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판문점 통일각에서 지난 6일부터 7일 새벽까지 열린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와 관련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남측 수석대표인 서호 남북협력지구단장과 북측 단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 지도총국 부총국장은 △남측 기업 관계자들은 10일부터 개성공단을 방문해 설비를 점검 정비하고 △남측 기업들이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반출하고 관련 절차에 따라 설비를 반출하며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남측 인원과 차량의 통행 통신, 이들의 안전한 복귀를 보장하고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후속 회담을 10일 개최한다는 것 등 4개항에 합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합의는 제4항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후속 회담 10일 개최’에서 보이듯 완전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가 아닌 반쪽 합의인 셈입니다. 개성공단이 장차 재가동 될지 안 될지 아직 가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머나먼 개성공단 정상화’인 것입니다.

반쪽 합의라도 합의는 합의이기에 이번 합의는 중요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시종 남북관계 경색 탓에 사실상의 남북합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합의는 남북 간에 5년여만의 합의이자, ‘박근혜-김정은 정부’에서 이룬 첫 번째 합의로 됩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발자국은 뗀 셈입니다.

이렇게 반쪽 합의라도 된 데에는 북측의 적극성과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남측 서호 수석대표가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상당히 의욕적”이었다면서 “북측이 아주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조짐은 그전에 읽혀졌습니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15민족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회의에 참석한 김완수 6.15북측위원회 위원장은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접촉에 대해 “우리는 일단 잘하자고 준비해 가지고 나간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남측의 대응입니다. 남측은 북측의 이 같은 적극성을 역이용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술을 구사해 왔습니다. 사실 지난 4일 이번 실무회담 개최 합의 과정에서 북측은 회담장소, 의제, 일정에서 대부분 남측의 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게다가 이번 실무회담에서는 북측이 원부자재 반출은 어렵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완제품과 원부자재, 설비 반출을 허용했고, 남측 인원의 원활한 통행보장과 통신선 복구 요구도 받아들였습니다. 북측이 최대한 양보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 남측이 ‘원칙과 신뢰’라는 이름 아래 이 같은 전술을 매번 구사한다면 이는 동족 간에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일입니다. 그게 원칙이고 신뢰입니다. 타협을 위해서는 하나씩 주고받아야 하고 또 합의를 위해서는 내 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일 있을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후속 회담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후속회담의 주제가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따른 재발방지 보장과 관련된 것이기에, 필경 가동중단 원인을 두고 남북간 한바탕 진통이 예상됩니다.

합의는 양보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강한 쪽이 양보를 하게 마련입니다. 이번엔 어느 쪽이 양보해서 ‘머나먼 개성공단 정상화’를 ‘당장의 개성공단 정상화’로 바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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