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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의 발언을 생각하며[KIN연재 동포소식(15)] 강황범 재일코리안청년연합 공동대표
강황범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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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9  13: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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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황범 [재일코리안청년연합(KEY) 공동대표]


하시모토 도루 유신회 공동대표(오사카 시장)의 주변이 다시 시끄럽다. ‘위안부’ 문제로 시작된 하시모토씨의 일련의 발언 때문인데, 철저하리만큼 결여된 그의 타자에 대한 상상력에 분노를 넘어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장이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그가 노렸던 것은,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유신회에 유권자들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한 미디어 전술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발언으로 인해 그의 어처구니없는 인권감각이 여지없이 드러났고, 국내외로부터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하시모토는, 연일 추가 설명을 해 대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의 인간성만 드러내고 있을 뿐, 자성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언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쁘다”는 게 그 요지다. 하시모토의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와 여성 그리고 오키나와의 존엄을 해친,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행위이다. 더 염려스러운 일은 그런 발언이 나오게끔 만든 일본사회의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 의회 조사국의 보고서가 ‘Strong Nationalist’로 표현한 아베 수상이 그의 발언 뒤에 숨어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견해의 기준으로 삼아 왔던 고노담화나 무라야마담화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한 탓에 각국이 유감을 표명한 상태이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에 의해 원래 우익적 경향을 가지고 있던 그의 존재감은 상대화되었다. 극단적인 발언은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비판에 직면했다. 하시모토의 주민소환을 주장하는 움직임도 있는 듯하나, 발언한 사람이 사라진다고 해서 전부 없어질까? 그렇지 않다. 그 후의 분위기를 현저하게 바꿔 놓을 것이니 그것이 두렵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역사수정주의(자)가 득세하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이 담긴 출판물이 서점에 대량 유통되었고, 일본사 교과서가 시비에 휘말렸다. “자국 근대사의 추악한 측면을 강조한다면 그 결과 일본의 아이들은 일본인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며, 자랑스러운 역사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자기형성을 이뤄낼 수 없다”는 주장이 널리 퍼졌고 그들은 커다란 ‘성과’를 남겼다. 그리고 일본사회의 분위기를 크게 바꿔 놓았다. 그 전까지 일본사회는 불충분하나마 침략전쟁과 식민지에 대한 인식을 일정 정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침략전쟁과 식민지와 관련한 아시아 각국의 지속적인 비판에 싫증나 있던 대중을 움직였다. 그물처럼 이어져 있는 땅속줄기를 따라 퍼져 가듯 그들의 주장은 일본사회의 시민 레벨에서 서서히 공감을 얻어 갔던 것이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그 품성마저 의심스러운 주장에 영향을 받으면서 세계관과 인생관을 형성한 젊은이들이 지금 길거리에 집결하고 있다. 일본의 정치가와 서로 보완이라도 하듯이 지금 문제시 되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남발하고 있는 시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데자뷰를 보는 느낌이다. 무지 혹은 작위적인 이야기에 근거한 ‘긍지’를 역사수정주의자들은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그것이 일본의 위신으로서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제쳐 놓고…. 이런 토대 위에서 하시모토의 발언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전 세계의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헤이트 스피치에 분노하고 위기감을 느껴 반대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도 늘어 나고 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필자가 대학생 때 봤던 풍경이다. 즉 대다수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감각’ 속에서 형성되고 있는, 형체 불명의 어떤 공감이 번져 가고 있는 현상. 역사수정주의가 대두하던 무렵부터 근현대를 둘러싼 일본사회의 역사관은 후퇴를 거듭했다. 그리고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사회가 받아들였던, 일본이 침략국가였다는 사실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되고 있다.

참의원 선거가 가까워 온다. 유권자는 어떤 투표행동을 보일까. ‘일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일까’라는 말이 그야말로 실감나게 하는 시대다.하시모토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출신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을 빌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절망은 절망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활력으로 삼아 능동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절망할 여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 절망할 여유가 없다. 


* KEY는 5월 18일자로 하시모토의 발언에 대한 항의문(일본어)을 발표했다.
☞ http://www.key-j.org/program/doc/20130518_stmt_hasimoto-k.html

[필자소개]
강황범(1978년생)
재일코리안 3세. 현재 오사카 거주
2002년부터 KEY(재일코리안청년연합)에서 활동. 2007년부터 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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