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웅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과 28일 오후 청파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는 절도 행위를 비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약탈을 용인하지도 않는다.”

김원웅(69)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28일 오후 서울 청파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비록 절도 행위에 의해 국내로 들어왔지만 일본의 약탈로 인해 유출된 것이라면 돌려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지낸 김원웅 전 의원은 지난 14,15일 일본 대마도 관음사를 방문한데 이어 지난 21일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 발족식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지난해 10월 총책 김모 씨(구속) 등이 일본 나가사키현 대마도(쓰시마) 관음사 등 3곳에 지붕 등을 뚫고 침입해 일본의 국보급 문화재 3점을 훔쳐 국내로 반입했다가 경찰에 압수당한 문화재 중의 한 점이다.

김 전 의원 등이 관음사를 방문한 지난 14일 일본 관방장관은 “한일조약에 의거 불상은 반환되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조속한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방문단의 기자회견에 일본 기자들이 몰리는 등 이 문제는 일본에서도 화제거리다.

“일본이 약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 지난해 10월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훔쳐 국내로 반입된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오른쪽)과 동조여래입상. [KBS 캡쳐사진 - 통일뉴스]
10년에 걸쳐 북관대첩비와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등을 협상을 통해 환수받은 바 있는 김원웅 전 의원은 “절도한 문화재는 원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규정이 있고, 약탈한 문화재는 원소유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규정도 있다”며 “이 두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일본이 약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1965년 박정희 정부 때 체결된 한일협정에 의하면 일본에 넘어가 있는 우리 문화재를 일본 소유로 인정했다”는 점과 “유네스코문화재협약에 의하면 모든 문화재는 원소유 국가에 반환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이 상충한다는 것.

김 전 의원은 “유네스코문화재협약은 국제법으로 한일조약보다 상위법”이라며 “상위법에 저촉되는 한일조약의 문화재 관련 규정은 효력 발생이 안 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유네스코문화재협약에 의거해 로마의 FAO 건물 앞에 서 있던 악슘 오벨리스크가 2005년 에티오피아에 반환되고 미국 게티박물관의 모간티나 여신상이 시실리에 반환되는 등 약탈 문화재가 원소유 국가로 반환되는 것은 국제적 추세이다.

“평화적으로 건너갔으면 그렇겠느냐”

▲ 일본 관음사의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안내문. 내용에 결정적 오기가 있다. [사진제공 - 봉안위원회]
김 전 의원은 특히 “훔쳐온 불상을 정밀 검사했더니 불탄 흔적이 있었고, 관음사에 남아있는 불상은 머리 부분 밖에 없었다”며 “평화적으로 건너갔으면 그렇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불상을 조성하면서 봉안하는 복장품(腹藏品) 기록에 1330년 부석사에서 조성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옮긴 이력을 적은 이운기(移運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합법적으로 일본으로 건너왔을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번 관음사 방문에서 확인한 일본 측 설명문에는 ‘영주 부석사’와 ‘높이 50.9cm’(실제 59.5cm) 등 틀린 내용들이 확인돼 “국제법상 문화재 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 분쟁에서 관리소홀로 소유권을 빼앗긴 사례들”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약탈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측이 정당한 취득 경위를 소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약탈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봉안위원회는 4월 말경 토론회 개최를 예정하는 등 불상의 소유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386 정치인이 많지만 힘이 떨어진 것 같다”

▲ 지난 14일 관음사를 방문한 김원웅 전 의원 등이 일본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봉안위원회]
3선 의원 경력을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대전시장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김원웅 전 의원은 “1992년 꼬마 민주당 시절 이부영, 제정구, 유인태 등과 함께 10여명이 집단적으로 정치권에 들어갔을 때는 숫자는 작아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386 정치인이 많지만 힘이 떨어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요즘 민주당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책임 있는 것으로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문재인 후보만 하더라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조봉암 사법살인에 야당도 동조했고, 김영삼 의원 제명 때도 야당이 결사적으로 막지 않았다”며 최근 민주통합당이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에 합의한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국회 결의안도 미국 정부에 대해 대화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라는 말이 빠졌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민주당이 동의하고 심지어 노회찬 심상정 의원까지 거기에 찬성했다”며 “통합진보당도 기권할 것이 아니라 반대토론을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배역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며 “그런 배역에 대한 유혹이 있지만, 그런 유혹이 어떻게 보면 내 삶의 함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행보는 밝히지 않았다.

“대종교 맥이 끊어진 것은 큰 손실”

▲ 김원웅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며, 민족진영의 현실에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방선거 낙선 후 강원도 인제군 외딴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김 전 의원은 몽양 여운형 기념사업회를 맡고 있는 이부영 전 의원과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함세웅 신부, 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 선생 등과 함께 17개의 단체로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를 구성, 회장을 맡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 전 의원은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는 서일 등 대종교 신도들이 주축이 됐는데, 지금은 서일 선생 기념사업회 하나 없을 정도로 대종교 맥이 끊어진 것은 큰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하고 김 전 의원의 부친도 활약했던 항일 무장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을 기리는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3.1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독립운동을 한 후손들이 비참하게 사는 것이 매년 뉴스거리가 된다”며 “중국이나 베트남만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다 국가 지도세력인데, 해방된 지 70년이나 된 우리의 이 같은 현실이 슬프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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