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이 한반도 ‘전쟁 위기’의 와중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내외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인사와 미국 방송과 한 발언들은 이번 방미의 목적을 가늠할 수 있어 중요합니다. 특히 북한 관련 발언은 시기의 민감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가진 면담에서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려는 것은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이 저렇게 도발하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은 앞으로 있을 수 없으며,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이야기”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최근 한반도 정세가 전쟁 위기로까지 치솟았고 그 원인이 북한의 ‘도발’에 있다고 보는 것이기에 그렇다고 칩시다. 그리고 곧이어 “북한이 올바른 길을 택하면 지원도 하고 협력해서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도록 최대한 힘쓰겠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다른 한 축인 ‘대화의 문’도 열어놓고 있음을 강조했기에 비교적 형평을 이루고 있다고 칩시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박 대통령은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주겠습니까”하고 묻자 “그에게 ‘북한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살아남아 발전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의 ‘오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변화’ 운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변화하고 변화하지 않고는 북한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나아가 모든 사물이 변화 발전하듯 북한도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변화의 속도와 수준이 문제인데 이 역시 당사자인 북한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박 대통령은 1990년대 후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 때 외부세계가 변화와 개혁.개방을 요구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마라’고 언명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반기문 사무총장과 가진 면담에서 “북한에서는 핵도 보유하면서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병진노선을 걸으려 하는데 그것은 사실 양립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박 대통령의 ‘편견’이 엿보입니다. 알다시피 북한은 지난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국가발전전략으로서,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0년대 구호인 ‘싸우면서 건설하자’의 북한판 구호인 셈입니다. 병진노선을 채택하든 말든 북한의 선택이며, 그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북한이 해결할 몫입니다.

북한의 변화 여부와 북한의 국가발전전략 채택 여부는 당사자인 북한이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입니다.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미국 첫 방문을 통해 쏟아낸 일성에 이처럼 북한에 대한 오만과 편견이 짙게 묻어 있어 한미 정상회담과 향후 대북관에도 적잖은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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