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3박4일간에 걸친 중국 방문의 성과에 대해 정부는 ‘신뢰’ 구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사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 슬로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로 내세웠습니다.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박 대통령에게 ‘라오펑요우’(老朋友:오랜 친구)라고 화답하면서 양국의 ‘신뢰’ 관계를 표시했습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방중 사흘째를 맞는 29일 칭화대(淸華大)를 찾아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연설을 했는데 여기에도 ‘신뢰’가 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 컨셉을 ‘신뢰’에 맞췄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정부가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지지를 받아냈다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중국의 정치서열 1∼3위를 모두 만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것입니다.

두 정상이 합의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는 “중국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을 환영하고”라는 대목이 있지만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야박한 평가도 있습니다. 아무튼 정부의 평가니 그렇다고 칩시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방미 때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 데 이어 이번에 중국 측의 지지도 확보하게 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G2 국가로부터 양 날개를 단 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 하자가 있습니다. 정작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상대자이자 공동 주체자인 북한으로부터는 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이 회의록은 2007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민족문제와 관련해 나눈 대화를 녹취한 것입니다.

북측은 남측이 “민족의 운명문제, 북남관계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북남수뇌 상봉까지도 정쟁의 희생물, 당리당략 실현의 정치적 제물로 서슴없이 악용하였다”면서 그러고도 그 무슨 ‘신뢰’를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측은 남측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작은 것부터 차츰 신뢰를 쌓아가며 남북관계 전반을 건강한 남북관계로 만든다’는 것이라고 표방해왔다고 상기시키고는 “상대방을 존중할 줄도 예의를 차릴 줄도 모르면서 그 무슨 ‘신뢰’에 대하여 떠들며 신의도 모르고 신뢰도 없으면서 그 무슨 ‘대화’에 대하여 수다를 피우는가” 하고 꾸짖었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고 합니다. 북측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신뢰가 바깥에서 통한다면 이는 구멍 난 바가지를 잠깐 땜통한 수준일 것입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온존한 대북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북측의 지지를 받는 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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