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도 있지만, 남측의 일부 언론들과 당국자가 개성공단 관련 말을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북측의 개성공단관리기관인 중앙특구개발총국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의 운명이 경각에 달하였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면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이어 3일 오전 남측 인원의 개성공단 입경을 금지한다고 알려왔습니다.

남북 군 통신선 단절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운영되는 것을 두고 남측의 일부 언론들이 ‘북, 달러박스 개성공단 출입에는 노터치’니 ‘개성공단 폐쇄시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북’, ‘북의 두 얼굴’이니 하면서 북측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북측이 개성공단 입경 금지를 밝히자 김관진 국방장관이 한 회의 석상에서 “만약 사태가 생기면 군사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측이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남측 인원들을 억류하는 등 현 상황이 대규모 인질사태로 이어질 경우 군사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고 합니다.

이 대목에선 ‘앗 뜨거워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성공단 체류 인원들의 인질사태란 지나친 억측입니다. 물론 우리 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공개할 게 있고 감출 게 있지, 군 지휘부가 이런 식으로 ‘인질사태’ 운운 하며 공개하는 건 북측더러 그렇게 하라고 떼미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를 조장하고 유인하는 행위입니다.

북측이 재차 발끈했습니다. 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김관진 장관의 말을 지적하며 남측이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까지 모의하고 있다”며 오히려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남조선인원들을 북침전쟁의 인질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역습을 취했습니다.

나아가, 조평통은 남측 당국자와 보수언론들이 계속 말조심을 안 하면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겠다’며 개성공단이 파산전야에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측 근로자를 철수해 사실상 개성공단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남측 123개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개성공단은 남측 근로자 800여명과 북측 근로자 5만400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 6.15공동선언의 산아이자 남북경협의 상징입니다.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7월에 이미 중단됐습니다. 지금은 정전협정이 백지화되고 전시상황이 조성됐으며 남북 군 통신선마저 단절됐습니다.

남북관계에서 모든 게 무효화되고 단절됐습니다. 오직 하나, 개성공단만이 남아 있습니다. 일부 언론과 당국자들은 개성공단마저 폐쇄되길 바라는 겁니까? 북측에 빌미를 줘선 안 됩니다. 입조심, 말조심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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