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국면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나 싶더니 급기야 엉뚱한 곳에서 불씨가 터졌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6일 장관 성명 형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 결과인 개성공단 인원을 철수하는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류 장관은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는 바,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에 앞서 25일 통일부가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에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의하면서 북측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자, 북측은 2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의 실무회담 제의를 거절하는 한편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습니다.

남측의 이 같은 중대 조치 결정에 따라 현재 개성공단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근로자가 모두 돌아오게 되면 개성공단은 자동 폐쇄됩니다. 123개 업체, 7천여 하청업체가 가동을 중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장이란 기계며 도구며 늘 닦고 기름을 칠해야 돌아가는 법입니다. 기계가 한동안 멈춰서면 다시 복구하기가 쉽지 않기에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개성공단 폐쇄는 단순히 이들 업체들만의 손실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6.15공동선언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남측의 무리한 대북 대화 제의가 개성공단을 자동 폐쇄시키는 길로 접어들게 했습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입니다.

아무튼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남북간 설전에 따르면, 남측이 개성공단 인원 전원 철수라는 중대 조치를 내렸기에 이제 북측의 중대 조치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개성공단 사태를 놓고 남측의 시각과 북측의 시각이 달랐습니다. 남측은 개성공단 문제를 한반도 위기와 별개로 다뤘기에 개성공단에 한해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북측은 개성공단 문제를 현 정세와 연관시켰기에 한반도 전체를 놓고 중대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측의 ‘중대 조치’와 북측의 ‘중대 조치’가 맞부딪침으로서 한반도가 다시 ‘철 대 철’, ‘불 대 불’로 맞붙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의 ‘강 대 강’ 대결에 녹아나는 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넘어 우리 민족 구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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