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연재 : 북한의 군사무기]에 부쳐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60년을 이어 온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대립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시험으로 핵탄두 제조능력을 입증하였으며 인공위성 발사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제조능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늘려 경제건설을 추진한다는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커다란 견해차가 있고 이것이 정부의 현실적인 대북정책 수립을 막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미사일을 수출하는 북한이 탱크와 전투기만은 60년대에 머물고 있다는 논리로는 연평도 포격전에서 해병대가 입은 심각한 피해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군 지휘부가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일삼는 지금, 또 다시 바라지 않는 충돌이 일어난다면, 애꿎은 우리 장병들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군사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수많은 군인들이 무리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라도 북한의 군사력을 제대로 짚어보고 현실적인 대북 접근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정세의 필요에 의해 연재를 결심하였습니다. 필자의 논지에 부족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십시오. 진지한 마음으로 지적사항을 반영하겠습니다. / 필자 주

한.미 연합군의 ‘키 리졸브 2013’ 군사훈련이 한창이던 3월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군 초정밀 무인타격기와 자행고사로켓의 사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의 초정밀 무인타격기 훈련의 의미는 앞선 연재 원고에서 밝혔다. 이번에는 자행고사로켓을 살펴보자.

전격 공개된 자행고사로켓 훈련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자행고사로켓의 훈련에 대해 이렇게 보도하였다고 한다.

<자주민보>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상세히 소개하였는데 “저공으로 내습하는 적 순항미사일에 대한 자행고사로켓 사격이 시작됐다. 훈련장 사격에 적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가상한 목표물이 날아들었다”며 “순간 천지를 진감하는 폭음소리와 함께 번개 같은 불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저공으로 내습하는 적 순항미사일을 단방에 박살냈다”라고 하며 <조선중앙통신>이 순항미사일 요격장면을 상세히 보도하였고 관련 영상을 내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화력진지에서 터져 오르는 만세 소리와 함성소리가 조국의 푸른 하늘가에 울려 퍼졌으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명중이요 정확히 한 발에 명중했소. 통쾌하게 명중했다’고 말씀하시면서 자행고사로켓에 대한 성능검열도 만족하게 평가한다고 높이 치하하셨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되었던 무인타격기의 타격은 한국의 전략적 타격목표에 대한 공격훈련임이 분명하다. 자행고사로켓의 요격훈련은 미국의 공격에 대한 방어훈련이다. 즉 3월 2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키 리졸브 훈련이 한창인 한.미 연합군에게 적극적인 공격과 방어훈련을 전개해 인민군의 향상된 전력을 공개하는 것으로 맞선 것이다.

자행고사로켓 훈련에 대해 우리 군은 토마호크 미사일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를 요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 토마호크 미사일의 비행속도는 시속 880km로 우리 국민들이 해외여행 시 탑승하는 여객기 속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은 이미 개발되어 실전 배치되어 있다.

자행고사로켓은 무엇?

그렇다면 자행고사로켓은 무엇인가? 우리식 표현으로 본다면 이는 무한궤도를 장착하고 스스로 이동하며 표적을 요격하는 지대공미사일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즉, 날아오는 적국의 항공기, 순항미사일을 맞춰 떨어뜨리는 요격미사일인 것이다.

다만 이 자행고사로켓을 미국이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매달리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와 같은 의미로 볼 수는 없다. 북한도 2010년 10월 10일, 조선인민군 열병식 장에서 “주체형의 요격미사일 종합체”를 공개한 바 있지만 이번 자행고사로켓의 토마호크 미사일 요격을 “주체형의 요격미사일 종합체”로 보는 것은 무리다.

일반적으로 미사일은 탄도가 비행하는 방식, 궤적에 따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나눠진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으로 점화되는 미사일로 대단히 빠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경우 한반도에서 미 본토까지 30분 이내에 타격이 가능하다. 탄도미사일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인해 대상국이 대피할 틈을 주지 않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타격기술이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은 대단히 빨리 비행하기 위해 포물선 궤적으로 발사되므로 고고도 비행을 하게 되며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경우는 우주공간까지 솟구치게 된다. 즉 탄도미사일은 상대국의 레이더에 쉽게 포착된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MD)라는 체제를 개발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탄도미사일이 대단히 빠르지만, 레이더에 포착되기 때문에 요격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로켓엔진이 아니라 제트엔진으로 비행한다. 결과적으로 순항미사일은 보통의 제트비행기와 유사하게 비행하며 토마호크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약 2500km에 불과하지만, 비행속도가 시속 880km에 불과해 이 속도로 비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반도에서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데 10시간이 결리고 만다.

탄도미사일은 30분 만에 타격할 수 있지만 순항미사일로는 10시간이 걸린다. 순항미사일은 이처럼 느릿느릿 비행하는 대신 초저공으로 숨어서 비행한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경우 TV 카메라를 통해 전장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면서 사전에 입력된 목표물 정보와 대조해 같을 경우 공격하게 된다.

미국은 중동의 걸프전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하였지만 사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평탄한 사막이 이어진 중동지역보다 전 국토의 80%가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형성된 북한에서 더욱 위력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이 북한 산악의 계곡 사이로 초저공 비행하면 북한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타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마호크 미사일은 동체의 크기가 직경 50cm에 길이 5m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대공포로 이를 요격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래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군은 스텔스 전투기와 더불어 다량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북한 산악의 험준한 지형을 숨어 다니며 북한의 전략거점과 레이더망을 공격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레이더망이 일정하게 무력화되었다고 평가될 시점에 각종 전투기, 폭격기들의 무더기 출격으로 정밀폭격을 단행해 북한의 전투수행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전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2013년 2월 14일에도 우리 군은 신형 함대지, 잠대지 순항미사일 영상을 공개하면서 “북한 지휘부의 사무실 창문을 골라서 타격할 수 있다”며 북한을 심각하게 자극했던 것도 이러한 의도라 볼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3월 20일의 자행고사로켓 훈련은 바로 이러한 정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북한은 “훈련장에는 일시에 적 토마호크 미사일로 가상된 목표물이 날아들었다”고 하였는데 이는 북한의 전략거점을 공격하기 위해 초저공비행으로 레이더망을 피해 비행한 순항미사일이 북한 레이더 또는 북한의 전략거점을 타격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상황을 설명한다.

북한군은 이를 단번의 고사로켓 발사를 통해 요격시켰다. 이제 한.미 연합군은 토마호크 미사일의 내습을 통한 전략거점 타격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의 자행고사로켓

이 경우 북한 자행고사로켓은 가공할 속도로 육박해 들어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된 이른바 “주체형의 요격미사일 종합체”가 아니라 항공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지대공미사일의 개량으로 보는 것이 맞다.

우리 군이 배치하였다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항공기나 순항미사일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요격시스템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요격에 이른바 “주체형의 요격미사일 종합체”가 동원되지 않는 것은 그 운용비용에 있다.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할 것이다. 그 모든 순항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대응한다는 것은 상당한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

순항미사일과 항공기는 지대공 미사일로 대응하며 속도가 대단히 빠른 탄도미사일은 요격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이 맞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자행고사로켓은 외형상 러시아가 운용 중에 있는 9K35 ‘스트렐라’(Strela)와 상당히 유사하다. ‘스트렐라’는 미사일은 길이 2.19m, 폭 12cm, 무게 41kg의 소형 대공 미사일로, 사정거리 5km, 고도 3.1km 내의 목표물을 적외선 탐지장치로 추적해 마하 1.6의 속도로 공격한다. 북한은 이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형태로 개조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사일의 크기가 작아지면 제작비용이 저렴해져 동일비용으로 훨씬 많은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다. 우리 군이 2011년 12월 개발완료한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도 길이 4.6m에 지름 27.5cm로 400kg에 육박하는데 북한의 자행고사로켓은 ‘스트렐라’와 유사하다고 할 경우 무게가 ‘천궁’의 10%에 불과하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무게가 1400kg이니 단순 계산으로 토마호크 1발과 북한의 자행고사로켓 36발의 무게가 같다.

북한이 무게 40kg 수준의 소형 자행고사로켓을 자체개발했을 경우 대량생산체제로 넘어가 무수히 많은 자행고사로켓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걸프전 첫날 32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바그다드에 밀집공격을 했다고 하지만 북한의 대공망은 이를 극복할 것을 목표로 부단히 강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작전초기, 북한의 전략거점과 레이더 기지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자행고사로켓으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공격을 막아내며 레이더망을 계속적으로 가동시킨다면 북한지휘부의 사무실 창문은 그대로 있게 된다. 한.미 연합군의 대규모 공중폭격은 갈수록 힘들어지며 북한군의 다연장로켓과 장거리 포격에 의한 융단포격에 휴전선 방어 거점이 무력해질 경우 인민군 기갑군단의 휴전선 돌파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북한의 3월 20일, 자행고사로켓 훈련장면 공개는 바로 이러한 메시지를 한.미 군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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