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쌀 시장가격이 상승, 안정세를 보이는 점에 대해, 북한 식량사정이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생산성이 낮아 여전히 식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 인명진)가 21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북한의 영양실태와 2013년 식량공급 현황'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시장 내 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고 쌀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김영훈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쌀 1kg당 가격은 북한 원화로 약 8천5백원으로 2010년 2월 400원 수준에 비해 20배가 올랐다.

하지만 환율시세로 따지면, 지난 4월 쌀 1kg당 가격은 약 0.7달러(북한원화 약 91원)로, 2010년 2월 약 0.5달러(약 65원)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중국의 쌀 도매가격과 비교, 2008년 중국 쌀 가격 상승폭이 북한의 가격과도 비슷해 쌀 가격 상승을 쌀 부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쌀 가격이 상승.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식량 사정이 좋다고 볼 수 없다고 김 수석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시장가격 추이를 보면 식량가격이 낮을 때(4,5월)와 높을 때(8,9월) 차이가 약 60%"라며 "이는 기아선상이 아니면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북한 사회 내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식량생산 면적을 계산하면 최소한 650만톤을 생산해야 한다"며 "지난해 490만톤 수급은 대단히 많이 향상된 것이다. 전년에 비해 10%이상 늘었다. 가을 작황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세계식량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490만톤을 수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1인당 배급 목표를 연간 213kg(하루 580g)으로 잡고 있지만, 실제 배급은 연간 136~70kg으로 하루 필요 열량의 52~27%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김 선임연구위원은 농업생산구조, 농업생산요소 공급 부족, 재해 등을 꼽았다.

즉, 북한의 협동농장체제가 비효율적이고, 1년에 비료가 150만톤이 필요하지만 현재 최대 70만톤이 제공되며, 산림황폐 등 재해가 빈번하기에 식량 생산이 향상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북한이 오랜 기간동안 개혁부진, 자본부족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와 식량난이 지속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 인명진)가 21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북한의 영양실태와 2013년 식량공급 현황' 토론회가 열렸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또한 지속적인 통화증발로 6.28방침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여부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6.28방침의 주요 내용은 △협동농장과 공장의 생산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국가가 우선 보장하고, △비용의 보장은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며, △국가와 농장(공장)이 70:30으로 분배하되, △협동농장의 작업분조 규모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훈 선임연구위원은 "초기비용을 국가가 댄다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주의다. 개혁이 아니다"라며 "국가가 조달해야하는데 지금까지 못했으니 이제 하겠다는 약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간 300~400%의 높은 인플레로 시장가격 지불은 의미가 없다", "70:30 분배는 국가의 자본 몫이 70%라는 것인데 이는 착취다. 불공정거래이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6.28방침 중 협동농장의 작업분조 규모 축소는 유의미한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분조는 20명 정도였는데 거의 2~3호 규모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현실화되면 경영관리와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농가 경영의 동기유발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2000년 7.1조치, 2009년 화폐개혁 등을 해왔지만 통화증발 현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해 6.28방침도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국제사회가 자본을 지원하거나 인도적 지원 등을 해야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대외관계가 해결되야 한다. 정치적, 인도적, 경제적으로 물꼬가 트이는 상황이 없ㄷ면 북한은 식량, 경제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수경 인하대 교수가 '2012년 북한 영유아 영양상태 유엔 보고서'를 분석 발표했으며, 박창일 북민협 부회장의 사회로 신영전 한양대 교수, 김유호 유소아과의원 원장,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 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으며, 30여명이 참석했다.

▲ 이날 토론회에는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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