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연재 : 북한의 군사무기]에 부쳐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60년을 이어 온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대립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시험으로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였으며 인공위성 발사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제조능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늘려 경제건설을 추진한다는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커다란 견해차가 있고 이것이 정부의 현실적인 대북정책 수립을 막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미사일을 수출하는 북한이 탱크와 전투기만은 60년대에 머물고 있다는 논리로는 연평도 포격전에서 해병대가 입은 심각한 피해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군 지휘부가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일삼는 지금, 또 다시 바라지 않는 충돌이 일어난다면, 애꿎은 우리 장병들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군사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수많은 군인들이 무리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라도 북한의 군사력을 제대로 짚어보고 현실적인 대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정세의 필요에 의해 연재를 결심하였습니다. 필자의 논지에 부족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십시오. 진지한 마음으로 지적사항을 반영하겠습니다. / 필자 주

2013년 3월 26일, <연합뉴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빌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월 25일 조선인민군 제324 대연합부대와 제287 대연합부대 및 해군 제597 연합부대의 상륙과 반상륙훈련을 현지지도했다는 보도내용을 알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불의에 훈련명령을 내렸다면서 동해안에 있는 인민군 육군 대연합부대들, 해군 연합부대의 상륙 및 반상륙 작전능력을 최종 검열했다고 전했다.

인민군 반 상륙훈련 현지지도

3월 25일에 있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반 상륙작전 현지지도는 바로 북-미간 군사적 대치가 첨예하던 3월 29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군의 쌍룡훈련을 염두에 둔 사전대응조치라 볼 수 있다. 포항에서 실시된 쌍룡훈련은 한반도 유사시 대북 상륙작전을 연습하는 훈련이다. 올해에는 한국 해병대와 오키나와 주둔 미 제3해병기동군 소속 병력 등 1만여명이 참가해 23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이 상륙훈련을 펼치기 전부터, 상륙작전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한미군당국의 기세를 꺾겠다는 의도라 분석할 수 있다.

<연합뉴스> 기사는 북한의 반 상륙훈련이 "적 상륙집단을 해상에서 타격 소멸하는 훈련이 진행됐다"고 하였다. 상대가 해안에 상륙하는 시점을 타격시기로 정하고 포병들이 방사포(다연장로켓) 일제사격을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적의 상륙기도에 맞게 타격시기를 바로 정하고 격파율이 제일 높을 때 적 함선집단에 대한 집중포화력을 들이댔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 조선인민군 상륙, 반상륙훈련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료사진-곽동기]

일반적으로 상륙작전은 상륙하는 순간이 방어에 가장 취약하다. 해상에 있던 군사기재들이 육상에 막 올라와서 지상공격무기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데다 아직 지상의 엄폐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지상군은 지상의 엄폐물을 확보하면 더욱 소멸하기 어려워지므로 그 전에 해상에서 적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정석이다. 지난 태평양전쟁시기 미군도 수많은 상륙작전에서 미 해병대의 상륙을 공격할 우려가 있는 일본군의 해안 저항거점을 소멸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상륙에 임해 왔다. 지속적인 함포사격으로 일본군의 지상구조물을 초토화시킨 다음 상륙병력을 진입시키는 것이다. 최근 한미연합군의 상륙작전은 초대형 함포를 장착한 전함이 사라졌으므로 상륙훈련 시 함대지 미사일 등 공격과 공중지원을 통한 정밀타격으로 상륙대상지역을 초토화하게 된다.

그러나 상륙작전은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공격측이 상륙지점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측이 유리한 점이 있다. 방어하는 측은 긴 해안선 모두 방어해야 하지만 공격의 개념에서는 해안선의 어느 한 가운데를 특정해서 상륙무력을 집중시키는 방식인지라 상륙공격 지역 내에서는 공격역량이 방어역량을 압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륙작전은 군수물자가 풍부한 진영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전술이다. 이 경우 상륙작전을 막는 진영은 적의 전략적 기도를 한손에 파악하고 선제 대응하는 “제갈량”의 눈을 가져야 한다.

이번 상륙훈련에서 인민군은 한미연합군의 상륙무력들을 해상에서 타격하였다고 하였으므로 한미연합군이 상륙하기에 적합한 전략적 요충지에는 인민군 타격수단들이 한미연합군의 함대지 미사일, 공대지 미사일 공격을 견뎌낼 만큼 이미 충분히 갱도 속에 은폐되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미연합군의 상륙수단들이면 미군이 보유한 상륙강습함과 수륙양용 공기부양정과 같은 기갑무력을 들 수 있다. 인민군은 해상의 상륙강습함은 지대함 미사일로, 해안에 상륙한 기갑무력은 작전능력을 발휘하기 직전의 시점을 포착해 방사포 집중사격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민군의 집중대응타격이 반복되면 한미연합군은 일거에 방대한 무력을 상륙시켜 휴전선의 배후에 강력한 제2전선을 형성하기 어려워진다.

한반도에서 상륙훈련을 반복하는 이유

한미연합군은 한반도 유사시 상륙작전을 핵심항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 실천적 예는 한국군에서 해병대의 존재로 드러난다. 우리 군의 해병대는 약 7만명 병력규모로 있으며 이른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귀신잡는 해병대”로 알려져, 한국군 가운데 전투수행능력이 뛰어난 부대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매년 대북 상륙훈련을 실시한다. 2013년 3월 29일에도 한미 합동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단행되었다.

우리 군 체계에 해병대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병대의 기본임무는 상륙작전이다. 한국군 편재에 7만명에 달하는 해병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한미연합군이 한반도 유사시 반드시 상륙작전을 펼치겠다는 것과 같다.

▲ 13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된 2013 쌍룡훈련. [자료사진-곽동기]

한미연합군이 한반도 유사시 상륙작전을 펼치는 것은 한반도 전쟁의 구조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미국이 인민군과 대결에서 가장 자신있어하는 부분은 군대의 특수작전 수행능력, 첨단타격 능력보다도 오히려 막대한 군수물자 조달능력이다. 막대한 군수물자 조달은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다른 나라 군대와 미군을 구분하는 주요 기준이 되었다. 미군은 언제나 전쟁물자가 풍족한 상태에서만 군사작전을 치르기 때문에 절묘한 전술상 묘리를 연구하고 파헤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즉, 미군은 군의 전략전술적 능력이 막대한 물량투하와 군사기술력에 파묻혀 있다.

미군은 언제나 군수물자 조달에 자신이 있으므로 군수물자 조달능력을 통해 전쟁의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 배경이다. 낙동강 방어선은 전선이 협소해 인민군 정예부대들의 최후돌격전이 감행되자 전선이 수세에 빠져 있었다. 당시 미군이 인민군에 비해 확고한 우위를 점한 부분은 바로 군대의 양적 우위, 군수물자 보급의 우위였다. 전선에서 군수물자의 풍부함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 비좁은 낙동강에서만 싸울 때보다 폭넓은 영역에 제2, 제3의 전선을 형성하면 군수물자 조달이 전선을 유지하는 관건적 요소가 된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한미연합군의 인식은 다르지 않다. 이들은 군수물자, 병참조달 능력에 있어 미국이 북한을 훨씬 앞지른다고 보고 한반도 전쟁을 연구한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한반도에서 인민군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려면 강력한 제2전선을 구축해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평양 앞 남포나 원산에 상륙작전을 감행해 제2전선을 구축하면 인민군의 군수물자를 빨리 소진시킬 수 있으며 이후 군수물자의 우위를 빨리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미연합군은 한국군 휘하에 7만명의 해병대를 구성해놓고 정례적인 대북 전쟁훈련에서 틈만 나면 대북 상륙훈련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상륙훈련은 곧 북한의 선제공격 시,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개념이 아니라 인민군을 붕괴시킬 목적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전면전 개념이 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도 맥아더도 인천에 상륙한 한미연합군을 남하시켜 38선 이남 지역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 10월 1일, 곧바로 38선을 돌파해 (이를 기념한 것이 10월 1일 국군의 날이다.) 북한 점령에 나섰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지역을 점령하는 것이다.

즉 한반도에서 상륙훈련은 단순한 정당방위의 수준을 뛰어넘어 상대를 완전히 점령하겠다는 총력전의 개념으로 적용된다. 군의 평소 입장도 “한반도 유사시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지만 실제 행동과 편제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 점령”에 있는, 매우 호전적인 전략이다.

인민군이 단행한 상륙훈련

그런데 최근에는 상륙작전이 한미연합군의 전유물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인민군도 상륙작전을 단행하며 상륙병기를 갖추고 있다.

3월 26일의 인민군 훈련에서도 해군 제597 연합부대의 상륙훈련이 벌어졌다.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해군부대의 상륙훈련을 두고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면 적들이 미처 정신을 차릴 새 없을 것"이라고 치하했다고 한다. 인민군의 상륙훈련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미연합군이 추구하는 상륙작전과 인민군이 추구하는 상륙작전은 서로 다르다. 먼저 양측의 상륙장비를 보면 한미연합군은 기본적으로 상륙강습함과 수륙양용 장갑차에 의거한다.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수륙양용장갑차로는 KAAV가 있다.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 KAAV는 12.7mm(K6) 기관총과 함께 40mm 반자동 유탄발사기(K4)로 무장하고 있다. 장갑은 인민군의 14.5mm 기관총을 막아낼 수 있으며 승무원 3명에 탑승병력 21명, 중량 23.1t, 최고육상속도는 시속 72km, 최고 수상속도는 시속 13.4km라고 한다.

▲ 국군 상륙돌격장갑차 KAAV. [자료사진-곽동기]

상륙돌격장갑차는 적의 공격에 대한 방호능력이 뛰어나지만 수상에서 속도가 시속 13.4km로 매우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에서 활용되었던 상륙정 LVT-2의 수상속도가 시속 12km였으니 KAAV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태평양전쟁 당시 미 해병대가 사용하던 LVT-2. [자료사진-곽동기]

그러므로 인민군은 이들 상륙무력이 상륙하기 전에, 바다에서 격침시키는 작전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민군의 상륙장비는 다소 특이하다. 인민군은 약 200여척의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공기부양정은 동체 아래 부분으로 공기바람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어 지상에서 공중부양한 상태에서 전진하는 공기부양정은 지면, 또는 해수면과 마찰이 없으므로 최대 시속 90km로 매우 빨리 기동할 수 있다.

▲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인민군 상륙훈련 장면. [자료사진-곽동기]

이를 두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면 적들이 미처 정신을 차릴 새 없을 것"이라고 치하했다고 한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북한이 공기부양정에 장갑차 수준의 장갑을 장착해 상륙작전에 활용하는 공기부양전투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인민군의 공기부양정은 서해 5도를 기습공격할 수 있는 무력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상륙훈련은 서해일대를 관할하는 인민군 4군단이 아니라 동부지구의 해군연합부대가 담당하였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인민군이 서해 5도 뿐만 아니라 동해안 일대의 배후에도 상륙해 휴전선의 배후 지대에 제2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한미연합군이 상정한 상륙작전은 전선이 고착된 재래전 형태의 전쟁에서 전선이 확대되면 미군에게 유리하다는 논리이지만, 인민군은 전선이 고착된 종래의 재래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휴전선의 한미연합군을 일거에 붕괴시키려면 특수부대들이 적극적으로 기동해 배후에 강력한 제2전선을 형성해야 인민군 기갑군단이 효율적으로 휴전선을 돌파할 수 있다. 해상시속 90km의 속도라면 속초까지 30분, 강릉까지 1시간 내외로 도달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상륙에 대비해 전투용 헬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민군이 전자전을 단행하며 시속 90km로 밀고 들어오면 이 공기부양정을 명중타격할 수 있는 대응수단이 마땅치 못하다.

4월 12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난데없이 대화제의를 하였고, 실무협상이 결렬되긴 하였지만 일정하게 남북장관급 회담이 거론된 것도 기본적으로는 한미당국이 대화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마저도 유엔제재를 천명하던 미국이 이제 와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상황은 3-4월의 연속적인 군사대결에서 대북문제의 군사적 해법을 찾지 못해 궁지에 몰렸다는 점을 드러낸다. 향후 미국은 더욱 좌충우돌적이며 내부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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