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전쟁이 시작되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When war begins hell opens)’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민족은 이미 지난 세기에 동족상잔을 겪은 터라 그 체감(體感)은 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21세기라는 세월을 더한 현대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얀전쟁’, ‘백년전쟁’, ‘화폐전쟁’, ‘게릴라전’, ‘사이버전’이니 하면서 전쟁 앞에 그 어떤 수식어가 붙더라도, 단 하나의 단어 ‘핵전쟁’보다 더 할 수는 없다.

◆ 한반도에 그 핵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특히 북한은 이미 그 감(感)을 잡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노동신문> 28일자 ‘세계는 핵전쟁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조선반도는 전쟁의 문 어구(어귀)에 다달았다”며 그 위급성에 대해 “불과 한발자국이다”고 묘사했다. 그것도 “이것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면서 “세계에 있어본 적이 없는 핵대결전”이라고 불렀다. 한마디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한발자국 남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날 미군의 전략폭격기 스텔스가 한반도 상공에 첫 등장했다.

◆ 미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스피릿)가 28일 한반도로 전개돼 폭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출륙, 공중급유를 받고 1만500㎞ 이상을 날아 남한 상공에 도달한 B-2는 이날 정오경 전북 군산 앞 서해상의 직도사격장에 훈련탄 투하 훈련을 하고 복귀했다는 것이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보이지 않는 폭격기’로 불리는 B-2 스텔스기는 특히 총 중량 1만8천144㎏에 달하는 핵폭탄 16발을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3대 축으로는 전략폭격기가 보유한 공대지 핵미사일과 핵잠수함에 탑재된 잠대지 핵미사일, 미 본토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꼽을 수 있다. 이번 B-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투입으로,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핵추진 항공모함을 제외한 ‘핵억제(타격) 수단’ 전력이 모두 동원됐다. B-52 전략폭격기가 지난 8일부터 수어 차례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가졌으며, 핵추진 잠수함인 샤이엔(Cheyenne)은 지난 20일 부산항에 입항해 해상훈련에 참여했다. 창졸간에 한반도 상공과 해상에서 핵무기 전시장이 펼쳐진 것이다.

◆ 북한도 이에 맞서 26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내고 남한은 물론 미국 본토, 하와이, 괌 등을 겨냥한 “전략로켓군부대들과 장거리포병부대들을 포함한 모든 야전포병군집단들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키게 된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오후엔 외무성이 “조선반도에 일촉즉발의 핵전쟁 상황이 조성되었다”는 것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공개 통고했다. 한반도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북.미 간에 ‘강 대 강’, ‘철 대 철’, ‘불 대 불’이 맞붙고 있다. ‘한발자국’ 남은 핵전쟁의 검은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