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홍장(일본 조치(上智)대학 연구원)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한국에 사는 사람들 중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재일조선인의 경우 이 질문은 자신의 존재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해외 공민」으로 교육을 받으면서(이러한 이해도 일면적이지만), 한 걸음 학교 밖으로 나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일본이름을 쓰면서 일본인으로 행동하고, 혹은 일본인 친구에 대해서는 「재일한국인」이라고 자기소개를 할지도 모른다. 재일조선인에게는 이러한 생활의 각 장면에서 자신의 입장에 따라 자기소개 방법을 바꾸는 행위는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외국인」으로서 입게 될 불이익이나 「조선인」이라고 자칭해서 받을 수 있는 편견을 받으면서 생활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재일조선인의 내셔널아이덴티티는 이처럼 여러 「네이션(nation)」에 의해 규정된 복잡한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은 특정한 국가에 귀속하는 것을 전제로 타인을 바라보고, 「◯◯인」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본사회에서는 「조선인」이라고 자칭할 때 「적성국가」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열렬한 지지자로 행동할 것이 요구된다. 한편 그 요청을 거부할 경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모든 유대를 차단하고 적성국가 비판의 선봉에 나서야 한다. 결코, 여러 네이션에 걸쳐 존재하는 입장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관계성에 대해 주체적으로 발언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상황에 몰려 버린다. 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그러한 시선을 「내셔널리티(nationality)의 강제력」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재일조선인이 자신을 조선인/한국인/코리안 또는 일본인이라고 자칭할 때 거기에 담긴 생각은 다양하다. 내셔널아이덴티티는 그들이 특정한 네이션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물며 보유하는 「국적」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럼「내셔널리티의 강제력」은 구체적으로 재일조선인의 내셔널아이덴티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다음 기사에서는 조선적을 가진 재일조선인에 초점을 맞추고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필자 소개]
교토대학 박사(문학). 사회학 전공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조치(上智)대학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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