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평화행진이 본격 시작되었다.
한반도 평화사절단은 ‘평화행진 한국방문단’의 일원으로서 오늘부터 시작되는 평화행진에 참여하기로 하고, 헤노코 신기지 건설 예정지로 향하였다. 심포지엄과 평화행진에 참여한 ‘한국방문단’으로는 한반도 평화사절단 두 사람 외에 기지평화네트워크의 구중서, 평택평화센터 이철용,강미, 개척자들의 송강호 박사, 평화바람의 한경아씨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헤노코에서 기노자까지 함께 한 평화와 연대의 행진

▲ 헤노코에서 기노자까지 평화행진 중. 전국 곳곳에서 매년 평화행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 한반도 평화사절단]
헤노코 주민들의 저항이 시작된 것은 후텐마 미군 기지를 반환하는 대신 헤노코에 새로운 미 해병대 기지를 확장하려 시도하면서 부터였다. 처음 작업선이 들어 왔을 때 주민들은 24시간 내내 밤낮없이 해상 망루를 점거하고 농성한 끝에 결국 저지해 냈는데,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하였다고 한다. 애초 건설 예정지 중 절반은 저지하였지만, 절반은 여전히 매립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진행했던 소송에서도 주민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은 이끌어 냈지만, 아침, 저녁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까지 이끌어 내지는 못하였다고 한다.

헤노코 건설 예정지 해변가에서 <5.15평화행진> 동쪽 행진단 결단식이 진행되었다. 어제 간담회를 가졌던 오키나와 평화운동센터, 평화포럼이 주관하는 행진단으로, 결단식에는 현의원 출마 예정인 오키나와 평화운동센터 사무국장, 평화포럼 사무국장, 현직 현의원, 주민대표 등이 참가하여 발언하였고, 헤노코가 있는 나고시 시장이 연대사를 보내왔다.

결단식을 마치고, 우리는 오키나와 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헤노코에서 기노자까지 9.4km 구간을 행진하였다.

우리 한반도 평화사절단을 포함하여 한국 참가단은 방송차량의 구호에 맞춰 ‘헤노코의 바다를 지키자’,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한다’, ‘평화헌법 개악 반대한다’, ‘오키나와에 미군기지 필요 없다’, ‘아시아에서 미군기지 나가라’ 등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함께 외치며, 연대의 마음을 나누기도 하였다. 오후 일정 때문에 점심 휴식 시간에 맞춰 행진단을 떠난 한국 참가단은 다카에 훈련장으로 향하였다.

6년간 투쟁하며 공사를 막고 있는 다카에 훈련장

▲ 다카에 훈련장 남측게이트앞 농성장에서. 한국방문단이 함께하였다. [사진 - 한반도 평화사절단]
다카에 훈련장은 미군이 보유한 세계 유일의 정글 훈련장으로, 정글 서바이벌 훈련, 게릴라 훈련 등 전형적인 공격형, 침략형 훈련이 진행된다. 이 지역에 맹독을 가진 독사가 많아 미군들은 이곳에 몽구스를 풀어놓았다고 하는데 이 몽구스가 닥치는 대로 동물을 죽여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었다고 한다. 미군이 사람의 생활과 자연을 파괴하였다면 미군이 풀어놓은 동물은 자연 생태계를 역시 파괴한 것이다.

주민들이 농성장을 차려 투쟁을 시작한 것은 6년전부터 라고 한다. 다카에 훈련장이 있는 북부지역에는 원래 훈련장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6년전, 훈련장중 일부는 반환되었고 일부를 다카에 훈련장으로 통폐합하여 확장하려 하면서부터 주민들이 출입구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투쟁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소음이 큰 수직 이착륙 헬기 ‘오스프리’ 배치가 예고되어 있어 주민들의 반대의사가 더 높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남쪽 게이트앞의 농성장으로, 일종의 접수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방문자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3Km 위쪽의 메인 게이트로 향하는 공사차량 숫자를 세어 그쪽 농성장에 무전으로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농성장에 있던 주민들은 돌아가고 지원자로 교토에서 온 모모에다 씨가 맞아주었다. 이곳에 사는 ‘노구치게라’라는 멸종위기 보호종 새(딱따구리과, 천연기념물)의 산란기가 3월부터 6월까지로, 이 기간 동안에는 공사를 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은 농사를 지으러 일찍 돌아가고 지원자들이 남아 감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모모에다씨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이 새를 지켜야 하는데 새가 사람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 다카에 훈련장에서 우리를 맞아준 모모에다씨. 교토에서 지원자로 왔다고 한다. [사진 - 한반도 평화사절단]
모모에다 씨는 최근 주민들에 대한 재판 소식을 전해주었다. 오키나와 방위국이 5명의 ‘주민 대표’를 ‘통행방해’ 혐의로 고발하였는데, 이른바 ‘주민대표’로 고발된 5명 중에는 8살짜리 아이도 있었고, 다카에 주민이 아니라 나하市 주민도 있었다는 것이다. 방위국은 증거제출을 요구하는 재판부에 동영상 채증자료를 편집중이라고 계속 변명하다가 끝내 제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방문단은 기지반대투쟁의 현장에서 투쟁한 활동가들이어서 투쟁현장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다. 강정투쟁에 함께 하고 있는 송강호 박사가, 강정의 경우 농성장 천막을 폭력적으로 철거하고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냐고 묻자, 철거하려면 법원의 명령이 필요한데, 법원에서 나와 보고 ‘통행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갔다고 말해 주었다. 강제 철거 등의 방법을 동원할 경우, 언론 등의 주목을 받게 되므로 방위성은 그렇게까지 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농성장을 차려 공사를 저지하고, 주변주민들에게 미군기지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대행진을 하고, 전국 곳곳에서 지지와 연대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강정과 오키나와의 현장은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았지만, 투쟁하는 민중들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 정도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다. 동질감도 강하게 느꼈지만, 강정의 현실이 한층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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