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를 대결 모드에서 대화 모드로 변화시키기 위한 북한의 노력이 눈부십니다. 16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위임에 따라’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북.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대외 대화 공세는 이미 지난 5월부터 발동이 걸린 터입니다. 5월 14-17일 이지마 이사오 일본 내각관방 참여(参与)가 아베 수상의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향후 북.일 회담의 여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역시 5월 22-24일에는 김정일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관련국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 들어 북측은 남측에 당국간 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했고 남측도 이에 장관급 회담으로 수용했으나, 이후 실무접촉 과정에서 무산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북한의 이번 대미 대화 제의는 북한의 대외 외교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다름 아닌 미국과의 대화입니다.

이번에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건설’ 문제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핵보유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것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자위적이며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김일성-김정일’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라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에 미국 측은 북한 측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에 나서겠다고 한 종래의 입장과 같습니다. 이번 북한의 회담 제안만으로 당장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에 주저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제안에는 미국이 쉽게 저버리기에는 아까운 내용들이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 없는 세계건설’과 ‘조건부 북핵 포기’ 등은 달콤하고도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제안을 거부할 경우 북한의 기질상 북한으로부터 입게 될 ‘압박’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쨌든 문제는 이 같은 북한의 대미 대화 제의가 남북 당국 대화가 성과적으로 진행된 후에 나왔으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제 대결과 대화 분위기가 교차하던 한반도 정세가 어떤 꼭짓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달 말 한.중 정상회담이 있으며, 다음 달에는 북측이 남측에 당국 회담을 제안할 때 언급한 7.4공동성명 발표 41돌과 특히 북측의 회심일인 ‘전승일’(정전협정, 1953년 7월 27일) 60돌을 맞게 됩니다.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과 북이 만나야 하듯, 북한과 미국도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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