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13돌을 맞이합니다. 일장춘몽이 됐지만, 올해는 6.15민족공동행사와 남북당국회담의 성사 가능성으로 그 기대가 컸었습니다. 지금 실망감이 작지 않지만 그래도 낙망은 금물입니다. 언제고 제2의 기회가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측이 지난 6일 전격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해 올 때까지만 해도 누가 남북대화 가능성을 예상이라도 했겠습니까? 나아가, 지난 3, 4월 한반도 위기 상황을 떠올린다면 최근의 극적인 전변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렇듯 언제고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 남북대화의 가능성. 너무 신기하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6.15공동선언이 갖는 생활력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6.15공동선언이 갖는 생활력은 두 가지에 기인합니다.

하나는 모두 5개항으로 되어 있는 선언의 내용입니다. 제1항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제2항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 인정, 제3항은 이산가족 문제와 비전향장기수 문제 해결, 제4항은 경제협력 등을 비롯한 남북 교류의 활성화, 그리고 제5항은 장관급회담 개최 등으로 되어있습니다. 놀라운 건 13년이 지났는데도 이들 내용이 모두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6.15공동선언이 갖는 역사성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의 상봉을 위해 남북의 밀사들이 만났을 때 그 상봉의 이유를 다름 아닌 7.4남북공동성명 정신에서 찾았습니다. 이후 6.15공동선언에 근본을 두고 2007년에 10.4선언이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민족문제 해결과 관련 7.4공동성명-6.15공동선언-10.4선언은 하나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생활력 때문에 6.15공동선언은 언제고 남과 북을 하나로 묶을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북측이 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전격 제안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6.15공동선언 13돌 및 7.4공동성명 41돌 기념 공동행사 개최 등을 전격적으로 제의하자 이에 남측도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갖자며 파격적으로 호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들 제의와 호응 모두는 앞에서 말한 6.15공동선언의 내용 및 역사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록 ‘6일천하’(6.6-6.11)로 끝났지만 6.15공동선언의 생활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15일 개성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6.15공동선언 발표 13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는 남북당국회담 무산 여파로 남과 북, 해외에서 각각 분산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5년간 끊어졌던 6.15민족공동행사를 복원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게다가, 14일 김대중 평화센터 주최로 개최하는 6.15 정상회담 기념행사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통일부 수장으로는 5년 만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버스 지나간 뒤에 손을 흔드는 격이라서 빛이 바래진 것은 물론이고 아쉬움은 더욱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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