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3동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18일 남측에 왔습니다. 2005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8년 만의 일입니다. 이번 대회는 남자부 4개국(한·중·일·호주) 여자부 4개국으로 치러지는데, 북측은 남자부에 참여하지 않고 여자부에 한국, 중국, 일본과 함께 참가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북측 여자 대표단을 보니 햇빛에 그을린 얼굴이지만 하나같이 맑고 밝은 표정입니다. 이들 선수들의 나이가 대략 20대 초중반이니, 북에서 자연재해와 식량난에 ‘고난의 행군’을 하던 1990년대 후반기에 초등학생이었을 법합니다. 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니 그 어려운 시기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재일 총련 관계자로 구성된 응원단도 들어옵니다. 여기에는 재일동포 축구선수로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서 활약 중인 정대세 선수의 부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읍니다.

이번에 오는 북측의 선수단과 응원단은 지난 시기 남북관계가 활성화될 때에 비하면 약소한 편입니다. 조촐하기까지 합니다. 남측에서 개최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제주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 그리고 2005년 남북통일축구와 인천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등에서 북측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의 현주소에서 본다면 이 같은 소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의 서울 방문도 그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지난 3, 4월 남북은 전쟁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물론 스포츠가 정치 군사적인 대립을 대신하거나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스포츠가 정치 군사적 갈등을 푸는 데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할 수는 있습니다.

지난 시기 남북이 주요한 합의를 할 때, 앞서 축구시합이 열려 그 신통력을 발휘한 바 있습니다. 1990년 10월에 경평축구대회가 44년 만에 부활했고 1년여 후인 1991년 12월에 남북 기본합의서가 타결됐습니다. 또한 1999년 8월 평양에서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가 열렸고 10개월 후인 2000년 6월에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돼 6.15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남북은 관계개선의 분수령이 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2일에는 5차 실무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북측 여자 축구대표팀의 서울 방문이 남북관계 개선에 분위기 조성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침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도 공동응원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1일 남북전이 열리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나가 단일기를 들고 공동응원을 하는 것도 민족화해에 기여하고 또 무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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