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5MW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습니다. 영변 5MW 흑연감속로는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중단 및 불능화 조치를 취했던 핵시설입니다.

알다시피 북한은 2007년 6자회담 ‘2.13합의’와 ‘10.3합의’에 따라 영변 5MW 원자로와 핵재처리시설, 핵연료공장 등에 대한 폐쇄 및 봉인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6월에는 핵 불능화 합의를 지키겠다는 표시의 하나로 영변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시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6자회담이 진전되지 않고 참가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2008년 9월 봉인을 해제했고 2009년 11월에는 8천개의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반도 정세가 최고로 긴장된 상태에서 5MW 흑연감속로 재가동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로써 북한의 입장은 명확해졌습니다. 먼저, 6자회담 사멸화를 재확인 한 것입니다.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나마 5MW 흑연감속로의 불능화는 2007년 6자회담의 합의사항 가운데 그간 지켜진 마지막 합의사항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이제 그 마지막 끈마저 끊어진 것입니다.

이번 북한의 영변 5MW 흑연감속로 재가동 선언은 2003년 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994년 북미기본합의서의 결과물인 경수로 사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이는 곧 영구 중단으로 받아들여져 ‘실 끝에 달린 상태’(hanging by a thread)와 같던 북미기본합의서가 완전히 폐기된 것을 연상시킵니다. 결국 불능화된 건 5MW 흑연감속로가 아니라 6자회담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아가, 지난달 31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따르겠다는 것입니다. 이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우리는 핵보검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고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억척같이 다져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면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로써 북한은 향후 우라늄 농축은 물론 플루토늄 추출 등 모든 핵시설을 동원해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습니다.

일부에서는 5MW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해도 그 성능이 제대로 나올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상징적 효과는 큽니다. 영변 5MW 흑연감속로는 이른바 ‘북핵문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것이 한때 불능화됐다고 하지만 이제 재가동됨으로써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냉각탑 폭파로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불사조와도 같습니다. 미국 등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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