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이착륙 시에 지면과 상당한 충격과 마찰이 발생하므로 전투기의 지상타이어는 자주 교체해주어야 한다. 전투기의 제트엔진은 초음속 비행을 하므로 비행이 끝나면 늘 점검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비점검은 항공유를 비롯한 각종 물자를 소모한다. 공군에서는 전투기가 300회 출격하는데 약 4000톤의 물자가 소모된다고 한다. 북한공군의 출격도 동일비중으로 본다면 700회 출격 시 최대 9000톤의 물자가 소모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단 하루의 출격에 9000톤의 전쟁물자가 사라진 것이다. 북한공군이 만성적인 물자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물자를 원만하게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2011년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북한이 전시에 대비해 군보관시설에만 유류 150만톤과 탄약 170만톤을 보관하고 있으며 군량미도 100만톤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북한 항공기의 이번 700회 출격은 윤상현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무시 못 할 북한의 공군력

북한인민군 공군은 약 11만명으로 공군사령부 예하 4개 비행사단과 훈련사단, 헬기여단, 2개의 전술수송여단 및 2개의 공군저격여단과 지상방공부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북한의 공군전력은 전투기 약 920대, 정찰기 30대, 공중기동기 330대, 헬기 300대, 훈련기 약 170대 수준이다. 현재 전투기로는 미그-29 40대, 수호이-25 36대를 비롯해 미그-23, 미그-21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전투기가 40여대면 2개 대대급에 해당해 전략기동이 가능하다. 즉, 전쟁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존재이다.

미그-29는 미국의 F-16과 비교되곤 하는 공중전 전문 전투기이며 수호이-25는 미국의 A-10 공격기와 비교되는 지상공격기이다. 또한 북한이 보유한 미그-23기는 한국의 F-4, F-5와 비교된다.

북한은 공군기지를 총 70여 곳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항공기를 배치하고 있는 기지는 30여 곳이라고 한다. 상당수의 공군기지들이 지하활주로와 기만활주로, 지하격납고 등으로 시설이 지하화 되어 있다.

군은 북한공군이 조종사의 훈련이 미숙하고, 레이더, 정비부족, 유류부족, 부품부족 등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교전 시 우리측 승리가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부품공급과 관련해서는 조달이 힘들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이 미그 29를 최초로 도입한 것은 1985년인데 1992년에 미그-29 조립생산공장을 세우고 2대의 미그 29기를 직접 생산했다. 이후 북한은 미그-29를 기술도입생산 형식으로 1994년부터 자체생산하고 있다.

이 시기는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하던 때라 미그-29 생산이 원활치 못했을 것이지만, 북한이 1990년대에 미그-29를 자체로 생산했다는 점은 놀랍다. 1990년대 북한은 미그-29의 핵심부품을 수입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련붕괴 이후 러시아는 부품공급에 현금결제를 요구하였고, 부품공급을 끊어 미그-29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한다. 당시 북한은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부품을 구해 미그-29를 조립했다고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자체생산으로 방향을 틀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2년 12월 12일에 있었던 ‘광명성 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로 북한의 우주발사체 엔진 제작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이 드러났다. 액체추진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북한이 제트엔진의 자체 제작에 달라붙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북한이 미그-29를 자체생산한다면 북한이 보유한 미그-29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기종일 가능성이 높으며 보유량도 40여기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그-29는 어떤 전투기?

미그-29는 공중전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특화된 구소련의 전투기이다. 쉽게 말해 미그-29는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 기지나 한국군 기지를 폭격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폭격할 한미연합군의 폭격기를 요격하고 한미연합군의 F-15, F-16과 공중전을 벌여 북한의 제공권을 지키는 개념의 전투기이다.

공중전, 대 지상전 등 각종 작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F-15와 수호이(Su)-27 등은 30톤에 달하지만 미그-29는 무게가 21톤에 불과하다. 미그-29와 가장 비교되는 대상은 F-16이지만 F-16도 F-15의 공격을 보조해주는 역할도 있어 대 지상전 등의 작전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그-29는 공중전 중심의 전투기로 초점이 맞춰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개발한 F계열 전투기는 모두 전투기 내에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다. 하지만 미그-29는 전투기에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하지 않고, 육상 레이더 기지의 지원을 받는다. 공중에서 자유롭게 기동하며 적기를 요격해야 하는 전투기 입장에서는 크고 무거운 레이더를 기체 내에 장착하면 기동력이 떨어지므로 육상 레이더의 지원을 받는 편이 전투기 기동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북한의 레이더 기술이 무시 못 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2010년 인민군 열병식 때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레이더 개념인 위상배열 레이더를 공개하였다. 북한의 육상 레이더 기지가 상당한 목표식별, 추적능력을 갖추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F 전투기는 레이더를 모두 전투기 내에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서 미국의 전투기가 소련의 전투기보다 우수하다는 논리가 형성된다.

미국의 전투기들은 왜 육상 레이더의 지원을 받지 않고 고성능 레이더를 기체 내에 직접 싣고 다닐까? 미국 전투기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지역은, 북아메리카의 미국 영공이 아니라 한반도, 이라크, 아프간, 리비아, 시리아 등 전략적 요충지와 적대국의 영공이다. 국토를 지키는 역할이 아니라 주변국 분쟁에 개입하고 침략하는 일이 전문인데 이 경우 미 전투기들은 현지 육상레이더의 지원을 받을 방법이 없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기체에 레이더를 모두 실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전투기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논리 아래 주변국에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미그-29는 공중기동전을 위해 다른 부분을 최소화한 전투기이므로 기동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일례로 2003년 동해에서 미국의 RC-135 정찰기가 함경북도 청진 어랑공군기지에서 전개된 미그-29의 위협비행에 상당한 위협을 느낀 상황이 있었다. 당시 미그-29는 초저고도 비행을 하다가 갑자기 솟구쳤으며 RC-135는 정찰기임에도 불구하고 미그-29가 배후에 바짝 근접할 때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자료에 의하면 당시 미그-29가 15m까지 밀착비행하며 RC-135를 위협했다고 한다.

미그-29는 최고 속도가 마하 2.35로 마하 2.07인 F-16을 능가한다. F-16은 공기흡입구가 고정되어 있어 초음속 비행시 공기흡입 효율이 떨어지지만 미그-29는 가변공기흡입구를 가지고 있어 모든 속도영역에서 공기흡입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한다.

최대상승고도도 미그-29가 F-16보다 1500m 더 높다. 공대공 무기들이 주로 전투기의 아래에 달려 있기에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로 발사할 때 공격이 용이한데, 최대상승고도가 더 높으면 전투기의 작전반경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특히 미그-29는 헬멧장착조준장치(HTS : Helmet Targeting Sight)가 있다. 근접 공중전이 벌어졌을 때 조종사의 시선에 잡힌 목표물을 자동추적해 조준하는 성능을 말한다. F-16은 공격 시 적기의 뒤로 따라붙어야 하지만 미그-29는 공격각도가 더 넓다는 의미이다.

미그-29는 F-15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쌍발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피격당해 하나의 엔진이 작동불능이 되더라도 착륙이 가능하다. 단발엔진인 F-16에 비해 유사시 생존률이 더 높다.

미그-29의 약점이라면 항속거리가 2900km로 3600km인 F-16보다 짧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이 미그-29를 앞세워 일본열도를 침공하지 않는 이상 2900km인 항속거리는 작전상 약점이라 보기 어렵다.

또 하나의 약점은 장착한 유도미사일의 성능이다. F-16이 장착한 공대공 중거리미사일인 암람(AMRAAM)은 미그-29가 장착한 공대공 중거리미사일인 알라모(AA10)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암람은 한번 발사하면 유도탄이 자체적으로 목표물을 추적하는 능동유도 방식인데 반해 알라모 미사일은 발사한 후 미사일이 명중할 때까지 계속 조준해주어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알라모 미사일의 조준을 육상 레이더 기지가 수행한다면 미그-29의 약점은 크게 보완될 수 있다.

물론 3월 11일, 북한 항공기들이 하루 700회 출격을 했을 때, 그 항공기들이 모두 미그-29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방공망을 구성하고 있어 한미연합군 전투기들이 북한 영공에서 저공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 영내로 깊숙이 침투한 적기는 레이더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군은 신속하게 북한 공군을 궤멸시키고 북한에 대한 제공권을 확보해 북한전역의 전략거점 폭격을 추진할 것이다. 이는 코소보에서, 아프간에서, 이라크에서, 리비아에서 이미 수차례 반복해 온 미국의 침략전쟁 수행방식과 동일하다.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항공기 700여 소티로 나타났다. 이제 북한전투기들은 항공유가 없어서 이륙을 못하고 있고 부품이 없어서 정비가 안 된다는, 구소련이 붕괴하던 9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평가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북한은 F-15의 고성능레이더가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을 내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북한은 강력한 방해전파를 발사해 F-15의 폭격으로부터 육상의 방공망과 레이더 기지를 보호하고 육상의 방공화기들을 총동원해 한미연합군 전투기들의 저공비행을 막은 다음, 전투기를 총발진시켜 양적 우위를 점한 조건에서 레이더에 근거한 원거리 타격전이 아니라 전투기의 기동력을 이용한 근접기동전으로 한미연합군 전투기를 요격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월 11일에 있은 항공기 700회 출격은 북한이 대규모 공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이다. 북한과 대규모 공중전에서 일격에 북한공군을 궤멸시키지 못한다면 미군의 대북 전쟁계획은 그 초동단계에서부터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이 지난 4월, “플레이북”이라 일컬어지는 대북군사행동계획안을 보류시켰는데 이는 북한의 전쟁수행능력을 새롭게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판단에는 3월 11일 북한 항공기 700회 출격도 미국의 입장변화에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