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상승했던 한반도 위기 국면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다소 엇박자가 있었지만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며 대북 대화를 제의한 것과, 같은 날 저녁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반드시 가동돼야 한다”며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한국-중국-일본 순방이 이어졌습니다.

케리 국무장관은 12일 한국에 와 북한을 향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대화 제의를 했으며, 13일 중국에 가서는 “미국과 중국은 평화적 방식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으며, 14일 일본에 가서는 “우리의 선택은 협상하는 것”이라며, 북한 측에 거듭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이 공을 모두 북한에 넘긴 것입니다.

남측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14일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저들의 범죄적 죄행을 꼬리자르기 하고 내외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성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해서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6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세계여론을 오도하려는 기만의 극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를 일단 거부한 것입니다. 거부 이유를 들자면 남측에 대해서는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라고 일축했으며, 미국측에 대해서는 “(북측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북측으로서는 이유 있는 거부입니다. 남측의 대북 대화 제의에 다소 혼선이 있어 북측이 액면 그대로 받기가 어려웠을 터며, 또한 북측이 ‘핵보유국’을 천명한 마당에 미국이 비핵화를 말하니 각각 남과 북, 북과 미 사이에 접점이 생기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측 조평통 대변인은 남측에 대해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며 여운을 뒀습니다. 외무성 대변인도 미국측에 대해 “우리는 대화를 반대하지 않지만 핵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탁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고 역시 여운을 남겼습니다.

골이 깊었던 만큼 그 회복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같이 간접적으로나마 대화를 나눈 것도 다행입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대화를 원한다면 남북, 미가 모두 인내하면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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