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던 시기가 있었다. 6년 전까지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북지원이 활발히 진행됐고, 다양한 남북 공동행사가 열렸다.

그 가운데는 대북지원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가 있다. 2005년 평화문화유적참관 및 아리랑 공연 관람 사업으로 수천 명이 평양을 방문했던 추억을 '겨레하나'가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지난달 '겨레하나'는 10차 정기총회를 열고 8년 동안 이끌어온 최병모 이사장의 뒤를 이어 이영순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남북 상황이 어수선한  지난 2일 이영순 신임 겨레하나 이사장을 <통일뉴스>가 만났다.

▲ 이영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신임 이사장을 지난 2일 <통일뉴스>가 만났다. 이영순 이사장은 대북지원에 앞서 평화, 통일의식 다지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대북지원이 가로막혔던 '겨레하나'의 수장이 된 이영순 이사장은 대북지원에 앞서 평화, 통일 의식 다지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영순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모든 길이 막혔기 때문에 지원단체라는 본연의 성격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전쟁만은 안 된다는 평화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상황이 좋아지기만 바라보고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가 상황을 만들어가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라며 "온 국민이 전쟁반대를 같이 외치고 평화의 길로 가자라고 하는 국민적 열망이 있을 때 남북문제가 풀리고 지원사업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영순 이사장은 △통일.평화 기행, △통일.평화 교육 등 구체적 사업을 구상했다.

물론 그는 겨레하나의 본 역할인 대북지원사업도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대북지원은 곧 퍼주기'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평화.통일 의식에 대한 기초다지기가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 지난달 12일 겨레하나 10차 정기총회에서 이영순 전 의원이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 최병모 전 이사장(왼쪽)으로부터 단일기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제공-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영순 이사장은 "대북지원의 의미를 확대해서 남북이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잘 살게 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의 구상은 남북관계 호시절에 머물러 있는 평화.진보진영의 자기반성이기도 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잘 나갈 때 안이한 측면이 있지 않느냐"며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절박성을 알릴 수 있었어야 했는데 돌아보면 조금 더 열심히 더 많이 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헛다리짚어..국민이 목소리를 만들어야"

▲이영순 '겨레하나' 신임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근혜 새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적 대북지원은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이영순 이사장은 "헛다리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없는 말"이라며 "인도적 지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질은 피하면서 인도적 지원 운운하는 것은 사실 우스운 문제같다. 인도적 지원을 이야기하기 전에 전쟁을 막고 평화로 가는 길을 빨리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남북관계 악화일로 상황에서는 대북지원보다는 남북대화 등을 통한 상황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형성은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의 안정적 진행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국민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영순 이사장은 "북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가 더 이상 전쟁의 위협 속에서 불안정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평화 상태를 원하는 열망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며 "그래서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대화를 원하면 대화를 하는 것이다. 군사훈련, 무기구매 등을 중단하는 일이 한반도를 위해 필요하고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주도적인 목소리가 없어 안타깝다. 그렇기에 겨레하나가 중심이 되서 통일, 평화의식을 심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겨레하나 10차 총회에서 선출된 이영순 신임 이사장(왼쪽)과 이사진들. [사진제공-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영순 이사장은 3년 동안 '겨레하나'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겨레하나'는 성유보 희망내일 이사장, 김성윤 목사, 박춘숙 응향원장, 종호 스님, 김정수 평화여성회 대표, 박영일 교수, 홍익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최병모 변호사가 이사진으로 구성됐다.

남북관계 호시절, 활발한 활동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겨레하나'가 이영순 체제를 맞아 어떻게 국민들에게 튼튼한 통일.평화 의식을 심어 나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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