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측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14일 “교활한 술책”이라며 “아무 내용이 없는 빈껍데기”라고 비난성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며 대북 대화를 제의한 것에 대한 북측의 첫 반응입니다.

북측의 첫 반응이 나온 일요일인 이날 밤 9시 넘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것도 “대통령의 뜻”이라고 정색을 했습니다.

정부 당국의 대응이 너무 가볍고 성급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남북대화의 재개과정을 이리 쉽게 보면 안 되는 데 말입니다.

이번 북측 조평통 대변인의 반응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나왔습니다. 일종의 대변인 ‘답변’입니다. 북한은 발표 내용 못지않게 발표 형식도 중요합니다. 북한의 경우 대외 발표와 관련해, 발표자는 그 중요도에 따라 ‘기관’, ‘대변인’ 순으로 되며, 발표 방법은 ‘성명’, ‘담화’, ‘답변’ 순으로 나뉩니다.

이를 조합하면 그 중요도에 따라 대략 △기관명 성명 △기관명 담화 △대변인 성명 △대변인 담화 △대변인 답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대남기구인 조평통의 경우 가장 무게감 있는 반응은 ‘조평통 성명’이 되고, 가장 낮은 차원은 ‘조평통 대변인 답변’이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한참 격이 떨어지는(?) 조평통 대변인 답변에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이라며 섣부르게 공식 입장을 발표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날 북측 조평통 대변인 답변에 대해 통일부가 즉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신중한 입장의 흐름만 탔어도 상황을 이리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굳이 청와대가 나서 일요일 밤에 서둘러 답하지 않고 일단 통일부에 맡겨도 괜찮을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조평통 대변인은 ‘답변’의 마지막에서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며 여운을 뒀습니다. 이는 청와대가 단정하듯이 ‘대화 제의 거부’가 아닙니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공을 남측에 한 번 더 넘긴 것뿐입니다.

이 같은 의사 타진은 남북관계에서 ‘기싸움’ ‘샅바잡기’로 표현되면서 수없이 반복되어온 광경입니다. 결국 북측의 가벼운 잽에 남측이 용쓴 격이 되었습니다. 북이 던진 낚시에 입질만 해도 충분할 판에 “대통령의 뜻”이라는 대어가 걸렸으니 참 난감할 따름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