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현안문제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통일 비전으로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청소시간에 전체 학생들이 복도에 쪼르르 줄지어 앉아 교실 바닥을 닦았습니다. 왁스 묻힌 마른 걸레를 가지고 구호를 복창하면서 교실 바닥을 반짝이도록 닦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세우고 한창 경제발전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였습니다. 모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교실바닥을 닦으며, 외치던 구호는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의 좌표였던 ‘수출 1억불! 국민소득 1,000불!’ 어린 학생들이 목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며 걸레질했던 생각을 하면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박정희 시대부터 ‘747 공약’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권까지, 국가의 비전을 국민소득 얼마, 경제규모 얼마 등 숫자로 나타낸 지표만이 무성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어떠한’ 나라가 되어야겠다라는 비전이 국민들 마음에 살아 숨쉬며 꿈틀거리던 적이 있었던가 묻고 싶습니다. 개인들이 학교 성적에 집착하듯이, 거의 모든 국가지도자는 국제무대에서 등수와 성적에만 집착해 왔습니다.

국민소득 1,000불 목표에서 1만불 목표를 달성하면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한 나라가 될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경제력이 커지면서 국민들은 예전보다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한국인은 과연 행복한가요. 어느 새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가 되어 버린 한국의 현실을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 사회의 현안문제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Action for One Korea’(AOK)가 추구하는 운동은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즉 방법론에 치중하는 운동이 아니라, 통일된 나라, 하나된 조국은 어떠한 나라여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함께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운동입니다.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를 고민하고 이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 ‘원코리아 운동’이 시민들에게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을 모색할 때, 지구촌 시민들이 원코리아 운동에 공감하고 지지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천적 대안이라 함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야기 보다는 보통 시민들이 실생활에 적용해 나갈 수 있는 생활지향적인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올해도 한국에는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경각심은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기 생산 방식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전기를 아끼기보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손수건을 모두 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손수건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화장실에는 손을 씻고 닦을 수 있는 종이타월이 있고 한 술 더 떠 자동으로 손을 말려주는 전기 건조기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종이타월을 생산하거나 전기 건조기를 화장실 마다 설치하는데, 전기소모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손수건을 들고 다니던 옛날로 돌아가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아름다운 디자인과 메시지가 있는 원코리아 운동을 알리는 손수건으로 ‘지구를 살리자’라는 캠페인을 벌여나가려고 합니다.

사실 해마다 버려지고 있는 종이쓰레기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한국은 연간 8천톤, 미국은 연간 2백만톤의 종이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으며 지구는 이미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펄프의 원료인 목재 자급률이 10% 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국민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종이를 나무로 환산하면 소나무 87그루에 해당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 보자기는 정성어린 마음이 담긴 훌륭한 포장재로 자연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세계로 전파할 수 있다. 지구촌의 현안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보통시민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운동으로 펼쳐나가야겠다. [자료사진 - 정연진]

보자기야 말로 자연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아끼는 한국인의 마음을 세계에 전파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보낼 때 사용하거나 개인 용도로 사용하여 장기간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포장과 쇼핑백에 낭비되는 종이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복을 싸다’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보자기는 받는 사람의 ‘행복’을 비는 매개체입니다. 보자기는 우리 실생활에서 별로 쓰이고 있지 않지만 아직도 결혼 예물이나 귀한 선물은 보자기로 싸듯이, 보내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을 전합니다.

보자기를 선물포장에 활용하면, 한 사람의 정성이 다른 사람에게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해지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널리 전파될 수 있습니다. 보자기에 전 인류가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넣는다면 자연사랑 뿐 아니라 인류애적 가치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겠지요. 보자기 쓰기 캠페인을 한국과 해외동포사회에서 먼저 실천해서 세계로 확대해 나가면 어떨까합니다.

▲ 한국의 전통보자기를 현대적인 상품포장재로 탈바꿈시킨 동의대학교 한패션RIS사업단의 제품 (전통, 현대와 ‘통’하다 전시회에서. 2011년 3월). 전통과 현대의 멋을 조화시켰다. [자료사진 - 정연진]

또한 보자기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대단한 철학이 숨어있습니다. 책이나 물건, 먹을 것을 천에 둘둘 싸고 질끈 묶어 들고 다니는 한국인의 소박한 보자기 문화는 서양의 가방문화와 여러 가지로 대조됩니다. 가방은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반면, 한국의 보자기는 내용물에 따라 모양이 길쭉하게 동그랗게도 네모나게도 다양하게 변합니다. 보자기는 겉포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는 놀랄만한 가치를 담고 있지요.

근래 한국 사회 전반에 명품 가방에 대한 집착이 퍼져있습니다. 여자친구 명품 백을 사주어야 해서 젊은 층 남자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한국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내용물보다는 외형에,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겉치레에만 치중하게 된 것일까요. 겉이 아니라 내용물이 주인공이 되는 보자기의 철학, 세계만방에 자랑해 봄직 하지 않을까요.

한국 고유의 가치를 21세기 지구촌에 필요한 메시지로 풀어내는 노력

제가 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기질에 대해 설명할 때 곧 잘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고 소개합니다. “해방직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공산주의,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에 목숨걸고 싸우는 것이 한국인의 기질”이라고 말하며 분단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예로 들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미스 아메리카를 뽑을 때 1등, 2등, 3등, 이렇게 등수로만 뽑지 않느냐, 그러나 한국에서는 최고 미인은 참 진, 그 다음 2등이 착할 선, 그 다음 3등이 아름다울 미. 그냥 예쁘기만 한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는 3등 밖에 못 한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탄성으로 답하곤 합니다.

▲ 정연진의 <홍익정신 기반의 한류 문화운동> 발제 자료 중에서. LA 코트라 주최 Korea Media Content Market 행사.(2012.10월) [자료사진 - 정연진]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현안 문제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 함께 행동으로 옮김으로서 실천해나가는 운동. 원코리아 운동은 한마디로, ‘변화’를 꿈꾸고 실현해나가는 운동입니다. 보통 시민들이 통일나라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 조국이 다시 하나가 되는 통일시대를 앞당기자는 의지를 가지고 말입니다. 통일나라 비전 구상에는 한국 고유의 소중한 가치를 21세기 지구촌에 필요한 메시지로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한 메시지에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성원해 준다면 세계가 지지하는 원코리아 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지구촌 어디에 있든 국내외 한국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통일 생각을 나누는 Action for One Korea 페이스북에는 오늘도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사진은 커피컵 홀더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OK(One Korea) 메시지를 담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천으로 제작해 보자는 아이디어. [자료사진 - 정연진]

통일코리아는 지구촌 시민들에게 희망의 표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금융위기, 생태위기, 기후변화 등 다변적인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에 우리는 세계가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통일 비전을 내놓고 그것을 지구촌 사람들과 소통할 것입니다. 그 비전을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듯 아름답게 가꾸어, 세계인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글로벌 통일 운동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